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올해 전남 해남군에서 발견된 고선박 '해남선'에서 수습한 유물과 선체를 조사한 결과, 고려시대에 제작·운항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19일 밝혔다. 사진은 해남선이 노출 모습.[연합]

[헤럴드경제(해남)=황성철 기자] 전남 해남군에서 발견된 고(古)선박의 정체가 드러났다.

고 선박의 유물 등을 조사한 결과 고려시대 지방에서 각종 곡물을 실어 나르는 데 쓰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

19일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지난 5월 해남군 송지면 송호해수욕장 일대에서 발견된 ‘해남선’(海南船) 선체와 유물 등을 조사한 결과, 고려시대에 제작해 운용한 선박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조사결과, 배의 아래쪽 면인 저판은 7열이 남아 있었고 선체의 양 옆면을 이루는 외판 부재는 좌현 2단 우현 3단이 각각 남았다.

남은 부분을 토대로 추정하면 이 선박의 최대 규모는 길이 13.4m, 폭 4.7m로 추정된다.

이 배는 발견 당시 7열의 저판이 남아 있었다. 저판은 선체의 바닥면을 이루는 부재로 다른 부분들에 비해 가장 두껍다. 또 선체 양 옆면을 이루는 외판 부재도 좌현 2단·우현 3단이 각각 존재했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배의 최대 길이는 약 13.4m에 폭은 4.7m였을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연구소 측은 “저판 규모를 따져 봤을 때 현재까지 국내에서 조사된 한반도 제작 고선박 중 가장 큰 규모다”며 “함께 수습한 유물들과 선체 부재들의 방사성탄소연대측정 결과 11세기 초반에서 12세기 중반경, 고려시대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곡물 운반이라는 용도를 추측한 근거는 현장에서 나온 유물들인데, 도기·기와·숫돌·닻돌 등 총 15점이 발견됐다.

숫돌은 칼과 같은 연장을 갈아 날을 세우는 데 쓰이며, 닻돌은 나무로 만든 닻을 가라앉게 하기 위해 매다는 용도다.

특히 도기 안에는 볍씨를 비롯한 여러 종의 씨앗류가 들어있었다.

따라서 배가 과거 곡물을 운반하는 용도로 쓰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소는 “해남선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보존 처리를 진행할 예정이다”면서 “해남선의 좌초 경위와 성격 등을 규명하기 위한 구체적인 연구도 순차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올해 전남 해남군에서 발견된 고선박 '해남선'에서 수습한 유물과 선체를 조사한 결과, 고려시대에 제작·운항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19일 밝혔다. 사진은 배에서 발견된 도기 항아리 내부에서 나온 씨앗류.[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