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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음악 만난 국악관현악, 수양대군 불러온 창극…‘정체성’ 다지는 국립극장
2024∼2025시즌 총 61편 공연
전통 기반 동시대 창작 작품 발굴
장애 장벽 허문 ‘배리어 프리’ 작품도
국립극장 시즌 간담회 [국립극장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전통을 기반으로 한 동시대 창작 작품이 국립극장의 정체성.” (박인건 국립극장장)

한국적 소재를 젊은 감각으로 풀어낼 창극, 현대무용계의 대모와 만난 국립무용단, 게임음악을 품은 국악관현악…. 국립극장의 새로운 시즌엔 ‘정체성’이라는 키워드가 보다 강화됐다.

국립극장은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2024-2025(8월 28일~2025년 6월 29일) 레퍼토리 시즌 프로그램을 공개, 신작 23편, 레퍼토리 작품 8편, 상설공연 14편, 공동주최 공연 16편 등 총 61편을 무대에 올린다고 밝혔다.

박인건 국립극장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전통을 기반으로 한 동시대적 창작 공연과 관객이 그리워하는 작품을 선보이는 앙코르 공연, 이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예술성과 대중성을 염두에 둔 작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국립극장 산하 세 단체인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저마다 단체의 정체성을 보여주며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신작을 내놓는다.

국립창극단은 우리의 이야기를 다룬 창작 창극 발굴에 힘을 기울였다. 유은선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은 “지난해 4월 부임하며 고민했던 것은 국립창극단에 한국적 소재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순수 창작극의 필요성이었다”며 “ 지난 시즌 마지막 작품으로 6월에 공연한 ‘만신:페이퍼 샤먼’을 시작으로 원작 없는 한국적 소재의 창작물을 이어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국립극장 시즌 간담회에 참석한 박인건 국립극장장과 유은선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국립극장 제공]

주목할 작품은 두 편이다. 떠오르는 신예 연출가 김정과 함께 조선 7대 왕 세조의 이야기를 다룬 ‘수양’(2025년 3월 13∼20일)을 선보인다. 악인으로만 그려진 세조의 또 다른 모습을 담아낸 작품이다. 극작가 배삼식, 작창가 한승석 콤비가 참여했다. 조선 후기 8대 명인 이경숙의 삶을 조명한 ‘이날치전’(11월 14∼21일)도 기다리고 있다. 민간 소리극 단체 ‘창작하는 타루’의 정종임 대표가 연출을 맡았다.

유 감독은 “‘만신: 페이퍼 샤먼’에서 한국적 요소로 무속을 살폈다면 ‘이날치전’에서는 우리의 전통연희를 창극에 녹일 생각”이라고 했다.

국립무용단에선 국립극장의 시즌 개막작인 ‘행 플러스마이너스(+-)’(8월 29일∼9월 1일)로 포문을 연다. 현대무용 대가 안애순과 국립무용단의 첫 만남이다. 2제곱미터의 화문석 위에서 추던 절제된 궁중무용인 ‘춘앵무’의 해체와 재조합 과정을 통해 한국춤과 동시대 춤의 만남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다.

김종덕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은 “국립무용단 홈페이지에 첫 문구로 ‘전통에 대한 당찬 도전’이라고 적혀있다”며 “국립무용단은 그간 전통춤을 재구성한 작품이 많았다. 한국의 전통춤이 민족춤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컨템포러리 작품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방향성을 재정립한 작품들을 선보일 것”라고 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게임음악과 만나 국악관현악의 새 지평을 연다. ‘음악 오디세이: 천하제일상’(11월 29~30일)을 통해서다. 이 무대에선 게임 영상을 상영하며 BGM을 연주하는 대다수 게임음악 콘서트 형식에서 벗어나 온라인 게임 ‘천하제일상 거상’에 등장하는 필드별 음악을 각기 다른 개성의 작곡가 5명이 만들고, 작곡 대전을 벌인다. 혁신을 추구하며 전통성도 지킨다. 게임음악은 물론 관현악시리즈 ‘정반합’을 통해 국악관현악의 전통을 보여줄 무대도 마련했다.

채치성 국립국악관현단 예술감독은 “미래지향적 음악을 해오며 국악관현악을 선도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며 “이와 더불어 국악관현악의 기틀을 잡고 본질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으로 우리의 정체성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각 단체에선 관객들이 뜨거운 사랑을 보내온 레퍼토리 작품도 내놨다. 국립창극단에서 가장 사랑을 많이 받은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9월 5∼15일)가 5년 만에 돌아오고, 국립무용단 ‘향연’(12월 9∼25일)은 6년 만에 국립극장 무대에 오른다. 2015년 초연 후 3년 연속 매진을 기록한 작품이다.

마당놀이는 5년 만에 부활한다. 지난 10년간 공연됐던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와 ‘춘향이 온다’, ‘놀보가 온다’, ‘춘풍이 온다’ 등 4개 작품의 주요 대목을 엮은 ‘마당놀이 모듬전’(11월 29일~2025년 1월 30일까지)이다. 마당놀이 ‘전설의 스타 3인방’인 배우 윤문식과 김성녀, 김종엽이 카메오로 출연한다.

국립극장 시즌 간담회에 참석한 신유청 연출 [국립극장 제공]

국립극장이 공연예술의 장벽을 허물기 위해 해마다 이어오고 있는 무장애(배리어 프리, Barrier-free) 공연도 이번 시즌 주목할 만하다. 그간 국립극장은 2022년 뇌병변 장애를 가진 배우 하지성에서 백상예술대상연극 부문 남우주연상을 안긴 ‘틴에이지 딕’, 2023년 농인 배우와 청인 배우가 호흡한 ‘우리 읍내’, 2024년 농인 배우와 소리꾼이 꾸민 ‘맥베스’를 선보였다.

이번 시즌에선 학교폭력을 당한 소년의 성장담을 다룬 연극 ‘몬스터 콜스’(12월 5∼8일)와 중증 척추 장애 여성의 삶을 다룬 연극 ‘헌치백’(2025년 6월 12∼15일)이다.

‘헌치백’의 연출을 맡은 신유청은 “중증 척추 장애를 가진 일본인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인데 무대화하기 수월한 소설은 아니었다”며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 행동해야 하는 것, 무엇이 행복하고 아름다운 것인지 전복되는 경험을 했다. 모든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립극장은 이번 시즌을 통해 공격적인 라인업으로 일 년 내내 쉬지 않는 극장으로 거듭나겠다는 생각이다. 국립극장엔 현재 대극장 해오름, 중극장 달오름, 소극장 하늘극장을 갖추고 있다.

박 극장장은 “국립극장 부임 당시 해오름극장 전체 공연 횟수는 110회였는데, 올해는 이를 150~170회로 늘렸다. 극장장 3년차인 내년에는 200회차까지 늘리고자 한다”며 “하늘극장의 경우 극장 가동률이 60%에서 100%로 늘었다. 극장 가동률을 높이고 기획공연을 늘린 게 이번 시즌의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연장의 얼굴은 콘텐츠”라며 “내년부터 달오름극장은 대관을 완전히 배제하고 자체 기획공연과 공동 기획공연을 올려 제작극장으로서의 국립극장 정체성을 보다 확실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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