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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 日교수로부터 ‘훈수’를 얻다
삼성 서초동 본사에는 16일 대재앙 아픔을 겪고 있는 일본의 한 석학이 방문했다. 바로 후카가와 유키코<사진> 일본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다. 그는 이날 삼성사장단회의에 초청 강사로 삼성을 찾았고, ‘일본에서 보는 삼성’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후카가와 교수는 일본이 자랑하는 경제학자이자 지난 1987년 한국산업연구원 객원연구원을 역임할 정도로 한국에 정통한 인물이기도 하다. 한국말도 유창하다.특히 한ㆍ일 자유무역협정(FTA)ㆍ동북아 정세 및 경제질서에 대해 꾸준한 발언권을 유지해왔다.

이같은 후카가와 교수가 한국 기업, 특히 삼성을 어떻게 보는가에 대해 사장단들은 촉각을 기울였다.

후카가와 교수는 먼저 삼성 등 한국 기업을 칭찬했다. 그는 “일본에서 한국기업 공부 붐이 일고 있다”며 “일본 기업은 의사결정 구조와 속도에서 약점이 있지만, 한국 기업은 압도적 규모의 투자에 대해 책임지고 결정하는 오너십이 강해 일본에서 굉장히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뼈 있는 조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삼성에 대해 “인텔 인사이드도, 애플 아웃사이드도 안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컴퓨터는 갈수록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이 되고 있지만, 인텔 인사이드가 상징하듯 그 안의 핵심 부품은 지속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면서 “애플 아웃사이드는 반대로 완제품을 설계해 업체에 부품 생산을 주문한다든가, 오픈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새로운 기업 생태계를 만들고 그로써 부가가치 경쟁력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 기업이 공통적으로 인텔 인사이드도, 애플 아웃사이드도 못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이런 측면에서 양국 기업들의 숙제라는 인식을 보였다.

공교롭게도 후카가와 교수의 방문은 일본 지진 후 이뤄졌지만, 사실 지진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삼성사장단회의 강연 일정은 일찌감치 정해지기 때문에 후카가와 교수는 몇개월전 ‘섭외’된 인물이다. 회의에선 일본 지진과 관련해선 아무런 얘기도 나오지 않았다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해도 일본 지진 후 일본 상황을 말해줄 수 있는 입장이란 점에서, 또 와세다대학은 지난해 9월 이건희 삼성 회장이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곳이라는 점에서 세간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삼성사장단은 이를 의식하듯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의 제안으로 회의 전 일본 지진 피해자들을 애도하는 묵념을 했다.

<김영상 기자 @yscafezz>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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