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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관’ 한상률 의혹의 본질 정권교체기에 다 있다
인사 청탁을 위한 ‘그림 로비’ 의혹에 휘말려 공직에서 물러나 미국에 체류하던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지난 24일 돌아왔다. 2009년 1월 청장직 자진사퇴 뒤 그해 3월 돌연 출국했던 것만큼이나 갑작스러운 그의 귀국에 정관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림 로비 의혹 뿐만 아니라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촉발한 태광실업 표적 세무조사 논란과 이명박 대통령 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로 이 정부 집권 후반기 정국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최윤수)는 한 전 청장이 귀국하자마자 오는 28일 소환조사에 응하라고 통보했다. 한 전 청장에 대한 직접적인 수사가 본격화함에 따라 그를 둘러싼 의혹들이 속속 베일을 벗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한 전 청장은 지난 2007년 국세청 차장으로 있을 당시 전군표 전 청장에게 인사 청탁 목적으로 고 최욱경 화백이 그린 ‘학동마을’을 상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전 전 청장이 다른 뇌물수수 사건으로 구속된 뒤 부인 이모 씨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한 전 청장 내외가 그림을 선물하며 ‘경쟁자 좀 밀어내달라’고 했다”고 밝힌 데서 불붙은 의혹은 그가 전격 자진사퇴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주립대 방문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참여정부에서 청장으로 승진한 뒤엔 정권교체기에 즈음해 2007년 말 유임을 위한 로비를 펼쳤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대선 이후 여권 인사들에게 골프접대 등 인사청탁을 했다는 것이다. ‘미술품 강매’로 구속된 안원구 전 국장의 부인은 “현 정권에 건넬 10억원 가운데 3억원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한 전 청장은 또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원래 관할인 부산지방국세청이 아닌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교차조사 하도록 지시한 직권남용 혐의도 받고 있다. 세무조사 내용을 이 대통령에 1주일에 두차례씩 독대 보고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세무조사 이후로 대검 중수부의 박연차 회장에 대한 수사로 이어졌고 그와 친분이 있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까지 수사를 확대시켜 궁지로 몰아넣었다는 게 야권의 주장이다.

검찰은 이처럼 민주당과 참여연대 등이 2009년 그를 그림 로비를 통한 인사청탁 및 태광실업 세무조사와 관련한 직권남용한 혐의로 고발했던 건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지난 대선 당시 논란이 된 이 대통령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 여부에 대한 의혹도 해소되지 않을까 하는 관측도 나온다. 안 전 국장에 따르면 2007년 포스코건설 정기 세무조사 당시 우연히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이 대통령으로 기록된 전표를 발견했는데 소식을 접한 한 전 청장이 이를 은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한 전 청장이 비리덩어리인가”라면서도 “담담하게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수사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의혹 일체와 관련 한 전 청장 당사자를 제외한 참고인들에 대한 수사는 마무리해둔 상황이다.

<백웅기 기자 @jpack61>
kgu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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