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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임 전가” vs “손해 감수”…티몬·위메프 판매자 대응 제각각, 왜?
“소비자·제휴사 보호가 먼저” 피해 감수한 업체 잇달아
복잡한 보상방정식…전문가는 “책임성 명시 법률 없어”
수백명 소비자들은 이틀째 본사 찾아…환불 요구 행렬
25일 티메프 사태 관련 피해를 찜카가 안고 가겠다고 제휴사 업체들에게 보낸 공문. [해당 업체 제공]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저희가 손해를 볼테니 안심하세요. 어떤 상황에서도 고객과 제휴사의 신뢰 관계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로 인한 피해가 확산하는 가운데 각 업체의 대응 방식이 극심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피해를 안고 소비자 불안을 잠재우겠다는 곳이 있는 반면, 재결제와 구매 취소로 일관하며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곳들도 있다. 복잡한 온라인 중개 관계 속에서 책임성을 명시한 법률이 없는 데다 개별 업체의 피해 정도가 달라 소비자들은 업체의 대응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6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찜카는 전날 고객에게 티몬을 통해 구입한 금액권을 기존대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안심 문자를 발송했다. 이 업체는 이번 사태로 최소 2억2000만원의 정산금을 받지 못했다. 공급사와 소비자를 보호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관련 소비자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진 26일 새벽 피해자들이 서울 강남구 티몬 신사옥에서 환불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

찜카를 운영하는 이주상 네이처모빌리티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주가 엔저로 인한 해외여행 감소 때문에 큰 타격을 받았는데 티몬 사태까지 더해지면 제휴사의 현금흐름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며 “중개업체 입장에서 제휴업체와 소비자를 보호하고, 그동안 지자체 등에서 받았던 지원을 되갚은 차원”이라고 말했다.

찜카 뿐만 아니라 11번가, KT알파, 시몬스, SPC그룹 등 일부 기업들도 소비자 피해를 책임지겠다고 나섰다. 소비자들은 해당 업체를 통해 구입한 상품·금액권·기프티콘 등은 기존대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야놀자처럼 일부 피해에 대한 구제만 밝혀 원성을 산 업체도 있다. 야놀자는 고객 안내를 통해 “티몬·위메프에서 구매한 상품은 입실일 기준 28일까지 예약 건에 한해서만 사용 가능하다”면서 “이후 상품은 모두 사용 불가 처리되며 취소・환불 절차는 해당 업체와 진행하라”고 안내했다.

[해당 업체 인스타그램]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진 26일 새벽 피해자들이 서울 강남구 티몬 신사옥에서 환불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

업계는 티몬·위메프 미정산 대금의 규모와 판매업체의 재정 상태가 달라 대응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온라인 중개업체의 책임을 명시한 법률이나 관련 규제가 없는 영향도 크다. 여기에 상품권의 발행사, 판매 대행사 등이 별도로 존재해 이해관계마저 복잡하다. 요기요는 “발행・판매 업무는 A사가, 티몬 판매는 대행사인 B사를 통해 이뤄졌다”며 “큐텐에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는 동시에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취소·환불 신청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직접 위메프·티몬 본사를 찾고 있다. 새벽부터 건물 앞에는 환불 대기를 위한 사람들로 가득 찼고, 환불이 다시 이뤄진 오전에는 인파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행사와 중개업체 등 연결고리가 복잡하고, 회사마다 피해 정도가 달라 업체들이 모두 소비자 피해를 감당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당분간 소비자들의 환불 행렬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소비자에게 티몬 측 취소 및 환불 접수를 요청하는 한 모바일쿠폰 판매사.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진 26일 새벽 피해자들이 서울 강남구 티몬 신사옥에서 환불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예견된 일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온라인 중개는 비대면으로 무한히 접속 가능한 특성이 있어 오프라인보다 대금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머지포인트 사태 전후로 플랫폼 업체의 책임성 강화 요구가 있었지만, 마땅한 제도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당국도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 2021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업체의 소비자 보호 책임을 강화한 ‘전자상거래 등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는 등 안전망 마련에 나서려 했지만 관련 법안들은 21대 국회 때 통과되지 못했다. 앞으로 유사한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소비자가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안전망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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