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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데이>전화해킹 파문 확산…흔들리는 머독의 ‘미디어 왕국’
168년 전통 ‘뉴스 오브 더 월드’ 폐간…英 최대 위성방송 스카이 인수도 의회 반대 부딪혀
휴대전화 해킹 파문으로 세계적인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80)의 ‘미디어 왕국’이 흔들리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영국의 타블로이드 일요신문 뉴스 오브 더 월드는 ‘THANK YOU & GOODBYE’라는 헤드라인과 함께 168년의 역사를 마감했다.

이 신문의 모기업인 뉴스 인터내셔널은 머독이 이끄는 뉴스코프의 영국 자회사로, 연예계 유명인사뿐 아니라 실종 소녀, 테러 사망자 가족 등의 휴대전화를 해킹한 것은 물론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에서 숨진 병사 가족들의 음성 메시지도 해킹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큰 비난을 받아왔다.

결국 신문은 폐간됐고, 이번 사건으로 머독은 명성에 먹칠을 하게 됐다. 특히 이번 해킹 사건으로 ‘미디어 왕국’을 확장해 나가려는 머독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루퍼트 머독은 영국 최대 위성방송 스카이(BSkyB) 인수를 추진해왔다. 스카이의 지분 39%를 소유 중인 머독은 나머지 지분 69%의 인수 작업을 진행해 영국 정부로부터 가승인을 받은 상태다.

그러나 이번 해킹 사건으로 영국 의회에서는 머독의 언론권력 독점을 비판하면서 이번 스카이 지분 인수 허가를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영국 의회에서도 머독의 스카이 인수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머독이 스카이까지 인수할 경우 영향력이 지나치게 비대해져 여론의 왜곡을 낳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야당인 노동당의 에드 밀리반드 당수는 “해킹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스카이 인수 작업은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밀리반드 당수는 BBC에 출연해 “끔찍한 악습을 자행한 조직이 스카이 방송을 100% 소유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머독이 후계구도를 흔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익명 제보자의 발언을 인용, “후계자인 제임스 머독과 레베카 브룩스를 살리기 위해 레스 힌튼이 희생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다우존스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힌튼은 2007년 제임스 머독이 뉴스 인터내셔널을 운영하기 전까지 이 회사를 맡아왔다. 제임스 머독은 루퍼트 머독의 차남으로 뉴스 인터내셔널 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레베카 브룩스는 뉴스 오브 더 월드의 전 편집장으로 현재는 뉴스 인터내셔널의 CEO다.

특히 실종 소년 밀리 다울러의 휴대전화가 해킹당한 2002년에 편집장을 맡았던 브룩스는 해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여론은 신문사 고위층이 몰랐을 리가 없다면서 브룩스의 즉각적인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머독은 브룩스에 대해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밝혀 그를 사퇴시킬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루퍼트 머독이 10일 직접 런던으로 날아와 이번 사건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윤희진 기자/jj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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