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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잿물에 죽을뻔한 아이, “웃음으로 사람 살리다”
자살・사고・가난 극복한 김영식교수의 희망메시지
고물가, 고환율 등 경기침체에 웃음잃은 대한민국
판소리, 요가 결합해 웃음의식 개선운동 스타트

 
29일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웃음박사 김영식 남부대 교수를 찾았다. 바로 그가 양잿물로 죽을 뻔한 아이다. 서인주 기자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 50여년전. 뱃속 아이는 하마터면 잘못될 뻔했다. 찌든 가난과 생활고로 어머니가 양잿물을 들이키면서 아이의 온몸이 잿빛으로 변했다. 뒷통수에는 커다란 고름 주머니마저 달려 있었다. 모두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뒷산에 장례를 치르려는 순간 기적이 발생했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살려는 생존의 울음이자 희망의 웃음이었다. 시간이 흘러 아이는 대학강단에 섰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전파하는 웃음박사가 됐다.

웃음.

사람의 마음을 표정 변화나 소리로 나타내는 표현방식이다. 마음의 긴장이 갑자기 무너지고 즐거움·여유·대상을 비판할 수 있는 심리적 거리가 생길 때 웃음이 나온다.

웃음이 사라지고 있다.

사람들이 먹고 살기 힘들어 지면서 나타난 증세다.

한국최초의 웃음요가를 만든 김영식 교수는 한국의 정서를 담은 웃음생명운동을 펼쳐가고 있다.

고금리, 고물가, 경기침체. 실제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지면서 웃을일은 점점 줄고 있다. 큰일이다. 웃음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인데 말이다.

해법은 없을까?

29일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웃음박사 김영식 남부대 교수를 찾았다. 바로 그가 양잿물로 죽을 뻔한 아이다. 연구실에서 만난 김 교수는 잘 우린 지리산 발효차를 내왔다. 편안한 미소에 긴장이 풀어졌다. 폭설이 내린 광주는 영하의 추운 날씨였지만 한바탕 웃음으로 연구실은 인터뷰 내내 따뜻했다.

김 교수는 남부대에서 무도경호학과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체육학 박사출신으로 중고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하다 대한민국 최초의 웃음요가를 창시하며 더 큰 도전에 나섰다. 각종 매체와 저술활동, 방송출연으로 유명세를 탔다. 현재는 웃음인성교육센터, 국제웃음요가문화연구소 등 웃음의식운동을 통해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물하고 있다.

“제 삶을 되돌아 보면 피눈물이 나는 시간이 많았어요. 온몸은 극심한 피부병에 시달렸고 보리쌀에 풀뿌리를 섞어 끼니를 해결하는 가난한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죠. 아버지, 형님, 여동생도 암으로 차례로 잃고 심한 우울증에 빠졌습니다”

김교수가 ROTC 27기 장교로 제1공수특전여단에서 근무하던 시절.

김 교수의 일대기는 장편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숱한 아픔과 인생의 역경이 삶의 곳곳에 녹아있었기 때문이다. 태어나자 마자 죽을뻔 했고 온몸은 아파왔다. 사랑하는 가족들은 아픔과 통증을 호소하며 뼈만 남은 채 세상을 떴다. 가슴이 찢어졌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며 삶의 의미를 잃어갔다.

4살 터울의 여동생은 고등학교에 들어가자 마자 백혈병에 걸렸다. 어제만 하더라도 멀쩡했던 꽃다운 여동생에게 날벼락이 떨어진 것이다. 온몸에 주사바늘흔적과 마른나무처럼 마른 여동생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병원에서 포기한 것이다.

“오빠,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

아이스크림을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마당에 주저 앉았다. 그렇게 동생이 하늘로 간 것이다. 동생이 잠든 묘지에서 또 눈물을 쏟았다. 세상의 원망과 신세를 한탄하면 며칠을 술로 보냈고 2번의 자살을 기도했다.

“어느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살기위해 운동과 공부에 매달렸어요. 그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거든요”

혼자 식당을 운영하는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마음 독하게 먹었다. “강해져야 한다” 합기도, 태권도를 죽기 살기로 했다. 식당일을 도우면서 공부도 잘했다. 깡다구 하나를 믿고 출전한 격투기 대회에서도 우승했다.

1985년 전남대 사범대학에 수석으로 입학했다. 노력왕이라는 별명을 달게 된 배경이다.

그리고 ROTC27기 장교로 제1공수특전여단에 지원했고 전남 고흥에서 체육교사로 일하게 됐다. 이때도 시련은 그치지 않았다. 알 수 없는 교통사고가 이어졌고 당직근무때 학교에 큰불이 났다. 누군가가 학교에 불을 질렀고 경찰조사가 이어지면서 심신이 지쳐갔다.

“이때 심한 불면증이 찾아왔어요. 삶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얼마 못살 것 같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고 가슴속이 답답했죠”

이때 김 교수는 판소리를 접하게 된다. “소리치고 싶다”는 마음속 외침이 국악의 길로 자연스레 이끈 것이다. 창, 판소리, 전통악기를 배우면서 가슴속 한을 승화시켜 나갔다. 내친김에 레크리에이션도 배웠다.

김 교수는 남부대에서 무도경호학과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지리산발효차를 함께 마시며 2시간 가량 인터뷰를 이어갔다.

전남충의교육원 담당교사로 파견가면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나보다 더 어려운 이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주는 재능기부를 펼친 것이다. 그의 신명나는 강의와 눈물어린 이야기에 사람들은 웃고 울었다. 그리고 행복해했다.

“웃음 하나로도 사람을 살릴 수 있구나”

김 교수는 이때 웃음의 의미를 깨달았다. 그리고 남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배우고 연구하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한국최초의 웃음요가가 탄생한 배경이다. 웃음생명운동도 펼쳐가고 있다. 앞으로는 웃음의식 운동가로 대한민국에 긍정과 역동적인 힘을 불어 넣을 계획이다. 남부대에서는 행복학개론을 강의하고 있다. 학생들의 시험은 뻔한 답안지 제출이 아니다. 웃음을 누가 얼마나 잘 짓느냐가 학점을 결정한다. 참 재미있고 멋있는 강의다.

웃음을 주제로 책도 펴냈다. 제목은 ‘사람을 살리는 웃음’이다.

개정판이지만 5년 만에 나온 만큼 그간 변화된 사회 현상들이 반영돼 새롭게 구성됐다.

이책은 코로나19와 전쟁 등 여러가지 사회문제로 상처받은 현대인들의 마음 치유에 중점을 뒀다.

김 교수는 “웃음이야말로 생명을 살리는 매우 중요한 삶의 방식”이라며 “일상생활은 물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진 현실에서우리가 절대 잃어서는 안 되는 것은 ‘웃음’이라는 치료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웃음’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결국 내 마음을 바라보는 것이 행복의 첫 걸음”이라며 “웃음을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고 내 일상 속에서 재미와 삶의 의미를 찾아봤으면 한다. 이를 되찾았을 때 진정으로 기분 좋은 웃음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웃음을 주제로 책도 펴냈다. 제목은 ‘사람을 살리는 웃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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