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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공의 대신 의사 업무 하는 PA 간호사들…“의료사고·불법진료 불안하다”
전공의 집단이탈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27일 오전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중환자를 옮기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전주)=황성철 기자] “전공의의 업무를 PA 간호사들이 떠맡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일이 장기화하면 업무가 지나치게 많아질 수 있습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여드레째인 27일, 전북지역 대학병원 간호사들은 전공의 공백에 따른 업무 과중과 혼란스러운 병원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수술실 간호사’라고 불리는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는 의사의 진료를 보조해야 함에도 전공의의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의사의 업무를 대신하고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의사 인력이 부족한 탓에 현장의 PA 간호사는 합법과 위법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전북대병원의 15년 차 간호사는 “전공의는 수술이 끝난 환자가 감염되진 않았는지, 출혈이 없는지 등을 살펴보고 처치한다”면서 “전공의들이 자리를 비우다 보니 이런 업무 일부를 PA 간호사들이 대신 맡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증 환자 위주로 진료하다 보니 병원을 찾는 환자의 전체적인 숫자는 줄었지만, 전공의의 업무에 대신 투입된 PA 간호사들은 불법 의료행위를 하는 데 대해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알렸다.

또, 진료과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연장근로 시간을 추산하긴 힘들다”면서 “일정 수 이상의 의료진이 매일 병동을 지켜야 하므로 (전임의까지 병원을 떠나면) 앞으로 연장근로는 더 늘어날지도 몰라, 업무가 늘면 삶의 질이 떨어져 간호사들도 지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김소영 원광대병원지부 수석부지부장은 “배액관(담즙을 배출하는 플라스틱 관) 소독은 전공의들의 업무였는데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PA 간호사들이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의사 업무를 해야 하는 PA 간호사들은 의료사고가 나진 않을지, 또 불법 진료를 했다고 처벌받지 않을지 불안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부터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을 실시해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시범사업을 통해 간호사가 수행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는 의료기관의 장이 내부 위원회를 구성하거나 간호부서장과 협의해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PA 간호사 등은 의사의 역할 일부를 대신할 수 있게 된다.

정부가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이유로 한시적이나마 PA 간호사를 법의 테두리 안에 넣는 셈이다.

김 지부장은 “시범사업에 대해서는 일단 (병원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결정된 게 없기 때문에 (간호사들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실효성이 있는지 등) 현장 상황을 더 살펴봐야 할 것 같다”며 “전국적으로 PA 간호사의 수가 점점 늘고 있는데, 이것만 봐도 의료현장에 얼마나 의사들이 부족한지 알 수 있다.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의사 증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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