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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로 소극장 학전 이끈 ‘아침이슬’ 김민기 별세
김광석·설경구 거쳐간 예술인 산실
1994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초연
대표곡 ‘아침이슬’은 저항정신 상징

한국 공연문화의 산실이자 대학로 소극장의 상징 ‘학전’을 이끈 가수 김민기(사진)가 21일 별세했다. 향년 73세.

22일 학전에 따르면 김민기는 전날 지병인 위암이 악화되면서 세상을 떠났다.

전라북도 익산에서 태어난 김민기는 중학교 시절엔 미술학도가 꿈이었지만, 서울대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셋째 누나의 영향으로 우쿨렐레와 기타를 만지며 음악을 접했다. 서울대 미대 회화과에 입학 뒤 대학 동기와 도비두라는 이름의 포크 밴드를 결성해 활동했다.

그의 이름이 세상에 나온 것은 1970년 ‘아침 이슬’, ‘가을편지’, ‘꽃 피우는 아이’ 등을 내놓으면서다. 당시 고인은 양희은과 포크 동아리 ‘청개구리’에서 만나 공동 작업을 했다. 솔로 1집을 발표한 이후엔 싱어송라이터로도 두각을 보였다.

특히 양희은이 노래한 ‘아침이슬’은 대학생들의 입에서 입으로 퍼져나가며 ‘민주화의 상징’이 됐다. 1987년 민주항쟁 당시 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입에선 언제나 ‘아침이슬’이 불렸다.

공연계에 입문한 것은 1970년대다. 1973년 초엔 김지하의 희곡 ‘금관의 예수’의 극음악을 작곡해 무대에 올랐다. 1978년엔 노래극 ‘공장의 불빛’을 시작으로 1983년 연극 ‘멈춰선 저 상여는 상주도 없다더냐’ 등을 연출했다.

공연계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것은 1994년이 돼서다. 당시 독일 극작가 폴커 루트비히가 각본을 쓰고 비르거 하이만이 작곡한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무대에 올리며 시작된 것. 이 작품은 2007년에 독일문화원에서 수여하는 괴테 메달을 받았다. 한국인으로서는 윤이상과 백남준 이래 세 번째 수상자였다. 이 공연은 2023년까지 8000회 이상, 7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김민기가 이끈 학전은 한국 대중문화계를 이끄는 수많은 스타들을 발굴하고 육성한 인큐베이터였다. 고 김광석은 학전이 배출한 최고의 스타였고 윤도현, 나윤선, 정재일 등도 당대를 대표하는 음악가가 됐다. ‘학전 독수리 5형제’로 불린 설경구·김윤석·황정민·장현성·조승우도 배출됐다. 이렇게 대학로 공연 문화의 산실이었던 학전은 재정난으로 인해 지난 3월 문을 닫았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이미영 씨와 슬하 2남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24일 오전 8시, 장지는 천안공원묘원이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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