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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인근 최악 유혈사태…코너몰린 카다피 화학戰 벌일까
중무장 용병 2500여명 등

비정규군 수천명 거리배치

방송국 앞 겹겹이 포위

반정부인사 색출·체포


수도 트리폴리 진격 막으려

박격포 쏘며 시위대 공격도


25일(현지시간)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대규모 시위가 예고된 가운데,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운명이 달린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카다피 친위대와 반정부 세력이 결사항전을 대비하고 있어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할 전망이다. 앞서 24일 수도 인근 자위야 등에서 카다피의 군대가 반정부 세력을 공격해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함에 따라 이 같은 우려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친ㆍ반 카다피 세력 결사항전 대비=25일 결전의 날을 앞두고 카다피는 마지막 보루인 트리폴리를 지키기 위해 삼엄한 경비를 펴고 있다. 특히 카다피가 거주하는 곳과 국영 TV방송국, 라디오방송국 등은 수많은 무장군인들이 겹겹이 에워싸고 지키고 있다. 트리폴리 동쪽 교외에 탱크가 배치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거리에 민병대와 용병 등 중무장한 비정규군 수천명이 배치됐고, 카다피의 용병부대 ‘이슬람 범아프리카 여단’ 2500명도 리비아에 불려온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카다피 정부의 주민들에 대한 통제도 더욱 엄격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 23일 무장한 남자들로 가득찬 SUV가 이웃집에 들어가 가족들을 끌어내는 것을 봤다는 주민의 증언도 나왔다.

목격자들은 “비밀 테러와 비밀 체포가 자행되고 있다”며 카다피 옹호 세력이 집집마다 뒤지며 반정부 인사를 색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반정부 시위대 측은 트리폴리 주민들의 휴대폰으로 25일 시위 참여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보내며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수도 인근 자위야에서 최악의 유혈사태=앞서 24일 트리폴리 인근 자위야 등에서는 반정부 세력의 트리폴리 진격을 막기 위한 리비아군과 용병의 공격으로 최악의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트리폴리에서 50㎞ 떨어진 자위야에서 군은 자동화기를 동원해 시위대를 공격했다. 한 의사는 머리와 가슴에 총을 맞은 10구의 시체를 봤으며 150명가량이 다쳤다고 전했다. 리비아 언론 쿠리나는 적어도 23명이 죽었다고 보도했다. 공격에 앞서 카다피는 반정부 세력을 향해 “떠나지 않으면 대학살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위야는 원유 수출과 생산의 주요 거점으로 반정부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곳이다. 이들 세력이 수도까지 진출하는 것을 우려한 카다피군은 선제 공격을 가했지만 이후에도 자위야 중심광장에는 “카다피는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며 수천명이 집결했다.

한 참가자는 “우리가 죽음이나 카다피의 총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대가 장악한 리비아 제3도시 미수라타에서도 무장병력이 공군기지를 공격해 6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무장병력은 박격포 등을 쏘며 공군기지를 장악한 반정부 시위대를 공격했다.

카다피는 이날 연설을 통해 이번 사태의 배후에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가 있다고 비난했지만 주민들은 ‘거짓말’이라며 더욱 반발했다.

한편 카다피의 사촌인 아흐메드 카다피 알 담은 이날 정부의 유혈진압에 반발해 이집트로 떠났다고 밝혔다. 카다피의 이너서클에 속했던 그는 시위대의 편에 서겠다고 말했다.

▶카다피, 화학무기 사용 우려=한편 CNN방송은 한 미국 관리를 인용, “리비아가 혼돈(chaos)으로 치달음에 따라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카다피가 리비아에 있는 겨자가스탄을 비롯 다른 화학무기들을 국민들에게 사용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CNN은 10t에 달하는 화학물질들이 트리폴리 남쪽 라브타 화학무기고에 저장돼 있다고 전했다.

한편 리비아 사태가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트리폴리 공항은 리비아를 빠져나가려는 수천명의 인파가 몰려 극심한 혼잡을 빚고 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탈리아는 150만명에 달하는 난민들이 이탈리아로 몰려올 것을 우려하며 유럽연합(EU) 측에 재정적 지원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북유럽 국가들은 예상 난민 숫자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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