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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효창공원의 수난사…안중근 의사의 가묘(假墓)를 아십니까?
[헤럴드 용산·동작=권지나 기자]"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 두었다가, 우리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반장해 다오. 나는 천국에 가서도 또한 마땅히 우리나라의 회복을 위해 힘쓸 것이다. 너희들은 돌아가서 동포들에게 각각 모두 나라의 책임을 지고 국민된 의무를 다하여, 마음을 같이 하고 힘을 합하여 공로를 세우고 업을 이루도록 일러다오. 대한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

이 말은 안 의사는 순국 전날 뤼순 감옥에 찾아온 두 동생에게 남긴 최후의 유언이다. 이 말을 남긴 안 의사의 유해는 104년이 지난 아직까지 고국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안중근 의사의 가묘가 위치한 효창공원은 사적 제330호(1989년 6월 8일 지정)로, 서울특별시 용산구 효창원로 177-18 (효창동) 일대에 위치했다. 가묘는 현재 백범 김구 선생 묘소와 함께 용산구청에서 ‘공원시설’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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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1: 효창공원 내에 위치한 안중근 의사의 가묘 (왼쪽)



효창공원에 위치한 안중근 의사의 가묘(假墓)에 대해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가묘이긴 하지만 묘비나 표지판조차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이 가묘에 참배하는 사람 또한 매우 드물었다.

지난 2012년에는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다른 대선 후보자와는 다르게 안 의사의 가묘를 찾아 헌화와 함께 참배를 하고 ‘과거사의 올바른 계승’에 대해 강조해 많은 관심이 쏠렸다.

독립운동에 몸을 바친 선열들의 묘원으로 형성된 이곳은, 용이 드러누워 있는 형상의 완만한 산이어서 용산(龍山)으로 불렸고, 묘 바로 앞에는 넓은 연못까지 있는 명당 중의 명당이라고 불린다.

백범 김구 선생은 해방 후 1946년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등 독립운동 3의사의 유해를 효창공원 내에 안장했고, 그 옆에 언젠가는 안치될 안중근 의사의 가묘를 만들었다. 1948년에는 임시정부 요인인 이동녕, 차이석, 조성환 선생의 유해도 이곳에 모셨고, 이듬해인 1949년에는 안두희에게 암살당한 김구 선생도 이곳에 안장됐다.

이 중 유일하게 유골이 없는 안중근 의사의 가묘는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찾게 돼 국내로 운구 될 경우 이 가묘에 공식 안장할 예정이다.

안 의사의 가묘 옆에 위치한 삼의사의 묘는 조국 광복을 위해 매진한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의사가 묻힌 곳이다. 또한 삼의사묘로 가는 길은 계단이 유난히 많다.

계단을 오르다 보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태극기다. 또 묘는 4개지만 비석은 3개 밖에 없는 점 또한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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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2: 매년 이 곳에서는 안중근 의사의 추모식이 열린다.



가묘 앞에는 “이곳은 안중근 의사의 유해가 봉환되면 모셔질 자리로 1946년에 조성된 가묘입니다”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안 의사의 가묘와 함께 수많은 독립투사들이 묻혀있는 효창공원은 조성 초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파란만장한 역사를 겪어야만 했다.

이승만 정권당시 이 대통령은 이를 고깝게 여기고, 명당의 혈(穴)을 없애고자 묘원 앞의 연못을 메우고 나무를 잘라내 그곳에 운동장을 건설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해진다.

이 대통령은 당초 그 운동장을 10만 평이 넘는 대규모로 지으려 했으나 심산 김창숙 선생이 ‘효창공원을 통곡함’이라는 시를 짓고, 드러누워 반대하는 등 여론의 반발이 거세자 현재 규모 정도로 축소해 축구장을 지었다. 이 축구장이 바로 지금의 ‘효창운동장’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1961년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이곳을 골프장으로 만들려는 공사를 시도했고, 반공투사 위령탑을 세웠으며 김구선생의 묘 옆에는 노인 회관을 세웠다.

박 전 대통령은 또 김구 선생 묘 근처에 대표적인 보수단체인 대한노인회중앙회와 서울시연합회를 건립해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들어버리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에 들어서는 효창공원을 민족정기가 서린 독립공원으로 새롭게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

안중근 의사가 의거한지 104주년을 맞고 있는 현재, 안중근 의사의 유해가 안치될 효창공원의 파란만장한 역사가 언제쯤이면 잠잠해 질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jina2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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