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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멸종위기종 흑두루미 지키자”…순천시 보금자리 넓히기
흑두루미

[헤럴드경제(순천)=황성철 기자] 순천시가 멸종위기종인 흑두루미를 조류인플루엔자(AI)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보금자리 넓히기에 나선다. 15일 순천시는 순천만 대대뜰에 운영 중인 흑두루미 희망농업단지 62㏊(헥타르)에 더해 근처에 있는 인안뜰에도 109㏊ 규모의 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희망농업단지는 농지에서 볍씨를 거두지 않고 먹이로 사용하는 대신 농민에게 1㏊당 360만원의 지불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농사는 낙곡을 먹는 새에게 해를 주지 않기 위해 친환경 방식으로 짓는다. 순천시는 작년 11월부터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에 이런 의사를 밝히고 관련 사업에 국비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순천시에 따르면 희망농업단지 확장에 필요한 예산은 244억원이다.

흑두루미 희망농업단지를 추가로 만들면 농지를 제공한 가구에 지불금을 내고 농사를 지을 인력에게 지급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전신주를 뽑고 용수로도 지어야 한다. 흑두루미가 전신주에 부딪히거나 전선에 걸려 다치고 죽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2011-2018년 철원에서 두루미류가 겪은 사고 28건 가운데 12건(42.9%)은 전선 충돌에 의한 것이었다.

순천시가 흑두루미 보금자리를 넓히려는 것은 대대뜰만으로는 AI를 피해 한국으로 온 개체군을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흑두루미는 주로 시베리아 동부 습지에서 번식하고 한국 순천만과 천수만, 일본 이즈미(出水)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 그런데 작년 11월부터 최대 월동지인 이즈미에 AI가 확산했고 한 달 동안만 918마리가 폐사했다. 이에 흑두루미는 한국으로 피난 오기 시작했고, 작년 11월 21일 순천만에서만 9841마리가 관찰됐다.

밀집도가 높아지면 AI 확산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윤종민 조류팀장은 사람의 토지 이용에 따라 서식지가 감소할 때 과밀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에 따라 AI가 확산할 때 폐사체가 다수 발생한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순천시 순천만국제습지센터에서 노관규 순천시장 등이 모여 흑두루미 서식지 보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순천시는 지난 12일 철원군·서산시·여수시·광양시·고흥군·보성군 등과 ‘남해안 흑두루미 벨트 구축’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들 지자체는 흑두루미 서식지 보전을 위한 지자체장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서식지 분산을 통해 AI 예방에 노력하기로 했다.

순천시는 전남대 연구진과 함께 흑두루미에게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이동 경로도 정밀하게 조사할 예정이다. 흑두루미는 전 세계에 1만6000-1만8000 마리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취약(VU·Vulnerable) 등급으로 지정된 국제보호종이다.

한국에서도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서 관리를 받고 있다. 붉은 정수리, 흰 머리와 목을 제외한 온몸을 덮은 검은 깃털이 특징이다. 몸길이는 약 100㎝로 두루미류 중에서는 작은 편이다. 포식자를 피해 주로 갯벌에서 잠자다 보니 북한에서는 ‘갯두루미’라 불린다.

지난 12일 기준 순천만에서 발견된 흑두루미는 평년보다 1000 마리 정도 많은 5117마리다. 흑두루미와 마찬가지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재두루미(19마리)와 검은목두루미(9마리), 캐나다두루미(2도)도 관찰됐다.

순천시는 “흑두루미가 더 많은 것은 국내에 흩어졌던 개체군이 모였거나 러시아에서 뒤늦게 남하한 개체군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일부 개체군이 일본에서 역유입됐을 수도 있지만, 이즈미의 AI 확산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가능성이 작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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