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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칼럼>고유가·방사능보다 엔低가 위험하다
日지진후 엔화가치 급등

G7 엔고 저지 공조합의

日 엔화 약세 유도할듯

한국 수출산업 직격탄



일본 대지진과 리비아에 대한 다국적군의 공습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요즘 어딜 가나 세상살이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산유국이 몰려 있는 중동에서 튀니지, 바레인, 이집트, 리비아의 정치적 상황이 2차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라 할 만큼 격변하면서 차후 어떤 상황으로 전개될지 아직도 가닥이 잡히지 않고 있는 데다가 일본의 원전 사고는 상당히 오랜 기간 방사능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시민들은 일본 원전의 방사능이 봄바람을 타고 우리나라까지 오지 않는다는 보도를 듣고도 일말의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휘발유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데 리비아에 공습이 시작된 것도 자가용 운전자들에게는 당장 근심거리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변수가 우리나라 경제에 더 큰 파장을 미칠지는 가늠하기 쉽지 않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당장 심리적으로 공포감을 유발하지는 않지만 서방선진 7개국(G7)이 일본의 엔화 강세를 잡기 위한 국제 공조에 합의한 게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에 가장 큰 타격이 될 것으로 꼽는다. 대지진이 발생하자 무려 3조달러에 달하는 일본의 해외투자금이 회수될 것이란 우려에 국제금융시장에서 지난주 엔화 가치는 2차대전 후 최고 수준으로 폭등했다. 이런 비상 상황에서 G7은 일본은행이 사흘간 55조엔(약 6900억달러)을 푸는 등 사활을 건 돈 풀기에 나서자 외환시장 개입을 용인하고 지원해줄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런 시장개입이 우리에게 미칠 장기적 파장이다. 과거 1995년 1월에 발생한 고베 지진으로 엔화가치가 지금과 같은 이유로 폭등하자 G7은 그해 4월 역플라자 합의로 엔고 저지를 위한 국제 공조를 실시했었다. 이 덕분에 엔화가치는 9월부터 달러당 100엔대로 하락했고 2년 후에는 126엔까지 절하됐다. 그러나 이런 엔화가치의 하락은 한국과 아시아 국가들에 외환위기의 원인이 됐다. 우리나라를 먹여살리는 반도체와 자동차, 전자, 중공업 등 주력 수출산업은 일본과 국제시장에서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이는 구조다. 때문에 엔화가치 변동은 곧 우리 경제의 생사와 직결된다. 역플라자 합의로 일본에 가격경쟁력을 잃은 한국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는 곧 기업 부도와 외국 투자자본의 한국 증시 이탈, 일본 투자금의 국내 종금사 투자금 회수로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돈줄이 막힌 대기업들이 줄부도를 맞았었다.

반면, 2008년 월가에서 촉발된 세계 금융위기 와중에 한국이 선전했던 것도 엔화와 원화의 절상폭 차이 덕분이었다. 금융위기 이후 원화는 상대적으로 엔화만큼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지 않으면서 반도체, 자동차 산업의 수출경쟁력이 일본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일본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대지진 재앙을 당하면서 G7의 협력까지 얻어 외환시장에서 마음껏 엔화 약세를 유도할 수 있게 됐다. 일본은행은 이미 며칠 새 미국연방준비제도의 2차 양적완화 규모 6000억달러보다 많은 82조엔(1조1000억달러)을 풀어 유동성을 늘린 상태이다. 엔화 약세 여건이 확실해진 상황인 셈이다.

방사능 시금치도, 중동발 고유가 폭탄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이 혼돈의 와중에도 가장 중요한 건 한국경제의 사활이 걸린 수출경쟁력을 지켜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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