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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시의회, 시예산 2000억 삭감…강 시장, ‘예산심의권 남용’ 반발
강기정 광주시장

[헤럴드경제(광주)=황성철 기자] 광주시의회가 내년도 광주시 예산을 이례적으로 증액 없이 2000억원을 삭감했다. 강기정 시장은 예산 심의권 남용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증액은 한 푼도 없이 삭감만 이뤄진 사상 초유의 일이다. 당분간 집행부와 의회 간 갈등이 이어질 전망이다.

14일 광주시의회(의장 정무창)는 본회의를 열어 2023년도 광주시 일반 및 특별회계 세입·세출 예산 7조1102억원을 통과시켰다. 광주시는 시의회에 올해보다 2441억원(3.5%) 증가한 7조2535억원을 제출했다. 세출에서 일반회계 180건 2089억원이 삭감됐다. 증액은 없었다.

지난 8일부터 예결위를 열어 예산을 심의한 광주시의회는 본회의를 하루 앞둔 13일 밤 심의를 마쳤다. 예결위는 심의 과정에서 집행부와 증액·삭감 예산을 두고 줄다리기를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집행부는 자치구 민원 사업 등 시의회 요구 예산 등을 받아주지 않았다. 예결위도 증액 없는 삭감 예산안을 본회의에 넘겨 그대로 의결했다.

강 시장은 광주시의회 제312회 본회의에서 예산안이 통과된 직후 “오늘 여러분이 의결한 2023년 본예산은 의회 예산 심의권의 남용이다”며 “집행부가 오랫동안 고민했던 예산을 화풀이 식으로 예산 삭감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1980년 새벽 청소차에 실려 온 망월 묘역 예산을 넣었는데 잘렸다”며 “창업 성공률이 높은 광주를 만들어 활력을 불어넣자는 일자리 예산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을 위한 특별회계 예산 1조420억9000만원 가운데 823억원이 삭감됐다. 시내버스 준공영제 재정지원금도 900억원에서 100억원이 감소했다. 5·18구묘역 성역화조성 사업비 3억9000만원과 5·18 출동 기종 장비 이전 전시 사업비 1억5000만원도 전액 없어졌다.

이날 광주시의회 무더기 예산 삭감은 ‘쪽지 예산’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자치구 민원사업이 대부분인 시의원들의 쪽지 예산이 집행부 부동의로 막혔기 때문이다. 도로 개설 사업 8건 18억5000만원과 광주노동인권회관 건립사업비 32억원이 전액 반영되지 않아 의회 안에서 불평이 있었다. 그동안 집행부와 의회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의견이다. 강기정 시장이 행정가로서의 통합과 화합의 이미지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정무창 광주시회의 의장은 ““예결위 심사 과정에서 타협과 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삭감 권한이 있는 시의회 입장에서 쪽지 예산 없이 ‘원칙을 지켰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강조했다.

무더기 예산 삭감으로 광주시 집행부와 의회 간 냉기류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강기정 시장의 정치력도 도마위에 올랐다. 정치인 강기정에서 광역단체장 강기정으로 면모된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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