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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손주는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 노인들의 외침
이재석 광주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부 초빙석학

이재석 광주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부 초빙석학

[이재석 지스트 초빙석학] 최근 정치권은 MZ세대의 어려움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신속하게 대응한다. 그러나 노인들에 대한 정책 대처는 빠르지 않다.

베이비붐 1세대로써 느끼는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마강래 중앙대 교수는 ‘베이비부머가 떠나야 모두가 산다’라는 저서에서 “세대갈등, 일자리,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귀향 프로젝트‘는 시대적 과제로 적극 추진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모든 사회정책은 쉽게 성공할 수 없고, 간단하지도 않다. 사회가 얽히고 설켜서 제안하는 정책들이 모두 정답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의 동의를 받기도 어렵다.

고향을 떠나 서울에 사는 베이비부머 친구들에게 시골에 와서 같이 여생을 보내자고 권유를 하면, 더 일해야 하는데 시골에 가면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 답이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지역에서 태어나 자라고, 도시에서 공부하고 사회의 팽창에 따라 사회 활동 기회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시대에도 묻지마 경쟁에 내동댕이쳐 있었고, 나름 성공한 자리에 올라가기 위한 노력 또한 쉽지 않았다.

단지 자라나는 환경과 시대가 달라, 각 세대가 느끼는 고통의 무게는 달랐을 것이다. 지금 젊은 세대들은 옛날이야기(라떼)는 하지 말라고 하지만, 화장실 문화만 예를 들어도 세대 간에 차이가 있었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것이다. 대변을 볼 때 불쾌한 냄새가 함께했던 것 뿐 아니라, 대변이 떨어졌을 때 반사적으로 뛰어오르는 오염물을 느낀 경험이 있었느냐에 따라 세대가 달라질 수 있다.

최종적으로 수세식 좌변기가 있는 것을 마지막으로 생각하더라도, 그 중간에 수세식이지만 쪼그려 않아서 대변을 볼 때가 있었다. 최근 그런 화장실에서 일을 볼 때 다리가 아픈 고통을 경험하면서, MZ세대의 시간을 우리 세대의 환경으로 되돌릴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노인들의 노후생활이 불안정하다는 통계가 발표된다. 우리 선배들은 직장도 많이 없었을 뿐 아니라, 안전한 직장을 은퇴한 후 연금보다는 퇴직금을 선호하고, 재테크의 경험도 없어서 어려운 삶을 보내고 있다.

그런 연유에서 현재 노인 세대는 연금 생활자가 OECD 평균보다 적어서 걱정이다. 노후생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도 부동산 사랑에서 벗어나 유동자산도 같이 활용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또 주택연금을 활용하도록 권유한다. 주택 가치가 엄청나게 내려갔던 일본의 선행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의 노후 계획을 세워야 한다.

새로운 정부에서 연금을 개혁한다고 하니 미래 세대들에게 희망을 주는 연금 개혁이었으면 좋겠다.

보육이 노년들의 일과가 되어버린 친구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서울에 일자리를 찾아 올라간 자식들의 아이들을 보육하려 베이비붐 세대들이 서울로 올라간다’는 이야기는 지역 소멸을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정책 입안자들에게 어떻게 들릴까?

마 교수의 애국적 지론인 수도권 밀집 해소 방안의 학문적 논거를 어떻게 수정해야 할까? 서울시에서는 조부모 친척이 아기를 돌보면 월 30만 원의 수당을 준다고 한다. 손자를 돌봄으로써 다행하게 노후를 책임져 주었다고 기뻐해야 할까? 손주 돌보는 재미로 산다는 말은 허구이다.

최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손자녀 돌봄이 조모의 우울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서 손자녀를 돌보는 조모의 우울감이 크다고 나타났다. ‘손주는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라는 옛말에서도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한국의 정치가 노인을 위해 걱정해야 할 것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보육을 담당하지 않고, 늙어서도 자식들의 병시중을 들지 않고, 각자 자기의 노후와 건강만을 책임지고 자식이나 젊은이에게 짐이 되어 미안해하지 않는, 그런 나라가 한국이었으면 좋겠다.

최근 정부 발표의 ‘초등 늘봄학교’의 정책만 아니라, 취학 전 어린이의 돌봄까지 국가가 책임져 준다면 저출산의 늪에서 헤어날 수 있을 것이다. 후손들이 축복받는 요람에서 인간답게 무덤으로 가는 나라, 그런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고 복지 국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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