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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한 울릉인’ 상호할아버지 세상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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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향년 82세로 세상을 떠난 이상호 할아버지 장례식이 울릉군 보건의료원 장례식장에서 도동제일교회 김신영 목사의 안내로 열리고 있다. 유가족이 없는 고인의 장례식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독자 제공)


[헤럴드 대구경북=김성권 기자]‘부디 저 세상에서는 예쁜 색시 얻어 아들딸 많이 낳고 행복하게 잘 지내시기를 소망합니다.....

정신지체 장애자로 울릉도에서 태어나 80 평생을 섬에서 보낸 이상호 할아버지가 28일 오전 625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2,

그는 지난 2009MBC 특집 다큐멘터리로 방영된 `행복한 울릉인으로 재탄생해 이듬해인 2010년 전국 극장가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당시 영화 '행복한 울릉인'은 울릉도에서 태어나고 자라 할아버지가 된 그를 다룬 다큐멘터리로 정신지체 장애를 가졌지만 74(당시)을 살아오면서 평생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부담 주는 일 없이 스스로 노동을 하고 돈을 벌며 살아온 상호 할아버지의 삶을 조명했다.

원초적 행복 바이러스를 전달하는 행복한 사람으로서 현대인에게 순수하고 훈훈한 웃음을 전해줬다.

영화가 상영될 당시 울릉도 세 가지 명물로 오징어
, 호박엿 그리고 상호 아저씨, 그 이름이 널리 알려져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2억 원을 꼭 모아 집 사고 장가를 가야한다며 입버릇처럼 말하기도 했다. 색시가 생기면 절대 고생 안 시키며 한복도 사 입히고 꽃신도 많이 사주겠다며 다짐한 노총각 상호 아저씨는 결국 꿈을 이루지 못했다.

해맑은 웃음과 때 묻지 않는 심성으로 살아온 그가 쇠약해진 몸에 거동이 불편하게 되자 지난해 동네 이웃 사람들의 주선과 권유로 울릉도 의 한 요양원에 입소해 생활해 왔다.

평소 매일 끼니를 챙겨주며 뒷수발을 맡아온 여관과 식당 주인들은 상호 할아버지를 위해 틈틈이 요앙 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호 할아버지의 사망소식을 전해들은 그의 후견인 인 최동일(63. 전 마을 이장)씨는 천사와도 같으신 분이 세상을 떠나 서운하고 안타깝다볼 일차 육지에 나와 있어 마지막 가시는 길을 보지 못해 죄송한 마음 그지없다며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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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의치보철(틀니)을 한후 환하게 웃고 있는 이상호 할아버지(헤럴드 자료사진)


그는 또 “7년 전 의치보철(틀니)을 한후 음식도 잘 드셨기에 더욱 건강히 오래 살줄 알았는데 자주 인사를 드리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고 했다.

상호할아버지는 어린 시절 어느 마을에나 있었던 순박하고 착한 인물이었다. 그가 도동항에 나타나지 않으면 항구 사람들은 불안해하고 그를 보고 싶어 했다.

울릉도를 찾는 단체 관광객이 배를 기다리기 위해 머무는 도동항 해변공원에는 수많은 이들이 지나다니지만 바닥에 휴지 하나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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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내내 해변공원에 출근하며 밤낮으로 비질하고 휴지를 줍는 상호 할아버지가 있기 때문이다. 도동항 부두의 허드렛일은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성실한 상호 할아버지의 차지다.

그는 여객선이 오는 날이면 지개와 리어카 로 인근 가게에 박스를 배달하는일과 상인들이 그에게 심부름과 잡일을 시키면서 받은 초라한 수입으로 평생을 살아오며 자신의 삶에 감사했다
.

일뿐만이 아니다. 음악이 흐르면 가만히 있지 못하는 상호 할아버지의 신명 나는 춤은 부둣가 아주머니들에게 항상 즐거움을 선사했다.

특히 맨발에 한쪽 신발은 늘 구겨 신는 그가 1년에 한 번 양말을 신고 새 운동화를 갖춰 신는 날은 울릉 군민체육대회뿐이다. 군민체육대회가 열리면 상호 아저씨는 동네에서 제공한 체육복을 입고 혼자서 운동장 한 바퀴를 돌며 그 누구보다 기뻐했다.

우리에 친근했던 상호 아저씨가 운동장을 돌면 모든 경기를 중단하고 그에게 열띤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운동장을 거꾸로 돌며 모든이에게 웃음을 주고 친숙했던 영원한 1등 선수다.

행복한 얼굴로 미소 짓는 그는 흔히 말하는 동네 바보. 하지만 바보 상호 할아버지는 울릉인에게는 꿈과 희망이자 삶의 여유를 돌아보게 하는 보석 같은 존재였다.

언제나 인내하며, 만족하고, 주변을 사랑하고 현실에 감사하며 살아온 '울릉도 명물' 상호 할아버지의 삶은 보는 이들에게 넉넉한 감동을 줬다.

그가 무거운 모든 짐을 내려놓고 마지막 떠나는 길에는 평소 다녔던 도동제일교회 김신영 목사의 안내로 장례식이 열렸다.

이상호 명예집사 장례예식이 치러진 29. 하늘에서 간간히 내리는 하얀 눈이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듯했다. 울릉군 보건의료원에는 교회가 마련한 조그마한 빈소에 성경책과 국화꽃이 놓여 있었다.

이 씨의 유일 무일한 혈육인 동생 상국씨도 지난해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포항의 한 시설병원에 입소해 있어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

발인음식을 정성스레 준비한 이교회 신도들은 가족도 없이 쓸쓸히 세상을 떠나는 그의 길을 끝까지 지켜보며 애도했다.

그는 이날 오후 울릉 하늘섬 공원에서 화장된 뒤 한줌의 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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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식과 뒷 수발을 해온 동네 아주머니들이 요양원에 입소한 상호아저씨(가운데)를 찾아나서 환하게 웃고있다.(독자 제공)


장애를 가졌지만 한평생 살면서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부담 주는 일 없이 스스로 노동을 하고 돈을 벌며 살아온 그의 삶을 통해 갈수록 팍팍해지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순수하고 훈훈한 웃음을 선사했기에 모든 이의 기억속에 오래 도록 남을 것이다.

ksg@heraldcorp.com

(본 기사는 헤럴드경제로부터 제공받은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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