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잭슨 ‘스릴러’ 등 제작…그래미 28번 수상
팝 음악계의 거장 퀸시 존스 [AP/연합]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미국 팝 음악계의 거장 퀸시 존스가 3일 별세했다. 향년 91세.
AP통신을 비롯한 외신은 존스의 홍보 담당자인 아널드 로빈슨이 그가 이날 밤 로스앤젤레스의 자택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존스의 가족은 성명을 통해 “(그의 별세는) 우리 가족에게 엄청난 상실이지만, 우리는 그가 살았던 위대한 삶을 기린다”며 “그와 같은 인물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존스의 정확한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고인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음악 프로듀서이자 작곡가이며 대중문화 전반에 관여한 다재다능한 제작자였다. 세계 팝 음악사는 퀸시 존스를 빼고는 논할 수 없을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마이더스의 손’이었다.
1933년 시카고에서 태어난 존스는 10대 시절 트럼펫 연주자 레이 찰스와 밴드를 결성하며 음악을 시작했다. 이후 보스턴의 실링거하우스(現 버클리음대)에 입학, 음악적 역량을 확장해나갔다.
1950년대부턴 클리포드 브라운, 듀크 엘링턴 등 유명 재즈 아티스트의 앨범을 작업하며 명성을 쌓았다. 이 시기였던 1958년 만난 프랭크 시나트라와는 1984년 그의 마지막 앨범인 ‘LA 이즈 마이 레이디’(LA Is My Lady)까지 함께 작업을 했다. 1962년에는 흑인으로서는 최초로 A&R 레코드사의 부사장직에 올랐다.
퀸시 존스 [EPA] |
재즈에서 팝 쪽으로 전향한 것은 1980년에 접어들면서다. 이 시기의 고인은 자신의 독자적인 레이블인 퀘스트 레코드(Qwest Records)를 설립, 프로듀서뿐 아니라 영화음악, TV 프로그램 제작 등 다방면으로 활약했다.
1985년엔 스티븐 스필버그와 영화 ‘컬러 퍼플(The Color Purple)’을 공동 제작해 성공을 거뒀다. 대중문화계의 보석을 발굴하는 탁월한 선구안을 가진 존스는 시카고의 토크쇼 진행자로 활동하던 오프라 윈프리를 배우로 직접 캐스팅하기도 했다. ‘컬러 퍼플’의 성공을 토대로 1990년 영화·TV 프로그램 제작사 ‘퀸시 존스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제작사에서 만든 148부작 시트콤 ‘더 프레시 프린세스 오브 벨 에어’(The Fresh Prince of Bel-Air)는 그의 가장 큰 흥행작 중 하나다. 래퍼로 활동하던 윌 스미스의 배우 데뷔작이다.
퀸시 존스의 위대한 업적 중 하나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과 함께 완성됐다. 그는 마이클 잭슨의 명반인 ‘오프 더 월(Off The Wall)‘, ‘스릴러(Thriller)’, ‘배드(Bad)’ 등을 프로듀싱했다.
특히 아프리카 구호를 위한 노래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가 포함된 ‘유에스에이 포 아프리카(USA for Africa)’도 만들었다.
미디어 회사인 ‘퀘스트 방송(Qwest Broadcasting)’을 세웠고, 1993년 미국 잡지 타임과 협력해 흑인음악 잡지인 ‘바이브(Vibe)’를 창간하며 다양한 음악적 작업을 이어갔다.
퀸시 존스 [AP] |
한국과의 인연도 각별하다. 2011년 첫 방한 당시 고인은 K-팝 산업 전반을 돌아보며 타이거JK, 보아,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과 만났다. 당시 내한 기자회견에서 그는 “중국과 일본을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한국 아티스트들이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며 “뮤지션의 제작 과정에서 전문성이 뛰어나고 음악에 혼이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2013년엔 서울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도볼경기장에서 첫 내한공연을 열었다. 그는 “’강남스타일‘ 등 K팝이 미국에서 크게 히트했는데 한국과 미국은 음악적으로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 같다”며 “한국 아티스트들이 미국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퀸시 존스는 비욘세·제이 지(각 88차례)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80차례에 걸쳐 그래미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대중음악계 거물이다. 그중 28차례는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또 흑인 노예와 그 후예의 삶을 그린 ’뿌리‘(Roots)로 에미상을 수상했으며, 두 차례나 아카데미 명예상을 받았다.
생전에 세 번 결혼한 고인은 총 7명의 자녀를 뒀다. 배우 라시다 존스도 그의 딸이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