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에 아내도 가출

“아들마저 형집으로 보내

“외롭다” 유서 남기고 목매

올여름 유난히 많이 내린 비로 일감이 끊긴 한 50대 일용직 노동자가 생활고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극이 발생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 15일 오전 7시께 봉천동 다가구주택 옥탑방에서 목을 매 자살한 건설 현장 일용직 노동자 A(51) 씨를 집주인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신문 배달과 일용직 노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던 중 건설 현장 노동 일감이 최근 많이 내린 비로 줄어들자 생활고로 고통받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망 당시 A 씨는 생활고로 넉 달치 방세 100만원을 밀린 상태였다.

A 씨를 발견한 집주인 K 씨는 “옥상에 가꿔놓은 채소텃밭을 돌보려고 옥상에 올라갔다가 옥탑방 문이 열려 있는 게 이상해 방 안을 들여다보니 A 씨가 죽어 있었고, 악취가 심하게 났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발견 당시 시신 상태로 미뤄 경찰은 A 씨가 발견되기 2~3일 전 이미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발견 당시 문이 열려 있었지만, 옥탑방은 유난히 온도가 높기 때문에 대부분 문을 열고 생활한다는 점을 고려해 타살 가능성은 적다고 경찰 측은 덧붙였다.

방 안에서 유서도 발견됐는데, 유서에는 “너무 외롭고 힘들다. 하나뿐인 아들과 형에게 미안하고 면목없다. 나 대신 아들을 잘 키워 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25년 전 부인이 생활고로 집을 나간 뒤 홀로 생활했으며, 중학생인 아들은 형이 대신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 씨는 아들에 대한 생활비는 지원해주고 있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올여름 유난히 많이 내리는 비 탓에 건설 현장에서 일감이 줄다 보니 생활고가 심해져 처지를 비관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혜진 기자/hhj6386@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