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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공대 삼엄 경비…中 사실상 ‘계엄’
본지 특파원, 中 2차 재스민 시위 현장을 가다
베이징 KFC·맥도널드 앞

경찰수와 행인수 비슷

보행로에 난데없이 공사

한쪽선 살수차로 때아닌 청소


원총리 네티즌과 온라인대화

공정한 소득 재분배등 약속

민심 다독이기 안간힘


전인대·정협 앞두고

중동發 민주화 극도 경계


[베이징=박영서 특파원]27일 오후 2시 ‘재스민 혁명’ 2차 집회 장소로 예고된 베이징의 한복판 왕푸징(王府井) 거리. 정복경찰에다 사복경찰까지 대거 배치돼 행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다.

특히 집회 장소로 예상된 KFC와 맥도널드 앞은 경찰 수가 행인 수와 비슷할 정도였다.

매장 안에도 이어폰을 낀 사복경찰들이 자리에 앉아 창문을 통해 거리를 주시하고 있었다.

KFC와 맥도널드 앞 보행로에는 난데없이 공사가 벌어져 일부 공간이 푸른색 철제 펜스로 둘러싸였고 한쪽에서는 살수차가 때아닌 물청소에 한창이었다.

오후 2시가 되자 4대의 살수차는 KFC와 맥도널드 앞에 아예 주차해버렸다. 사람들이 모이는 것 자체를 막은 것이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발길을 멈추거나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어김없이 경찰들이 다가와 “서성대지 말고 걸어가라”고 계속 채근했다.

경찰들은 기자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검문했고 일부는 사진촬영 등을 이유로 현장에서 격리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총만 안 들었지 분위기는 거의 계엄상황 수준의 감시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중국 당국이 이날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 경찰특공대(SWAT)까지 파견해 군중이 모이는 것을 막았다고 28일 보도했다.

이처럼 공권력을 총동원한 노력으로 중국 전역에서 열릴 예정이던 2차 집회는 원천봉쇄됐다.

같은 날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신화통신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네티즌과 온라인 대화를 갖고 공정한 소득 재분배, 물가 및 민생 안정 등을 약속하면서 민심을 다독였다.

이번 대화는 네티즌들이 던진 ▷경제성장률 ▷물가안정 ▷개인소득세 등 20여개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약 2시간가량 진행됐다.

원 총리는 경제성장의 질과 효율을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시작되는 제12차 5개년(2011~2015년) 계획(12ㆍ5규획) 기간 경제성장 목표를 연 7%로 낮춰 잡았다고 밝혔다.

그는 맹목적인 성장추구는 생산설비 과잉을 불러오고 환경과 자원에 대한 압력을 높이는 한편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저해하게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물가상승을 막겠다” “2015년까지 3600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해 집값을 확실히 잡겠다” “개인소득세와 임금과세 최저선을 높이겠다”고 네티즌들에게 약속했다.

원 총리는 세세한 수치와 사례를 들며 네티즌들의 질문에 답했다. 그는 “돼지고기 가격이 한 근에 13위안 정도로 유지되고 있고 계란 가격도 5위안에서 4.7위안으로 내려갔다”며 “이는 시장에서 직접 확인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가상승이 전 세계적 상황이며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네티즌들에게 설명했다.

이 같은 중국 당국의 대응은 최대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불과 며칠 안 남은 상황에서 중동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재스민 혁명의 열풍이 중국으로 불어오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이란 나라는 갈수록 부자가 되어가고 있지만 대다수 중국인들의 삶은 오히려 고달프기만 하다. 공무원들의 오만과 부패, 빈부격차, 물가상승, 고가의 의료비와 학비, 주택난, 환경오염 속에서 서민들의 등은 휘어진다.

그러나 정부는 단편적인 문제해결에만 급급하고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조차도 고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표면적 현상만 보는 수박 겉핧기식 행정이 지속된다면 민심을 아무리 달래도 재스민 혁명의 외풍을 차단할 수 없다.

난마처럼 얽힌 모순을 풀어나가는 것, 이는 오늘날 중국 공산당이 안고 있는 큰 숙제가 아닐 수 없다.

py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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