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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인문학 샤워’ 뮤지엄 여행으로 더위 사냥[함영훈의 멋·맛·쉼]
한국관광공사 8월 추천 가볼 만한 곳
마음 키우기 여행으로 건강까지 챙겨
포항·속초·순천…자연속 ‘미음완보’도
포항 스틸아트의 백미, 스페이스워크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마음은 신체를 지배한다. 신체가 약했던 중세의 학자 퇴계 이황은 도교의 양생사상을 바탕으로 한 의학서적 ‘활인심방(活人心方)’에 쓴 대로 생활하며 당시로서는 장수(長壽)라고 여겼던 69세까지 살았다. 이 책에 기록된 30가지 덕목은 대체로 마음을 정갈하게 하고, 과욕을 금하며, 사랑의 마음과 고요함을 지녀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오늘날 퇴계의 방식을 실천하는 방법은 ‘문화, 예술, 인문학 샤워’로 마음을 힐링하는 것이다. 마음이 활기를 띠면(活人心) 무더위가 빚어내는 짜증, 무기력조차 능히 이겨낸다.

한국관광공사는 8월 추천 가볼 만한 곳의 테마로 ‘박물관, 미술관 여행’을 정했다. 뮤지엄은 볼꺼리가 많은데다 냉방도 빵빵하니 여름 여행지로는 금상첨화다. 여기에 청정 생태가 선사하는 자연철학을 흡입하러 미음완보(微吟緩步, 가볍게 노래부르며 천천히 걷는 것)하며 가벼운 아웃도어 활동을 곁들이면 더할나위 없다.

스틸아트의 특별함 ‘포항시립미술관’

포항제철, 호미곶, 죽도시장이 포항의 전부는 아니다. 최근 포항이 180도 달라졌다. 산업의 도시에서 예술의 도시로 변신을 꽤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 곳곳에 철(鐵) 예술작품들이 널렸고, 해마다 세계적인 철 페스티벌이 열린다. 세계에서 하나 뿐인 스틸아트 미술관이 있다. 환호공원에 자리한 포항시립미술관은 ‘스틸아트의 천국’이다. 단조로운 조각에서 벗어나 융복합 예술 작품의 세계가 펼친다.

딱딱하다고만 생각했던 강철은 부드럽게 휘어지고, 차갑게만 느꼈던 스틸이 실과 빛을 더해 따뜻해지더니 춤추듯 현란한 곡선을 그려낸다. 야외조각공원은 한국 근현대 미술사를 대표하는 작가의 작품 21점이 특별한 감흥을 빚어낸다.

포항시립미술관. 신비로운 스틸아트의 세계

하이라이트는 스페이스워크이다. 거대한 철제 작품은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처럼 아찔하다. 한 발 한 발 트랙을 올라가면 울창한 숲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높은 곳은 구름 속을 걷는 듯 스릴이 넘친다.

영일대해수욕장은 또 하나의 ‘스틸아트 천국’이다. 해변을 따라 수준 높은 철제 조각작품들이 줄을 잇는다. 물론 포항 최고의 예술작품은 바다이다. 호미반도해안둘레길에선 청록의 바다와 기암괴석들이 번갈아 말을 건다.

더위가 산행을 막는다면 이곳으로

무더위가 산행을 방해하거든 등반의 역사와 문화, 산이 거기 있어 산에 가는 산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고, 등반 체험도 하는 국립산악박물관으로 가자.

산악인의 조각품이 걸려 있는 4층 야외 하늘정원에서는 대청봉과 미시령, 신선봉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날씨가 화창하거나 겨울철 얼음이 얼면 토왕성 폭포의 모습도 눈에 띈다.

속초 국립산악박물관 외관 조형물은 프라하의 조각품 '프로이트'를 닮았다.

3층 전시실은 ‘산 사람’ 타이틀의 대하드라마 같은 분위기이다. 2011년에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급 14좌 완등에 성공하고 에베레스트를 무산소로 등정한 이탈리아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에게 수여되었던 황금 피켈이 눈길을 끈다.

2층 고산 체험실은 해발 3000m와 5000m의 온도와 산소량을 맞춰 고산 환경을 몸소 느껴볼 기회를 제공한다. 산악자율체험실에서는 일반적인 직진 산행은 물론, 볼더링(좌우 이동)도 체험한다.

1층 기획전시실에서는 올해 준비된 네 개의 작은 전시회 중 세 번째 ‘대표 유물 10선전’이 한창이다. 국립산악박물관이 소장한 대표적인 유물 10점이 전시돼있다.

산촌과 어촌문화, 6·25 전쟁 이후 유입된 ‘아바이 마을’ 실향민 문화 등 속초의 민속문화도 보여주고, AR(증강현실) 영상으로 구현된 남북국시대 북쪽의 우리나라 발해 역사관도 특별한 감동을 준다.

부엉이박물관 해피아울하우스, 바우지움조각미술관은 국내외 유명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특색있는 작품들을 보여준다.

“아빠 어렸을 때 이걸루 배웠어”…옛 교과서의 재발견

세종시 미래엔교과서박물관은 교과서 변천사를 통해 우리 교육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국내 유일의 ‘교과서박물관’이다. 서당에서 사용하던 서적부터 개화기, 일제강점기, 미 군정기, 1~7차 교육과정기까지 여러 시대의 교과서를 두루 살펴볼 수 있다.

교과서전시관은 한글관, 교과서의 어제와 내일, 교과서 제작 과정 등 다양한 주제의 자료를 상설 전시한다. ‘월인천강지곡’(국보)〉영인본, ‘동몽선습’, ‘소학언해’ 등 옛 우리 교과서부터 세계 각국, 북한교과서까지 망라해 보여준다. 사람을 만드는 책, 그 책을 만드는 인쇄 기계 전시실 역시 흥미롭다.

박물관을 찾는 누구나 학창 시절 손때 묻은 ‘우리 세대 교과서’를 발견하고는 반가움을 나타낸다.

세종 교과서박물관, 철수와 영이 포토존

추억의 교실은 1960년대 교실 풍경을 재현했다. 할머니와 아빠는 이곳에서 ‘라때’ 얘기를 많이 하며 아이보다 더 좋아한다. 오는 9월 30일까지 2층 기획전시실에서 ‘학교종이 땡땡땡’, ‘삽화여행, 교과서를 그리다’ 등 세 가지 주제의 전시가 열린다.

지난해 12월 처음 개관한 국립어린이박물관, 곰들의 여름나기가 흥미로운 베어트리파크,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조치원문화정원의 카페 방랑싸롱도 가볼 만하다.

‘한류 예견’ 한창기 기념 뿌리깊은나무박물관

경제발전이 지상 최대 과제였던 70~80년대, 잡지 ‘뿌리 깊은 나무’는 이미 한류를 예언하듯 한글 전용과 가로쓰기를 선언했다. 책에는 생활과 민속의 다양한 면모를 담았다.

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은 ‘뿌리깊은 나무’의 발행인 한창기를 기려 그의 수집품 6500여 점을 전시·보존하는 박물관이다.

박물관 한창기실 키오스크에서 ‘뿌리깊은 나무’의 기사를 검색해 볼 수 있다.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은 그의 수집품을 전시하는데, 특히 헌종의 어머니 신정왕후 등이 쓴 한글 편지가 눈길을 끈다.

박물관 맞은편에는 국가무형유산 보유자 백경 김무규의 고택 수오당이 있어 같이 돌아볼 수 있다.

순천 낙안읍성

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 옆에는 낙안읍성이 자리한다. 조선으로 시간 여행하는 곳이다. 새로 단장한 순천만국가정원은 요즘 밤에 더 빛난다. 정원드림호 수상퍼레이드를 포함한 나이트가든 투어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1250여점의 석조 유물을 한 자리에

서울 성북구에 있는 ‘우리옛돌박물관’은 이름에서 잘 알 수 있듯 옛돌, 즉 대한민국 석조 유물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자 2015년 11월 건립한 세계 유일의 석조 유물 전문 박물관이다.

재단법인 우리옛돌문화재단 천신일 이사장의 노력 덕분에 국내외로 흩어진 한국 석조 유물이 한자리에 모였다. 1만4000㎡ 규모의 너른 공간에 석조 유물 1250여 점을 전시해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우리나라 석조 유물의 문화 예술적 가치를 조명한다.

2001년 일본으로부터 환수한 석조 유물 70여 점을 시작으로 문인석, 장군석, 동자석, 벅수, 석탑, 부도, 석호, 불상, 망주석, 돌하르방, 제주동자석, 제주정낭 등 한국적 힘과 위엄이 느껴지는 다양한 석조 유물을 주제에 따라 분류해 보여준다.

서울 우리옛돌박물관 야외전시장에 전시된 문인석

일제가 독립운동을 강하게 탄압하던 1933년 서울 성북동 깊은 산골짜기에 지은 방 두 칸짜리 집인 심우장은 만해 한용운의 문학혼과 애국심이 서려 있는 장소이다.

한옥과 한국식 정원이 아름다운 성북동의 전통 찻집인 수연산방의 운치는 여전하고, 올해 3월 개관한 성북근현대문학관은 싱싱하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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