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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伊, 너마저?…유로존 弔鐘 울리나
유로존의 재정위기가 그리스를 넘어 ‘대마불사’로 꼽혀온 이탈리아로 전염됐다.

독일, 프랑스에 이어 유로화 사용 17개국 중 경제규모 3위로 남유럽 재정위기의 마지노선으로 꼽혀온 이탈리아에 금융불안감이 순식간에 확산되고 있다.

이탈리아 금융시장이 지난 주말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줄리오 트레몬티 재무장관의 파워게임으로 400억유로의 재정감축안 의회 가결이 불투명해지자 급작스럽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 주말부터 헤지펀드들이 대거 이탈리아 금융시장에 공매도를 통해 공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지난 8일 심리적 저지선인 5%를 돌파하며 불안감을 보인 데 이어, 11일 금융시장 개장과 함께 유로존 가입 이래 최고치인 5.67%로 뛰었다.

금융시장에서는 그동안 이탈리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규모가 120%로 유로존에서 그리스에 이어 두 번째로 높지만 채권시장이 가장 크고 안정적이라는 점 때문에 전염 가능성은 높지 않게 평가해왔다. 하지만 며칠 새 국채 금리가 5%를 넘어서면서 헤지펀드의 공격에 이탈리아가 무릎을 꿇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관련기사 8면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를 합친 것보다 배나 많은 9000억유로의 구제금융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 대마불사 이탈리아가 무너지면 유로존도 붕괴된다.

10일 유럽연합(EU) 수뇌부가 이날 오후 그리스 대책회의가 예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오전에 다급히 따로 모여 이탈리아 사태를 비공개로 논의했지만 별다른 대응책은 내놓지 못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일요일에 긴급히 공매도 규제 조치를 내놓았으나 이날 밀라노 증시의 FTSE Mib 지수는 3.96%나 폭락했다.

이탈리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를 가늠하는 CDS 프리미엄도 0.53%포인트 오른 3.02%로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CDS 집계기관인 마킷에 따르면 서유럽의 CDS 지수(iTrax SovX)도 이날 2.93%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국채투자 전문기업인 사피로 소버린 스트래티지의 CEO인 니콜라스 사피로는 “오늘은 18개월간 이어져온 유로존 재정위기에 가장 드라마틱한 날”이라고 평가했다. 이탈리아의 경제규모나 유로존 비중을 감안하면 유로존 금융위기가 클라이맥스로 진입하고 있는 셈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금융시장 역시 발행 채무가 총 1조6000억유로에 달하는 이탈리아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면 유로존도 견뎌내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출범 12년 만에 최대 시련을 맞은 유로존에는 이번 한 주가 역사상 가장 거대한 단일통화권의 생존을 결정할 시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지희 기자/j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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