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엄정한 수사·재발 방지 대책” 촉구
디케이에서 25세 근로자 A씨가 1.8t 무게의 철제코일 아래 깔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서인주 기자 |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삼성전자 부품협력업체 디케이(회장 김보곤)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은 20대 광주청년 노동자의 죽음을 놓고 "인재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SPC 노동자 사망사고와 이태원 참사 등 안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비슷한 사고가 이어지면서 말뿐이 아닌 구조적 대책마련이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7일 오후 9시 14분께 평동산업단지에 있는 전자제품 부품 제조업체이자 삼성전자의 1차 협력사인 디케이에서 25세 근로자 A씨가 1.8t 무게의 철제코일 아래 깔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이 회사는 대기업 납품으로 매출과 인력이 크게 늘었지만 교육훈련비 축소 등 안전대책은 미흡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케이는 직원 교육훈련 비용을 꾸준히 줄여 왔기 때문이다.
9일 디케이 연결감사보고서 분석 결과 2021년 교육훈련비는 2018년의 20%가 채 안되는 규모까지 삭감됐다. 2018년 502억 원이던 교육훈련비는 2019년 183억 원, 2020년 183억 원, 지난해 96억 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연결기준 매출은 2018년 1683억 원, 2019년 1795억, 2020년 1764억, 2021년 2152억 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매출이 늘고 일감과 업무량이 늘어나는 가운데 교육훈련비를 크게 줄이면서 대형사고로 이어진 셈이다.
실제 현장 노동자들은 작업 과정에서 크고작은 사고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로 숨진 A씨의 경우 지인과 친구들에게 SNS로 위험요소를 표출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삼성전자 1차 협력사인 디케이에서 25세 근로자 A씨가 1.8t 무게의 철제코일 아래 깔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인주 기자 |
디케이는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와 28년 동안 함께한 1차 협력사다.
1993년 광주에서 사업을 시작해 1994년 삼성전자와 거래를 시작했다. 생활가전사업부에 냉장고·세탁기·건조기·에어컨 등의 철판 가공품 등을 공급하고 있다. 디케이는 삼성과 거래 개시 당시 디케이 매출 7.5억 원, 직원 10명 규모였으나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 2152억 원, 직원 773명으로 각각 287배, 77배 성장했다.
지역사회도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광주본부 등 광주지역 22개 시민·사회 단체는 엄정 수사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광주 광산구 디케이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5세 청년 노동자의 죽음을 추모해야 하는 마음이 너무나 분노스럽다. 25세 청년 노동자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지만 정부와 기업이 손 놓고 있었다" 며 "사고 발생 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취임 후 디케이를 방문했지만, 노동자 안전에 대한 말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20대 청년노동자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민주노총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9일 오전 디케이 본사에서 엄정수사와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인주 기자 |
이어 "노동부가 강조하는 '기업의 자율안전'은 기업들의 안이함을 증가시키고 궁극적으로 사망자 증가와 연결될 수 있다"며 "광주지방고용노동청과 광주시는 중대 재해를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철저히 하고 디케이 대표이사 역시 유가족과 광주시민에게 사과한 뒤 재발 방지 대책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등은 기자회견 이후 사측과 면담하고 유족이 요구한 폐쇄회로(CC)TV, 근무일지 등을 유족에게 전달해 달라고 요구했다.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민주노총 광주본부와 광주지역시민사회단체는 디케이 앞에서 규탄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