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지금 당장 다시 치러진다면, 국민의힘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당대표로 승리할 수 있을까. 나경원 의원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윤상현 의원이 여당 수장이 된다면 국민의힘을 제1당으로 이끌 수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대국민 사과를 한다면 여당을 패배로부터 구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이 의미 있으려면 이같은 물음에 긍정 답변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우리 국민 중 그 누가 수긍할 수 있을 것인가.

한동훈 전 위원장과 김 여사간 오간 문자메시지를 두고 당대표 후보간 공방을 벌이는 핵심적인 이유는 총선 패배 원인과 책임을 가려보자는 것일테다. 9일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첫 TV 토론회에서도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 등 4명의 당권주자들은 이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 총선 당시 비대위원장이었던 한 후보가 김 여사의 문자에 답을 하지 않은 것을 두고 나 후보는 “정치적으로 미숙한 판단”이라고 했고, 윤 후보는 인간된 도리가 아니라고 비난했다. 원 후보도 지난 5일 “영부인이 사과 이상의 조치도 당과 국가를 위해 하겠다는 것을 왜 독단적으로 뭉갰는지 책임 있는 답변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한 후보는 “대통령실에 사과가 필요하다는 것을 전달하고 있었다”며 “윤 대통령은 사과가 필요 없다고 했다”고 반박했다. 또 “사과할 의사가 있으면 나한테 허락받을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김건희 여사가 사과했다면 총선 결과가 달라졌느냐’는 질문엔 예외없이 모두 “예”라고 답했다.

지난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한 근본적인 이유가 고작 한 전 위원장이 김여사의 문자에 답을 하지 않아서, 혹은 김 여사가 사과를 하지 않아서라는 말인가. 도대체 여당은 총선 민심을 어떻게 읽었길래, 국민의 수준을 어떻게 보고 있길래 당대표 선거에까지 이런 행태를 보이는가. 당대표·최고위원·청년최고위원 후보의 비전 발표회로 전당대회 경선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 2일부터이고, 언론의 보도로 김 여사의 문자 내용이 공개된 것은 4일이다. 8일엔 김 여사의 문자메시지 5건 전문이 추가로 언론에 보도돼 파문은 더 커졌다. 사실상 전당대회가 오로지 김여사 문자 논쟁으로 도배되고 있는 셈이다.

여당 현역 의원 108명이 모인 소셜미디어 단체대화방에선 “국민께 부끄럽다” “당원께 면목없다” “이쯤이면 경쟁 아닌 자해”라는 글이 올라왔다고 한다. 이제 7·23 전당대회까지 남은 시간은 2주 남짓이다. 그동안 쟁점과 경쟁 양상을 확 바꾸지 못한다면 누가 대표가 되든 ‘자해’를 넘어 ‘자멸’로 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