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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버려진 고양이 500마리 생명 구한 ‘꿈꾸는고냥이’
순수봉사모임회원 20명 십시일반 모아 입양 도와
“매달 운영비 200만원 적자…그래도 행복해요”
재개발현장 등 유기동물 한해에만 11만 마리

쉼터에는 30마라의 고양이들이 새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모두가 주인에게 버림받아 마음의 상처가 있는 녀석들이다.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냐옹, 냐아옹”

작은케이지 안에는 4마리의 새끼 고양이가 들어있었다. 검은색, 노란색, 흰색줄무늬 등 모양도 생김새도 서로다른 고양이들은 두려움에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생후 1달에서 3달만에 어미를 잃고 주인에게 버림 받았다. 이대로면 대부분 얼어 죽거나 굶어 죽는다.

19일 오전 광주의 한 유기고양이 임시보호소.

이곳에는 30여 마리의 귀여운 고양이가 새주인을 기다리며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대부분 주인들이 고양이를 기르다 길가나 유기동물보호센터 앞에 버린 녀석들이다. 주인에게 가족에게 버림받은 마음의 상처가 고양이의 눈망울에 맺혀 있는 듯하다.

“봉이야, 푸린아, 물결아. 약 먹어야지”

30평 남짓 고양이 임시보호소는 자원봉사자로 이뤄진 꿈꾸는고냥이(양소영 센터장)가 운영한다. 순수 민간단체로 고양이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봉사모임을 꾸렸다. 현재 20여명의 회원들이 십시일반 자비를 털어 고양이 사료와 간식, 임대료 등을 내고 있다. 한달 평균 300만원 가량 드는데 적자만 200만원이다.

하지만 불쌍한 고양이를 못본 채 할 수 없어 마음을 나누고 있다. ‘꿈꾸는고냥이’ 유튜브 채널과 SNS를 통해 고양이 소식을 나누고 있다.

입양과정은 전액 무료로 진행된다. 대신 면접과정은 꼼꼼하고 깐깐하게 진행된다. 여기에 사후관리와 모니터링을 통해 고양이들의 새삶을 응원하고 있다. 꿈꾸는고냥이는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순수 자원봉사 모임이다. 가끔 고양이를 분양받는 입양자들이 감사의 표시로 사료나 간식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집에서 개나 고양이 등을 기르고 있는데 길가에 버려진 아이들을 보면 불쌍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의기투합했다. 한 마리씩 식구를 늘리다 보니 지금의 규모로 커졌다.

대한민국에서 한해 11만마리의 유기동물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광주에서는 5마리의 개와 고양이가 한꺼번에 버려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독자제공]

자원봉사자 최정은씨는 “회원들이 팀을 짜서 매일같이 고양이들을 돌보다 보니 이곳은 호텔처럼 쾌적하게 잘 관리되고 있다. 회원들은 마음이 따뜻하고 선한 사람들” 이라며 “일부 사설 업체에서 수익을 목적으로 고양이를 방치, 확대하거나 분양사업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이를막기 위해 올해 광주시에 정식 단체로 등록하고 월 만원씩 후원 캠페인도 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유기고양이들은 사람 손에 길들여 있어 대부분 온순했고 사람을 잘 따른다. 이러다 보니 약육강식의 야생의 생활에는 적응하지 못하고 길고양이와의 영역다툼에서 뒤쳐진다. 결국 길거리를 배회하다 차에 치여 죽거나 다치는 경우가 많다. 사회문제로까지 부각되기도 한다.

꿈꾸는 고냥이는 고양이를 사랑하는 선한 사람들의 봉사모임이다. 한달 운영비로 200만원의 적자가 나고 있지만 십시일반 회비를 모아 고양이들의 새삶을 지원하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고급품종의 고양이도 더러 눈에 띈다. 기자와 마주치자 동그란 눈과 귀를 쫑긋거리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한참을 바라본다. 상처가 심하고 사람을 따르지 않은 고양이들은 임시보호소의 터줏대감이 됐다. 집사들을 케이지 위 서랍에서 내려다 보는 모습이 도도하게 때로는 품위있게 보였다.

고양이 등 반려동물은 한해 11만 마리가 버려지고 있다. 한달에 9000마리, 하루에 300마리가 주인의 손에 의해 유기되는 셈이다. 반려동물 1000만명 시대에 대한민국의 쓸쓸한 자화상이다. 지난 2021년부터 반려동물을 유기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된다. 범죄행위인데도 유기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실제 광주에서도 반려동물 증가는 늘고 있다. 1만마리 정도로 추산된다.

지역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재개발, 재건축 현장과 외국인노동자 거주지, 청년들이 많이 살고 있는 대학가에서 버려진 고양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 경기침체 여파와 사육에 대한 부담감으로 소중한 생명을 길가에 방치한 셈이다. 고양이 등 유기 반려동물은 지자체가 운영하는 보호센터로 가지만 버려진 개나 고양이가 워낙 많다보니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

'꿈꾸는 고냥이' 회원들이 19일 고양이쉼터에서 유기고양이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서인주 기자

일부는 새가족을 만나기도 하지만 상처나 질병, 사나운 성격 등을 가진 개체는 안락사를 당하기도 한다.

양소영 센터장은 “30여평 남짓의 임시보호소는 4곳의 섹터로 구성됐다. 건강상태와 사회성 여부를 따져 각각 배정된 방에서 보호한다” 며 “지금까지 500마리 정도의 유기 고양이들을 새가정에 입양시켰는데 새삶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고양이 보호에 대해 불편한 시각도 있다. 이해한다” 며 “하지만 사람과 반려동물이 공전하고 서로 배려해주면 좀 더 나은 사회가 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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