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대학교 공과대학 건물. /박대성 기자. |
[헤럴드경제(순천)=박대성 기자] 국립 순천대학교 교수가 임용 자격이 되는 박사학위 논문을 표절하고도 교수로 채용 돼 20년 간이나 교수로 임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측의 논문심사 허술로 인해 표절논문을 쓰고도 교수 임용에도 합격한 것은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공무원 자격 취득으로 교수직 박탈 요건에도 해당돼 대학과 교육부의 연구윤리 위반 적용이 주목된다.
16일 익명의 고발자에 따르면 A교수는 2004년 박사학위 과정 당시 '키토산 유도체의 물리화학적 특성과 생체 재료로서의 수용성 키토산의 응용성'이라는 제목의 논문(총 5장)을 제출해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이듬 해인 2005년 교수로 임용됐다.
A교수는 앞서 2003년 같은 학과 석사과정 대학원생 B씨가 작성한 '알파-키틴, 베타-키틴, 감마-키틴의 물리화학적 특성에 관한 연구' 논문의 일부 내용만 수정한 채 그래프와 결과값까지 그대로 옮겨 박사학위를 취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A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가운데 제3장은 키토산 기능성 식품을 전문 생산하는 민간회사의 원천특허 내용을 표절했고, 5장은 국제학술지 논문을 표절해 박사학위 논문심사를 통과했다.
표절 의혹에 대해 A교수는 석사과정 대학원생 B씨가 작성한 논문의 아이디어를 자신이 제안했고 실험과 데이터값을 자신이 정리했기때문에 사실상의 본인 논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A교수는 "표절이라는 의미가 그 연구에 대해서 아무 것도 안 하고 그 연구를 제가 도용한 것인데, 석사과정생 B씨 논문은 원래 내가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그에게 '이거 한 번 써보라'고 말해 사실상 내가 작성한 것"이라며 "2007년 연구윤리 제정 이전인 당시만해도 박사가 석사과정생 1~2명 데리고 연구하면서 석사 논문 지도하고 그걸로 나중에 박사학위 논문도 쓰는 행위가 그 당시에는 약간 관례적인 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A교수가 대학원생 B씨와 협의해 박사논문을 작성하고 논문 주제도 지정해줬다는 소명이지만 당사자는 불만을 표시했다.
당시 석사과정생 B씨는 "제 석사논문 쓸 때 당시 같은 대학원생인 조교(현 A교수)는 하나도 관여하지 않았고 지시할 위치도 아니었다. 심지어 A교수 박사학위 논문에 제 것이 챕터(제2장)로 본문에 들어간 것 조차도 나중에서야 알았다"며 "제 논문을 갖고 학회에 발표한 것도 있는데 제 이름을 쏙 빼고 본인 논문처럼 발표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순천대 A교수가 2004년 박사학위 논문(사진 왼쪽)을 같은 학과 대학원생(석사학위)의 논문(오른쪽)을 베껴 제출해 논문심사를 통과했고 이를 토대로 국립대 교수로 채용됐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두 논문의 내용과 그래프, 문장이 일치하는 부분을 형광펜으로 색칠해 보았다. |
이와 관련해 익명의 제보자는 A교수에 대한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과 특허 및 논문에 대한 부당한 저자의 표시, 연구비 환수 등에 대한 구체적 비위 의혹을 적시한 조사의뢰서를 교육부에 제출한 상태다.
그는 "A교수는 교수 임용에 필수적인 박사학위를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했음에도 이 사실을 숨긴 채 교수자격을 얻었으므로 이는 공무원 임용 결격사유에 해당되는 바 국립대 교수직은 당연히 취소돼야 한다"고 적시했다.
'교수 자격 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20조('자격인정의 무효 등')에는 '부정한 방법에 의해 자격 인정을 받거나 또는 받은 자에 대해서는 그 심사를 중지 또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국립대 연구윤리센터 규정에 의하면, 박사학위 논문 진실성 검증시효가 폐지됨에 따라 연구윤리 법규가 마련된 2007년 이전에 쓰여진 논문일지라도 검증 결과 표절로 판명될 경우 징계 사안이다.
이 대학에서는 석사학위 만으로 교수임용 자격이 주어지는 일부 예체능 학과를 제외한 일반 학과의 경우 반드시 박사학위 소지자이어야만 교수로 임용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순천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한 위원(교수)은 "교육부 지침이 4월 17일 내려온 상태로 10여 명의 위원들이 30일 이내에 예비조사를 시행한 뒤 사안의 경중을 판단해 심층조사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30일 이내에 본 조사위원회를 소집할 지 결정하게 된다"며 "사안이 민감하기도 하지만 교육부연구윤리 부서와 그때 그때 소통하고 있으며 예비조사와 본 조사 활동기간 3개월 정도 소요될 예정으로 그 때 논문표절에 대한 교수윤리 위반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순천대 대학본부 관계자는 "2018년에 박사학위 논문이 아닌 일반 논문 표절 의혹 제보가 있어 교내 연구진실성위원회에서 검증을 했지만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 학술연구정책과 관계자는 "연구윤리 규정이 2007년도에 마련됐지만 그 이전에 쓴 논문이라고 할지라도 대학 측의 자체 연구진실성위원회 규정에 검증시효를 규정하지 않았다면 수십년 전 취득한 박사학위 논문도 검증대상이다"며 "순천대 관련 제보가 교육부에 이미 접수돼 있는 상태로 대학 측의 자체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보고 징계 수위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