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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고궁 나들이 가다
서울 도심에 있는 고궁이 공연장으로 탈바꿈했다. 바람이 기분 좋게 살랑이는 9월 가을밤, 관객들은 색다른 ‘달밤 나들이’를 즐길 수 있다. 공연도 즐기고, 고궁 산책도 겸할 수 있으니 1석2조다.

지난 1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경희궁 숭정전에서는 고궁 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극단 죽도록 달린다, 연출 서재형ㆍ극본 한아름)의 막이 올랐다. 작품은 지난 2005년 연극으로 제작돼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은 히트작으로, 지난해 연극을 뮤지컬로 각색해 무대에 올렸다. 올해 ‘뮤지컬 어워즈’ 소극장 창작뮤지컬상을 받았으며, 올해 서울시의 ‘고궁 뮤지컬’로 선정되면서 시로부터 탄탄한 지원을 받고 있다.

‘왕세자 실종사건’은 조선 시대의 어느 날 밤, 왕세자가 사라지기 전 몇 시간 동안 벌어진 사건을 미스터리 기법으로 풀어냈다. 이번에는 실제 극의 배경인 왕과 대신들의 일터(숭정전)로 무대를 옮겨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경희궁 입구부터 공연장이 위치한 숭정전으로 올라가는 길은 마치 조선 시대로 진입하는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환상감이 넘쳤다. 조선 시대 왕이 거닐던 궁의 앞마당이 무대가 되고, 왕이 연회를 내려다보던 월대가 객석으로 변신했다. 숭정전 앞마당 한가운데 위치한 무대 위로 경희궁의 처마가 시야에 잡혔고, 그 뒤로 서울 도심의 마천루가 보여 현대와 전통의 묘한 조화를 이뤘다.



음악도 국악부터 재즈까지 다채롭다. 빠른 템포의 극 전개를 40인조 오케스트라와 타악기가 구현해내고, 극 중 상궁의 주제곡은 재즈풍으로 편곡해 솔(soul)감을 더했다. 



사극의 통념을 깨는 유머 코드도 곳곳에 숨어 있다. 시트콤에서 나올법한 슬로모션과 코믹 요소가 시종일관 등장하며, 좌우, 앞뒤로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배우들의 역동적인 동선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연출가 서재형은 “가상이 아닌 실제 왕과 내시, 상궁부가 살았던 곳이 무대라 현장감이 강하다”고 작품의 매력을 설명했다.

김대현, 강하늘, 이지숙, 이상현, 박혜나, 태국희, 정문성 등의 배우가 출연하며, 오는 21일까지 경희궁 숭정전에서 공연된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ㆍ[사진제공=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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