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실리콘으로 제작된 김대중 전 대통령 부부의 인형

[헤럴드경제(목포)=황성철 기자] 전남 목포시 소재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 부부의 밀랍 인형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위법·부당한 계약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목포시는 지난해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에 대한 감사결과 김 전 대통령 부부 인형이 당초 사업계획과 달리 밀랍이 아닌 실리콘으로 제작된 것으로 확인돼 해당 직원들을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고 14일 밝혔다.

당초 사업계획에는 이 인형을 밀랍 소재로 제작하기로 했으나 실제로는 밀랍 인형 제작 경험이 전무한 실리콘 인형 제작업체와 계약이 체결됐다.

실리콘은 재질에 따라 밀랍보다 단가가 1000만원 이상 저렴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계약 시에는 반드시 두 개 이상 업체의 견적서를 받아 비교하게 돼 있으나, A업체는 타 회사 명의의 견적서를 허위로 꾸며 제출했다.

계약에 관여한 기념관 직원 3명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A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목포시는 이들 3명에 대해 업무상 배임, 사문서 위조·변조, 사문서 부정 행사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 했다.

목포시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인형 제작 계약에 관여한 직원들 중 1명을 해고했다”면서 “해당 직원들은 지방회계법 의무 위반 등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고발 조치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은 2021년 3월 기념관 2층에 김 전 대통령 부부 인형을 전시했다.

인형 제작에는 목포시 출연금 4400만원이 투입됐고, 제작은 2020년 10월 수의계약을 통해 경기도에 있는 A업체가 맡았다.

하지만 5개월 뒤 공개된 인형은 김대중 전 대통령 부부의 생전 모습과 전혀 닮지 않은 데다, 제작 소재가 의심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문제가 된 인형은 지난 1월 철거돼 기념관 수장고에 보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