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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교밸리 게임이야기](1)테일즈위버-게임을 넘어 문화로
[헤럴드 분당판교]올해 초 미래창조과학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판교를 게임산업 클러스터로 육성한다고 발표했다. 게임 스타트업 육성지원, 빅데이터 등 비즈니스 인프라 구축, 산학연 협업공간 구축이 핵심 내용이다. 국내 10대 게임기업 가운데 7개 기업이 소재한 판교의 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헤럴드 분당판교'는 판교밸리 입주기업에서 개발한 게임에 대해 젊은이의 평가와 생각을 알아보고자 중앙대학교 게임창작동아리 'CIEN' 회원들의 글을 연재한다.-편집인

◇이제 게임 유저는 '문화 콘텐츠'를 원한다
OSMU(One Source Multi Use)
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OSMU는 하나의 원형 콘텐츠를 영화, 게임, 음반,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 장난감, 출판 등 다양한 장르로 변용하여 판매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문화 산업의 기본 전략이다. 또한, 이는 이제 우리 근처에서 너무나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문화의 한 모습이기도 하다.

이에 관련해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예로는 <미생>을 들 수 있다. <미생>은 웹툰에서 시작한 콘텐츠다. 하지만 <미생>은 웹툰에 머무르지 않고 단행본 시장으로, 그리고 드라마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했다. 결국, 과감한 행보를 보인 <미생>은 드라마 방영 당시 7.8%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대중매체에서 영향력 있는 입지를 확보하였다. 이처럼 그 자체로도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문화 콘텐츠는 다양한 변화를 통해 성공을 이끌어 내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은 게임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오로지 강한 무기를 들고 괴물을 사냥하는 콘텐츠를 지닌 게임은 이제 유저들에게 주목받지 못한다. 지금의 유저들은 높은 레벨의 적을 상대하는 것보다 게임에서 나지막하게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는 것을 즐기며, 주인공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귀를 기울인다. 이러한 유저들의 모습은 게임 산업 및 게임과 관련된 문화 사업 전반에 반영되었고, 게임 콘텐츠를 다양하게 변화시켰다. 게임 O.S.T의 음반 제작 및 콘서트 개최, 게임을 원작으로 한 소설의 출간 등 다양한 문화적 재생산 등이 그 예시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의 중심에 서 있는 대표적인 게임이 바로 온라인 게임 ‘테일즈위버’다.

◇판타지 소설을 베이스로 한 '테일즈위버' 등장하다
테일즈위버는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전민희 작가의 판타지 소설 ‘룬의 아이들’을 원작으로 하여 개발되었다. ‘룬의 아이들’을 원작으로 게임이 개발된다는 소식은 빠르게 퍼져나갔고, 당시의 많은 게임 유저들을 사로잡았다. 곧 유저들은 소설에서 느껴지던 몽환적인 분위기와 아기자기한 모습의 캐릭터들이 온라인에 잘 구현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관심을 표했고, 이에 관해서 열띤 갑론을박이 오갔다.

그리고 2002, 몇몇 사람들의 우려와 달리 테일즈위버는 원작 소설의 느낌을 지닌 채 게임 시장에 성공적으로 뛰어들었다. 2D 도트 그래픽 기반으로 제작된 게임 주인공들은 각자의 개성을 지닌 채 섬세하면서도 깔끔하게 모델링되었다. 또한 이들이 여행을 시작하는 지점인 나무 위의 마을 라이디아, 번화한 항구도시 나르비크, 변두리 탄광마을 클라드는 부드러운 파스텔 풍 색을 바탕으로 제작되어 동화 속 무대 같은 모습을 선보였다. 이에 많은 유저들은 오픈베타가 시작되자마자 하나 둘 게임에 접속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테일즈위버는 오픈베타 기간 중 한 시간 만에 동시 접속자 1만 명을 돌파하였으며 일주일 만에 동시 접속자 5만명을 넘겼다. 또한, 누적회원 수도 100만 명에 이르는 등 당시 게임계에 한 획을 그었다.

열렬한 성원 속 테일즈위버는 2003 6월 정식서비스를 시작하였고 ‘스토리텔링 온라인 RPG’라는 이름을 앞세웠다. 스토리텔링이라는 요소를 전면에 내세운 만큼 테일즈위버는 ‘룬의 아이들’과 같지만 사뭇 또 다른 이야기들을 재구성했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테일즈위버 특유의 스토리 시스템인 ‘에피소드 시스템’이 구현되었다. 이후, 순조로운 구현 작업의 마무리와 더불어 에피소드1 ‘발현’이 시작되었다.

에피소드1 ‘발현’을 통해 보여준 테일즈위버의 스토리는 원작 소설 속 주인공들의 모습을 새롭게 재조명하며 유저들을 다시 한 번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유저들은 게임을 통해 나타나는 캐릭터들의 또 다른 이야기에 다시금 함께 울고 웃었으며 점차 이에 빠져들었다. 소설에서 파생되었지만 결국 테일즈위버는 온라인 게임이라는 플랫폼 안에서 자신의 입지를 독자적으로 굳히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처럼 테일즈위버의 성공에 큰 기여를 한 에피소드 시스템은 추후 발매된 모바일 ‘테일즈위버-막시민 편, 이스핀 편’의 흥행에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 피처폰 위주로 생성된 모바일게임 시장은 기기의 특성상 화려하고 복잡한 게임보다 깔끔하고 귀여운 스타일의 게임을 선호했다. 또한, 그 당시 인기였던 영웅서기 시리즈가 보여주듯이 모바일 게임의 흥망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다른 게임들과 차별화되는 스토리를 지니고 있는가의 여부였다. 그리고 테일즈위버는 이 두 가지 모바일 게임 흥행 요소를 모두 충족시켰다.

그리하여 테일즈위버 캐릭터 중 하나인 이스핀의 시점에서 제작된 모바일 게임 ‘테일즈위버-이스핀 편’은 2008년 서비스를 개시하였다. 테일즈위버 특유의 아기자기한 캐릭터와 독특한 스토리를 살린 ‘테일즈위버-이스핀 편’은 50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하며 예상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이스핀 편’의 인기에 힘입어 2009년 출시된 ‘테일즈위버-막시민 편’ 또한 사전 예약구매 12천 명을 가볍게 넘어서며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의 흥행에 성공했다.

이미지중앙

◇애니메이션과 음악 등 다양한 문화분야와 연계, 진화하다

이후 테일즈위버는 게임의 콘텐츠를 인상 깊게 보여주기 위해 애니메이션과의 연계에 눈을 돌렸다. 그리하여 2006, 2007, 2013년 세 번에 걸쳐 짧은 애니메이션이 제작되었다. 2009년에 선보인 ‘세계의 문’ 영상은 에피소드 1 ‘발현’의 마지막 내용을 담은 것으로, 일본의 '지브리 스튜디오'와 협력 관계에 있는 'DR무비'를 통해 제작되었다. 연이어 2009년에 출시된 에피소드 2 ‘광휘’ 홍보 영상은 스튜디오 애니멀을 통해서, 2013년에 제작된 에피소드 3 ‘공명’의 신규 스토리 애니메이션 영상은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회사인 곤조 스튜디오를 통해 제작되었다. 그리고 이 세 영상 모두 공개되자마자 주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0위권 안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테일즈위버는 음악 부분에서도 그 영역을 넓혔다. 게임의 분위기와 어울려 다양한 음색을 선보인 테일즈위버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은 유저들의 입소문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당시의 우스갯소리 중 게임 테일즈위버는 몰라도 테일즈위버의 OST인 ‘세컨드런(Second Run)'은 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 인기를 증명하듯 2010, 일본에서 현악기 위주의 그룹인 바닐라 무드(Vanilla Mood)가 테일즈위버 주요 OST를 어레인지하여 6주년 기념 음반을 발표했다. 또한 국내에서는 2013년 애니메이션 발표와 동시에 ‘f(x) 루나’, ‘시크릿’, ‘이유림’, ‘하우스룰즈’ 등 국내의 인기 가수들이 참여한 신규 OST 앨범이 테일즈위버 홈페이지에 게재되었다. 이후 ‘온니유(Only U)’라는 이름의 콘서트가 유저 200명과 함께 성황리에 개최되었고, 유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테일즈위버의 OST들이 연주되였다.

이처럼 테일즈위버는 게임이라는 콘텐츠를 넘어 다양한 문화의 분야로 자신을 발전시켜 왔다. 어떨 때는 한 편의 소설로, 몇 분의 애니메이션으로, 또는 한 소절의 음악으로 말이다. 그리고 테일즈위버가 보여 준 변화는 매번 놀라운 성공으로 다가왔다. 또한 게임 속에 숨쉬고 있는 콘텐츠가 지닌 잠재력과 영향력을 보여 주는 하나의 큰 사례로 자리잡았다. 테일즈위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게임은 집약적 성격을 지닌 복합 문화 콘텐츠이다. 게임 내부의 콘텐츠는 상업적, 문화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변화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게임 속에서 숨겨진 가치를 발견하고 또 이를 발전시키는 과정을 통해 게임 산업과 콘텐츠 산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

◇게임에 대한 편견 제거와 콘텐츠 확장이 게임업계의 과제다
그러나 대다수의 게임들은 이러한 가능성을 인정받지 못한 채 각종 오해와 편견에 휩싸여 중독물질 혹은 단순 유희거리 정도로 치부되고 있다. 또한 게임을 옥죄고 있는 다양한 제도적인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게임을 4대 악 중 하나로 규정하여 유해물 프레임을 씌우는 게임중독법과 실질적 심야 청소년 사용률 5%라는 통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실행된 셧다운제가 잔재하는 것이 그 예이다. 게다가 게임업계 내부의 문제점도 게임 콘텐츠 발굴을 방해하는 데 일조한다. 단순 수익성만을 추구하여 흥행 게임의 카피를 위주로 한 게임 개발 추세를 지속시키고 있으며, 게임이 지닌 다양한 콘텐츠의 가치를 무시한 채 유저 간 경쟁 중심의 콘텐츠만을 강조하는 게임 운영 방침의 일관성이 바로 그것이다. 결국 게임은 대중적으로도, 제도적으로도, 그리고 게임 내부적으로도 곪은 상처를 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악조건을 극복하지 못하고 국내 게임 산업과 이와 관련된 콘텐츠 산업이 위축되어 버린다면 상당한 손실이 따를 것은 자명하다. 단순 수치로만 봐도 수출액 27억 달러, 국내 콘텐츠산업 수출 1위라는 게임 시장의 규모를 생각해 볼 때 시장의 위축과 함께 나타날 재정적 손실은 누구라도 쉬이 짐작할 수 있으리라. 또한 창조경제의 핵심인 콘텐츠 산업이 나아갈 수 있는 문화 시장 범위도 상당수 제한될 것이 명확하다.

이에 게임 산업의 위기를 막고, 게임과 관련된 콘텐츠의 확장을 위해서는 다양한 해결책이 필수적이다. 중독성을 지녔다 하여 게임을 악이라 부르는 단순한 프레임은 이제 깨어져야 할 때이다.
그리고 이 프레임을 부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게임이 지닌 다채로운 콘텐츠를 발굴하고 완성시켜 이를 새로운 문화로 창조하는 데에서 나올 수 있다.

이를 위해 대중은 게임을 한 때의 오락거리로 바라보는 것을 뛰어넘어 게임 안에 있는 문화적 가치까지 고려하는 시각을 길러야 한다. 또한 대중의 시각 전환과 함께 게임업계의 변화도 필수적이다. 게임이 지닌 콘텐츠적 가치를 육성하여 다른 매체들과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문화로 바뀔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 주어야만 한다.

결론적으로, 다각적 해결책을 통해 게임은 게임일 뿐이라는 현재의 인식을 넘어 게임은 문화라는 공식이 다수에게 성립될 때, 게임 산업은 자신을 얽어맨 프레임을 깨고 또 한번 진보하게 될 것이다.

중앙대 게임창작동아리'CIEN' 남강민(정치국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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