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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평적 관점 견지한 미술가들,난지도에 ‘꿈’을 펼치다
쓰레기 매립지였던 난지도. 이곳에는 젊은 작가들이 치열한 예술혼을 펼치는 창작의 산실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가 있는 곳이다. 함께 작업하며 서로 자극을 주고받던 이곳의 입주 작가들이 중심이 된 발칙한 미술전시가 요즘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이름하여 ’백년몽원’전. 그 현장을 찾아가봤다.<편집자주>

이제는 시민들을 위한 생태공원으로 조성된 서울 상암동 난지도에는 서울시립미술관의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가 있다. 옛 침출수처리장을 리모델링한 이곳의 입주 작가(5기)인 아티스트 김기라 씨는 독립큐레이터 이진명 씨와 손잡고 ‘백년몽원(百年夢源)’전을 기획했다.

오는 9월 4일까지 난지갤러리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저항적 비평정신’으로 무장된 국내외 작가 24명이 뜻을 모았다. 권순관, 오윤석, 유비호, 이상용, 이원호, 장석준, 장종완, 정재욱, 차동훈, 한경우 등 국내 작가 17명과 고르카 모하메드(스페인), 윱 오베르톰(네덜란드), 요 오카다(일본), 윌 볼턴(영국) 등 외국 작가 7명은 모두 1970~80년대에 태어나 현대사회의 급진적 변화를 경험한 세대다. 이들은 추상이나 순수예술을 강조해온 미국 중심의 미술 풍토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의 토양에 근거한 작가주의적 성향의 작품세계를 펼쳐보이고 있다. 따라서 작품들은 더없이 발칙하고, 도전적이다. 

런던에서 활동해온 강승희는 꼬물꼬물, 세밀한 표현과 풍자가 흥미진진한 이색 자수회화(병풍)를 내놓았다. ‘나는 우리가 더 이상 원더랜드에 있지 않는 것 같아요’란 작품은 현대사회의 일그러진 세태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빗대 우화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권순관 작가는 서커스 장면을 연출한 사진작품을 통해 현실과 꿈이 혼재된 한국 사회의 경계를 담아냈다. 박은영은 폐자재를 이용해 하늘로 치솟는 초고층 빌딩을 만들었다. 무한을 향해 달리는 자본주의의 팽창전략을 비판한 작업이다.

유승호의 문자산수도 흥미롭다. 검은 먹의 평범한 산수화 같지만 가까이 다가가보면 깨알같이 작은 알파벳으로 그린 산수화다. 

외국 작가들 또한 서구 위주의 현대미술 흐름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윌 볼턴은 영국 공업도시 리버풀의 ‘영욕의 역사’를 음악을 통해 반성적으로 사유한 작품 ‘비가’를 출품했고, 일본의 요 오카다는 ‘불타는 집’이란 불교적 가르침을 회화에 반영해 동양적 가치관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독일 작가 요그 오버그펠은 엉터리로 만든 듯한 인물화를 출품했다. 물감을 대충 바르고 테이프를 찢어 붙인 허름한 회화는 한껏 치장한 기존의 초상화에 한방 먹이고 있다. 독일의 발두어 부르비츠는 인간사를 원숭이의 역사와 동일시하는 희화화의 방법으로 강대국의 문명사를 비판했다. 모두 덧없는 20세기에 대한 날선 성찰이 돋보이는 작업들이다.

김기라, 이진명 두 기획자는 “상업성이 모든 가치를 주도하는 시대에 작가의 의식이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알리고 싶었다”며 “서울이라는 공간이 1940년대 파리나 1960년대 뉴욕, 1990년대 런던, 2000년대 라이프치히처럼 미래 미술 담론의 장이 되길 기원하는 전시”라고 했다. (02)308-1071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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