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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상보다 더 나쁜’ 기업실적, 세수에 치명타…앞으로는 매년 9월 재추계 [2024년 세수 재추계]
국세수입 337.7조원, 예산대비 29.6조원 부족
4년 연속 세수오차 반복…세수추계 근본 개선
여유재원 우선 활용 방침 추경 편성엔 선 그어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세제 당국은 세수 전망에서 최근 4년 연속으로 수십조원대 오차를 냈다. 지난 2021년과 2022년에는 국세 수입이 예산안 편성 전망치보다 각각 61조3000억원, 52조6000억원이 더 걷혔다. 반면 지난해 56조4000억원 ‘세수 펑크’에 이어 올해도 29조6000억원이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됐다. 그 규모만 최근 4년간 약 200조원에 달하면서 세수 전망 정확도에 대한 의구심도 커진 상황이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2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열린 ‘세수 재추계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올해 재추계 결과가 들어맞으면 세입 예산 대비 오차율은 8.1%를 기록한다. 직전 3년 대비(14.1~21.7%) 세수 오차 폭은 축소됐으나 지난 2019~2020년(0.5~2.2%)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기획재정부는 26일 발표한 ‘2024년 세수 재추계 결과 및 대응방향’에서 올해 대규모 세수 오차가 발생한 배경에 ‘예상치를 웃도는 경기 둔화와 부동산 거래 부진’이 있다고 언급했다. 세수 부족의 주범으로는 법인세와 양도소득세, 종합소득세 등을 지목하고 나섰다.

주요 세목별로 부족분을 보면 법인세가 14조5000억원으로 전체 세수 펑크의 절반(49.0%)에 달했다. 상장사의 영업이익이 지난 2022년 84조원에서 2023년 46조9000억원으로 44.2% 줄어든 탓이다. 여기에 내수경기 둔화까지 맞물리며 종소세도 예상치보다 4조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토지 거래 감소와 부진한 건설투자 등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양도세 부족분도 5조8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유류세율 인하와 긴급 할당관세 실시 등에 따라 교통·에너지·환경세와 관세도 각각 4조1000억원, 1조9000억원 줄어든다.

2024년 국세수입 재추계 결과 [기획재정부 제공]

이처럼 세수 오차가 확대되는 경향은 우리나라만의 얘기는 아니라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2020~2023년 주요국의 평균 세수 오차율(절대값·실적대비)이 미국 7.8%, 일본 7.3%, 독일 5.7%, 캐나다 10.3%, 영국 9.6% 등으로 2015~2019년 평균치보다 일제히 높아졌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이들 국가 중에서도 한국(12.4%)의 오차율이 가장 크다.

기재부는 “지난 2020년 이후 코로나19로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증대된 데 따라 주요국의 세수 오차율도 확대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높은 무역의존도 탓에 외부 불확실성이 높아진 환경에서 법인세 등의 추계가 특히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세수 감소의 원인이 ‘부자감세’ 때문이라는 야당에 주장에 대해서는 “세제개편 효과는 세입예산안에 이미 반영돼 있기 때문에 세수부족의 원인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보다는 예상보다 급격한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법인세 부진의 영향이 크다는 설명이다.

주요국 평균 세수오차율 추이 [기획재정부 제공]

기재부는 기금 여유재원과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 조정, 편성한 예산을 쓰지 않는 불용 등 기존 살림을 총동원해 세수결손을 메우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외국환평형기금을 비롯한 여유 기금 24조원 활용 계획 등을 내놨던 지난해와는 달리 구체적인 방안이나 가용 재원 규모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김동일 기재부 예산실장은 “기금은 기금 운용 주체가 있고, 각 부처와 상의를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적극적으로 가용 재원을 체크하고 대응방안에 맞춰서 얼마나 쓸 건지, 어느 재원부터 쓸 건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국가재정법상 추경 사유는 경기침체나 대량실업 등으로 규정돼 있고 세수 부족 우려만으로는 추경 요건에 부합하지 않다는 게 그 이유다. 또 국채 추가 발행을 통한 추경 편성은 미래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대외 신인도 악화, 물가·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경예산을 거치지 않고 공식적인 세수 재추계를 발표하는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년 연속 세수펑크 상황에 직면하고 4년째 큰 규모의 세수 오차가 반복되는 등 엄중한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기재부는 세수 예측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추계 작업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내년부터는 국회예산정책처·한국조세재정연구원·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세수 추계 전문기관이 거시지표 전망과 모형설정, 세입예산안 편성 등 전 단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한다. 그간 검증만 맡아왔던 기관들을 시작 단계에서부터 참여시켜 세목별 여건, 추계 방식 등을 원점부터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미시 과세정보 활용을 확대해 세수 추계 모형을 개선한다. 앞서 민·관 합동 세수 추계위원회 설치, 시장자문단 신설, 국제통화기금(IMF) 자문을 통한 추계 모형 보완 등은 완료한 상태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앞으로는 매년 9월 당해연도 세수를 다시 한번 전망해 세수 상황에 대한 투명성을 강화할 것”이라며 “그 크기와 관계없이 정례적으로 말씀드린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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