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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컥한 강기정 시장, 광주시의원에 작심 발언 왜
시의회 “독점과 아집으로 세운 예산 2090억 삭감”
강 시장 “예산심의권 남용, 일하지 말라는 소리”
취임 반년 강시장 소통・리더십 흠집 우려도

강기정 광주시장이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내년 예산심의에 대한 불편한 입장을 토로했다. 서인주 기자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 “일하지 말라는 소리냐”

강기정 광주시장이 울컥하며 눈물을 보였다. 내년에 야심차게 추진하려던 광주시 사업예산 2000억원이 의회에서 대부분 삭감되자 감정이 북받쳐 오른 것이다. 초유의 일이다. 이 때문에 강 시장은 ‘시의원들의 민원성 쪽지예산을 반영 안해 발생한 화풀이성 심의’라며 눈총을 쐈다.

#. 광주시의회는 “강 시장의 독점과 아집으로 세운 예산을 삭감한 건 당연한 일”이라며 정면 대응했다. 물러서지 않고 맞불을 놓은 셈이다. 사실 의회와 광주시와의 관계는 매끄럽지 못했다. 최근에는 “공무원 노조가 시의회가 갑질을 한다”며 항의에 나서는 등 크고 작은 홍역을 치렀다. 현재 광주시의원 대다수가 초선의원이다.

광주시정의 핵심축인 시장과 의회간 정면대결이 감정다툼으로 번지면서 공직사회와 지역사회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실제 광주는 어등산개발사업과 AI인공지능사업 클러스터, 지하철2호선 등 굵직한 현안사업들이 널려 있다. 고물가, 고금리 등 경제침체가 여파속에 집행부와 의회갈등이 장기화되면 피해는 결국 시민 몫이 된다.

이번 갈등은 지난 14일 본회의장에서 터졌다. 집행부가 상정한 내년도 예산 7조1102억이 최종 의결됐지만 강시장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광주시가 당초 제출한 예산 7조2535억원에서 2089억8200만원이 삭감됐다. 강 시장은 이를 두고 민원성 쪽지예산을 받아주지 않아 발생한 예산심의권 남용이라고 성토했다.

강 시장이 당초 제출한 예산 7조2535억원에서 2089억8200만원을 삭감됐기 때문이다.

강 시장은 “시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를 위해 요청한 교부금, 이른바 쪽지 예산을 반영하지 않은데 대한 화풀이성이라 본다. 이는 예산 심의권 남용의 결과” 라며 “긴급현안 사업비를 깎는 것은 일을 열심히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며 성토했다.

이어 “잘려나간 예산 가운데 ‘망월동 묘역 가꾸기’와 ‘창업 성공률이 높은 광주를 위한 일자리 예산’은 중요한 지역 아젠다” 라며 “정치를 하는 시의원들도 새로운 개혁을 위해서라면 용기 있는 행동에 동참해야 한다” 고 밝혔다.

시의회도 가만 있지 않았다.

입장문을 통해 ”강 시장의 독선과 아집이 이번 참사를 불렸다. 상임위를 무력화시키거나 시의원들의 고뇌에 찬 결단을 폄훼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무창 광주시의회 의장은 “삭감 권한 있는 시의회 입장에서 쪽지 예산 없이 원칙을 지켜냈다” 며 “상임위 심사 때 집행부 간부 공무원들이 동의하고 합의한 사업들이 예결위 심사에서 부동의로 뒤집혀 타협과 조정이 이뤄지지 못한 부분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취임 6개월이 지난 강 시장의 소통능력과 리더십에도 흠집이 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강 시장은 3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민정수석으로 일했다. 오랜 세월을 정치인으로 보낸 그가 이제는 광역 단체장에 맞는 품격과 행보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광주시의회. [광주시의회 제공]

시청 내부 의견은 엇갈린다. 지금이라도 시의회와 협의를 통해 원만하게 풀어가야 한다는 이른바 비둘기파와 취임초기에 잘못된 관행을 뿌리뽑지 못하면 안된다는 매파로 나뉜다.

광주시의회 한 초선의원은 “강시장이 시의원 면담도 거부하는 등 의회를 경시하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며 “지금이라도 열린 자세로 대화와 소통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시 공무원 A씨는 “짬짜미 쪽지 예산 등 솔직히 집행부가 그동안 시의회에 끌려다닌 측면이 있다. 폐해가 반복됐고 이게 관행이 됐다” 며 “혁신이라는게 늘 진통이 따르지 않느냐. 지금 바로잡기 못하면 도로아미타불이다. 좀 더 정제되거나 세련된 표현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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