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 [위메프 제공]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위메프발(發) 셀러(판매자) 대금 지연 사태의 불똥이 티몬에도 옮겨붙었다. 판매자와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지 않으면 유동성 위기가 큐텐그룹 전체로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위메프에서 발생한 셀러(판매자) 대금 정산 지연의 파장이 큐텐그룹의 다른 계열사들로 확산 중이다.

전날 티몬은 판매자들에게 “부득이하게 정산금 지급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정상화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이달 초 위메프에서 판매자 500여 명의 거래대급 지급이 지연된 데 이어 티몬까지 정산 문제가 생긴 것이다. 지난 17일 큐텐그룹은 입장문을 내고, 이달 말까지 대금을 순차적으로 입금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보상안까지 내놨지만 파장은 오히려 더 커지는 모양새다.

불똥이 티몬에 튄 이유는 큐텐 계열 이커머스(전자상거래)의 신뢰가 전반적으로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티몬은 “위메프발 정산 지연 사태에 대한 언론의 부정적 보도로 인해 일부 판매자들이 티몬과 위메프에서 이탈했고, 이 때문에 거래 규모가 감소해 정산금 지급에 차질이 빚어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모두투어, 하나투어 등 여행사를 비롯해 일부 판매자들은 티몬과 위메프에서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정산 지연 문제를 빨리 해소하지 않으면 판매자들의 ‘이탈 러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비자들의 불신까지 더해지면 거래량마저 급격히 감소할 수 있다. 이미 판매 중단으로 피해를 본 이들도 발생했다.

[큐텐 제공]

업계는 이번 사태가 장기적으로 큐텐그룹의 유동성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큐텐그룹은 싱가포르계 이커머스 업체다. 큐텐은 2022년 티몬 인수를 시작으로 공격적으로 외형을 키워왔다. 작년에는 위메프와 인터파크 커머스를, 올해는 유럽 기반 이커머스 플랫폼 위시(Wish)와 AK몰 등을 인수했다.

하지만 큐텐이 인수한 이커머스 계열의 수익성과 재무상태는 모두 좋지 않다. 티몬과 위메프는 모두 누적 적자가 커지면서 자본금을 까먹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2022년 기준 티몬의 유동부채는 7193억원으로 유동자산(1309억원)의 5배를 웃돌았다. 당장 쓸 수 있는 돈보다 갚아야 할 돈이 5배 더 많다는 의미다. 위메프의 작년 말 기준 유동자산은 617억원이었다. 유동부채(3098억원)의 5분의 1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판매자와 소비자 이탈이 이어지면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큐텐은 이번 사태를 매듭짓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구영배 큐텐 대표도 최근 싱가포르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강도 구조조정 등 장기적인 타개책도 예상된다. 위메프와 티몬, 큐텐테크놀로지 등 일부 계열사들을 합병해 사업 구조를 효율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가 나스닥에 상장되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커머스는 신뢰가 가장 중요한데 최근 불신이 커지면서 상황은 더 안 좋아지고 있다”며 “판매자와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을 최대한 빨리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가 탈이 났던 옐로모바일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내실 있는 성장을 이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