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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썽 피우면 퇴출” 전면시행 앞둔 늘봄학교… ‘특수아동’ 외면 여전
전국 학교서 ‘특수아동’ 늘봄 외면 속출
“보조인력 구하기 어렵다” 학교서 거절
늘봄학교를 운영 중인 교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1.“트러블이 생기면 학교 책임 없이 바로 관두게끔 하겠습니다.”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자녀의 학부모 이모(40)씨는 늘봄학교를 신청했다가 학교 측으로부터 이같은 말을 들었다. 이씨는 어쩔 수 없이 학교 밖에서 자녀를 보낼 학원을 알아보고 있다.

#2.부산에 위치한 전교생 97명 규모의 특수학교 은애학교는 이달부터 늘봄교실 운영을 계획했지만, 아직도 문을 열지 못했다. 지난달부터 강사 공고를 올렸지만 아무도 지원을 해오지 않아서다. 어렵사리 한 명을 구했지만 일주일 만에 ‘못하겠다’며 그만두기도 했다. 은애학교 관계자는 “수요는 있는데 강사가 없으니 진행을 못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정규 수업 전후 교육·돌봄 프로그램 늘봄학교에서 ‘특수학급’ 아동들이 수업을 신청조차 하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수학급 아동을 지원할 보조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참여를 거부하는 경우다. 원하는 모든 학생이 탈락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늘봄학교 기본 방침과 반대되는 방향이다. 늘봄학교는 1학기 시범 운영을 거쳐 2학기 전면 시행을 앞둔 가운데, 특수학급 학부모 사이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력 구하기 어려워” 특수학급 포기하는 늘봄학교
늘봄학교를 운영 중인 교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

22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 일반학교 특수학급에서 늘봄학교 신청을 원하는 수요가 계속되고 있지만 실제 운영은 저조한 상황이다. 특수아동을 전담으로 보조할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학교 차원에서 학부모에게 취소를 요구하거나, 특수교사에게 늘봄학교 지원을 요구했다 갈등을 빚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특수학급 아동이 늘봄학교에 참여하면 별도 인력을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교육청별 지침도 제각기 다르다. 서울교육청의 경우 학교에서의 요청이 있을 시 단기인력이나 자원봉사자, 혹은 사회복무요원 등 보조인력을 배치하도록 학교에 안내하고 있다. 대구교육청은 하루에 2만원을 지급하는 자원봉사자를 채용하도록 한다. 울산교육청은 별도 지침 없이 각 학교가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교육청 지침이 있더라도 각 학교에서 이를 따르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늘봄학교 관련 인력 채용을 학교에서 맡고 있다보니, 늘봄강사도 제대로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보조인력까지 구할 여력이 있겠느냐”며 “보조인력을 구하는 것이 학교 입장에서도 만만한 상황은 아닐 것”이라고 털어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특수학급 학부모들은 늘봄학교 시범운영 중인 학교에 다니더라도, 정작 여기에 참여하지 못하고 별도 학원을 알아봐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학교뿐 아니라 특수학교에서도 늘봄학교 운영은 미진한 상황이다. 앞서 부산교육청은 7월부터 특수학교 13곳에서 늘봄학교 운영을 한다고 밝혔지만, 수업을 시작조차 하지 못한 곳들이 많다. 부산은애학교는 두 차례 모집공고를 올렸으나 아직까지 인력을 구하지 못했다. 부산배화학교 역시 아직까지 인력 모집 단계다.

“늘봄학교 좀 도와달라” 요청에 특수교사vs학교 갈등도
[123RF]

각 학교에서 궁여지책으로 특수교사에게 늘봄학교를 지원 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가 갈등을 빚는 사례도 있다. 9명 규모로 특수학급을 운영 중인 한 학교의 특수교사 B(34)씨도 이같은 요청을 받았다. 별도의 행동 문제가 생길 경우에만 도움을 달라는 게 처음의 이야기였지만, 실상은 매 시간 지원이 필요했다.

B씨는 한 과목이 끝나는 40분마다 교실 이동을 도왔고, 늘봄전담교사는 소리를 지르는 등 이상행동을 보일 때마다 교사와 학부모에게 연락을 했다. B씨는 “실상은 특수학급 운영을 하면서 늘봄교실을 위해서도 상시 대기를 하고 있어야 했다”고 했다. 이같은 상황을 지켜본 B씨의 특수학급 학부모들은, 늘봄학교 신청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모두 포기했다.

교육부 “인력 채용 예산 주겠다” 방침에도…교사들 “채용 어려울 것”

학교 일선에서의 불만이 커지자 교육부도 2학기 전면 시행을 앞두고 예산을 추가 편성하는 방침을 마련하고 있다. 특수학급 아동이 늘봄학교 참여를 원할 시, 이들을 전담해 보조하는 인력을 채용할 수 있도록 하는 예산을 교육청에 별도로 교부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특수학급 학생은 밀착해서 지원하는 인력이 별도로 필요하기 때문에 최대한 많이 배치할 수 있도록 자체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특수교사들 사이에선 예산이 있더라도 인력 채용까지 현장에서 원활하게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원화 특수교사노조 정책실장은 “지금도 학교 현장에선 특수교사들이 늘봄학교 지원까지 떠맡고 있는 상황이 흔하다”며 “늘봄강사도 제대로 채용이 되지 않는 상황에 특수보조인력 채용이 제대로 되기는 어려워, 교육청 등 상급 기관에서 인력을 채용해 파견해주는 방안이 가장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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