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의장 “금리 인하 서두를 필요 없다”
디즈니, 기대 웃돈 실적에 주가 6% 상승…인사이드아웃2 흥행 덕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9월 18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년 반 만의 기준금리 인하 방침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미국 3대 주가지수가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수혜 자산 투자)가 시들해진 데 이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금리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하면서 하방 압력이 강해진 영향이다.
14일(미국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07.33포인트(0.47%) 내린 4만3750.86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36.21포인트(0.60%) 밀린 5949.17에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장보다 123.07포인트(0.64%) 떨어진 1만9107.65에 장을 마쳤다.
이번 주 들어 트럼프 거래는 동력을 잃어가는 흐름이다. 트럼프 체제에 대한 기대감은 지난주 대선 직후 주가지수를 밀어 올렸으나 단기 급등으로 차익 실현 욕구가 강해지면서 상단이 막혔다.
트럼프 거래의 가장 강력한 수혜주였던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2000은 이날 1.37% 떨어졌다.
여기에 전날 나온 미국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이어 이날 발표된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까지 불안한 조짐을 보이면서 증시 투자자들도 경계심을 높였다.
10월 PPI 전품목(헤드라인) 수치는 전월 대비 0.2% 상승하며 예상치에 부합했으나 9월 수치 0.1%와 비교하면 가팔라졌다. 근원 PPI도 전월 대비 0.3% 올라 9월 수치(0.1%)를 웃돌았다.
앞서 발표된 10월 CPI도 예상치에 부합했으나 둔화 흐름은 정체됐다는 점에 월가는 주목했다. 트럼프 체제까지 들어서면 인플레이션 반등 우려가 커지는 만큼 연준은 금리인하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파월 의장이 이날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을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금리인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 주가지수는 낙폭을 확대했다. S&P500은 파월 발언 이후 20포인트 넘는 낙폭을 보였다.
파월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이 후원한 초청 강연회에서 “인플레이션이 지속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연준 인사들은 물가 흐름이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상태”라며 “앞으로 수개월간 기준금리를 천천히 신중하게 내려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경제는 우리가 금리 인하를 서둘러야 한다는 그 어떤 신호도 보내지 않고 있다”며 미국 경제가 강한 만큼 금리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트럼프 정권 인수위원회가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세금 공제를 종료할 계획이라는 소식도 주가에 부담을 줬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인수위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한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를 계획하고 있다. 이같은 소식에 테슬라는 6% 가까이 떨어졌고 리비안은 14% 급락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2’. [월트디즈니 컴퍼니] |
반면 주가가 상승한 회사도 있다. 엔터테인먼트·미디어 기업 디즈니는 기대를 웃돈 분기 실적을 내놓으면서 주가가 6% 이상 올랐다. 장 중 한때 주가는 114.81달러(11.77%↑)까지 올라 지난 5월 이후 6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디즈니는 이날 장 시작 전 발표한 4분기(회계연도 기준, 7∼9월) 실적 보고서에서 분기 매출 225억7400만달러(약 31조6826억원), 조정 주당순이익(EPS) 1.14달러(약 1600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여러 사업 부문 중 영화 스튜디오와 스트리밍 플랫폼이 포함된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매출이 14% 증가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인사이드 아웃 2’와 마블 스튜디오의 ‘데드풀과 울버린’이 크게 흥행한 덕에 콘텐츠판매·라이선싱 부문에서 3억1600만달러(약 443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디즈니는 향후 실적에 대해 “장기적인 전망에 있어서 확신을 갖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내며 “2025 회계연도에 한 자릿수 후반대의 조정 EPS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국내 증시는 삼성전자가 종가 기준 4만원대로 하락해 4만전자를 기록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1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2417.08)보다 1.78포인트(0.07%) 오른 2418.86에 마감했다.
시가 총액 1위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1.38% 하락한 4만99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는 지난 2020년 6월 15일 종가 4만9900원을 기록한 후 4년 5개월 만에 최저가다.
SK하이닉스 역시 장중한 때 6.12%까지 하락한 뒤 전 거래일 대비 5.41%로 장을 마쳤다.
이날 반도체주의 전반적 하락세는 뉴욕 증시에서 계속되는 반도체주 투자심리 약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예상에 부합한 미국 물가는 안도감을 줬지만 신중한 연방준비제도 위원의 입장과 ‘레드스윕’(공화당 상·하원 장악) 확정에 금리가 상승했다”며 “반도체주 약세가 지속된 점도 국내 증시 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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