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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펙트럼 다양한 유럽 극우…美 ‘트럼프 현상’과도 달라[유럽 휩쓰는 극우]
유럽 극우, ‘EU·이민·러시아’ 관련 입장 달라
美 우경화는 ‘트럼프 개인의 힘’

조르당 바르델라 프랑스 극우 국민연합(RN) 대표가 지난달 30일 투표를 한 후 지지자와 사진을 찍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극우의 사전적 의미는 ‘극단적으로 보수주의적이거나 국수주의적인 성향을 지닌 사람이나 세력’이다. 그런 면에서 유럽은 전형적인 극우의 얼굴을 띠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유럽이라도 ‘유럽연합(EU)에 대한 입장’, ‘이민자에 대한 입장’, ‘러시아와의 관계’ 등 주요 이슈에서 조금씩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우익과도 다른 모습이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에 따르면 1차 조기 총선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한 프랑스의 극우 국민연합(RN)은 반이민은 유지하되, 반유대주의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RN는 2015~2016년 당시 ‘시리아 위기’ 이후 불법 난민이 급증하면서, 반이민정서를 부추기며 지지율을 올렸다. 창당 멤버들은 반유대주의를 대표했지만 부정적 논란이 계속되고, 특히 지난달 12세 유대인 소녀가 집단 성폭행을 당하자 RN은 “반유대주의와는 의절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RN은 EU에 대해 회의적이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도 반대한다. 프랑스 국민들 또한 실업률 상승과 이민자 증가 등으로 EU의 역할과 기능에 회의적인 만큼 RN이 국민 정서를 이용해 더욱 세를 키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독일의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지난달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16%로 2위를 기록하며 다시 극우 돌풍의 주역으로 등극했다. 숄츠 총리가 속한 독일사회민주당(SPD·13.9%·3위)도 앞질렀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와 난민 문제 등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난다.

AfD는 ‘반이민’ 과 ‘친러시아’를 표방한다. 특히 무슬림이 다수인 국가로부터의 이민을 반대하고 난민 유입을 억제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주장한다. 이들은 지난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했을 때 “임기가 만료된 대통령이 전쟁과 구걸로 재임하고 있다”며 러시아를 대변했다.

유럽의 ‘원조 극우’로 불리는 조르지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이탈리아형제들(FdI)’은 EU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EU 탈퇴를 주장하지는 않는다. 멜로니 총리는 집권 후 ‘반EU’ 공약에서 ‘EU 개혁’으로 수위를 낮추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나서는 등 중도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극우성향의 집권당 피데스(Fidedz)를 이끄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유럽 전반의 경제난 심화와 EU의 보조금 삭감 등으로 헝가리와 EU간 갈등이 심해지자 반서방 노선으로 주요 공약 정책을 변경했다. 그는 ‘친러시아’ 성향으로 EU의 대러제재안에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달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가 압승한 이후 빅토르 총리는 “현 EU 지도부가 초래한 전쟁, 이민, 경기 침체가 아닌 평화, 안보, 발전을 가져오겠다”면서 오스트리아, 체코의 극우 정당과 뭉쳐 유럽의회 내 우익 정치그룹을 결성하겠다고 밝혔다. 여러 극우 정당을 통합하고 반 EU 정책을 밀어붙이겠다는 포부다.

폴란드는 도날트 투스크 총리가 이끄는 자유보수주의 성향의 폴란드 집권당 시민연합(KO)이 37.1%의 표를 얻어 36.2%를 득표한 애국보수 성향의 법과정의당(PiS)을 근소한 차이로 따돌렸다. 이들은 유럽의 추가적인 통합에 반대하지만 대(對)러시아 제재에 찬성하며 NATO를 지지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P]

한편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우에 대해 CNN은 “유럽은 전반적으로 EU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어서 우경화가 생겼으나, 미국은 ‘트럼프 개인의 힘’에 의해 우경화 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공화당 강경세력이었던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과 극우 성향의 론 디센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떨어진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CNN은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트럼프 현상’을 ‘아메리카 퍼스트’로 정의 내렸다. 유럽의 반EU에서 시작한 극우와는 다른 양상의 백인 우월주의로 평가했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은 ‘아메리카 퍼스트’로 백인 우월주의가 나온 것이라면 유럽에서 나타나는 극우는 또 다른 모습의 백인 우월주의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중요한 것은 트럼프가 백악관에 들어오게 되면 대서양 동맹에는 분명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mokiy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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