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오른쪽)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대표는 25일 “전당대회 내내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강력히 반대해왔다”며 “민주당의 얄팍한 기대가 착각이라는 것을 우리가 하나로 뭉쳐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야권이 추진하는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그동안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됐던 ‘여권 분열’ 가능성을 불식하는 일성을 던졌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첫 번째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 민주당을 비롯한 거대야당은 그동안 민주당이 발의한 채상병 특검법을 상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며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전당대회 직후라는 시점을 선택한 의도는, 전당대회 직후 남은 감정들 때문에 국민의힘이 분열할 것이란 얄팍한 기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그건 착각”이라며 “국민의힘은 잘못된 법률이 통과돼서 국민들이 피해보는 것을 단호히 막아내겠다. 제가 앞장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대표는 최고위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도 참석해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날 본회의 상정이 예고된 방송4법에 대해서도 “방송장악 4법”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 대표는 “민주당의 얄팍한 술수와 책동을 얼마나 단호하게 뭉쳐서 막아낼 수 있는지, 얼마나 유능한 정당인지 오늘 보여주자”고 강조했다.

이는 전당대회 내내 논란이 됐던 채상병 특검법을 둘러싼 한 대표 자신과 대통령실·당의 입장차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당대표 선거 출마 선언 당시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 추진 의사를 밝혔고, 이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결과가 우선’이라는 대통령실·당의 입장과 배치됐다. 한 대표는 23일 당대표 선출 직후 “제가 기존에 했던 제3자 특검법은 더 유효한 것”이라고 했는데, 전날에는 기자의 관련 물음에 “제 입장은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도 “발의는 제가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은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야당안이 ‘악법’이란 점을 못박은 셈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우리 108명의 의원이 새 지도부를 중심으로 하나가 돼 거대야당의 의회독재에 맞서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단일대오로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방송4법과 관련해 29일까지 4박 5일간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추 원내대표는 주호영 국회부의장을 향해서도 “여야 간 의사일정 합의가 없는 가운데 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의 편파적이고 일방적인 의사진행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사회를 거부해주실 것을 강력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인요한 최고위원도 “(전당대회) 선거 때 일어난 여러가지 말들은 뒤로 해주시기 바란다”며 “적극적으로 한동훈 대표를 지지하고 (당을) 잘 이끌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라고 했다.

단결의 메시지는 전날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윤 대통령과 신임 지도부 및 나경원·원희룡·윤상현 당대표 선거 출마자 만찬에서도 나왔다. 대통령실 서면브리핑에 따르면 만찬은 ‘당정 대화합’을 위한 것으로, 윤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당 내 선거는 선거가 끝나면 다 잊어버려야 한다. 이제는 앞으로 어떻게 하면 잘할까 그것만 생각하자”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하나가 돼 우리 한동훈 대표를 잘 도와줘야 된다”며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혼자 해결하도록 놔두지 말고 주위에서 잘 도와주라”고 했다. 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