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비공개 소규모 행사에서조차 텔레프롬프터에 뜬 화면에 기대 연설하는 모습을 보여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서 좌절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4일(현지시간) 전했다.

WP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 장비는 항상 달고 다니는 '액세서리'라고 칭했다. 텔레프롬프터는 원고를 자막으로 보여주는 디스플레이 기계다.

지난 4월 주요 민주당 기부자인 마이클 색스의 시카고 저택에서 열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자금 모금 행사도 그런 일이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참석자는 30여명이다. 거실에는 강단과 텔레프롬프터, 대형 스크린 2개가 설치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행사에서 텔레프롬프터를 썼는데도 연설에 어려움을 겪었고, 일부 기부자는 그의 말을 듣기 위해 애썼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14분간 연설한 후 질문을 받지 않고 떠났으며, 이에 그와 소통하는 시간을 더 원했던 기부자들은 좌절했다고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전했다.

이 행사가 끝난 후 일부 기부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거실과 같은 친밀한 공간에서조차 텔레프롬프터를 쓴 데 대해 대선 캠프 관계자에게 불만을 표했다.

정치활동을 하는 동안 바이든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는 즉석에서 연설하며 속내를 숨기지 않는 솔직담백한 언변이었다고 WP는 평가했다.

재임 초기만 해도 모금 행사에서 지지자들과 만날 때 대본 없이 임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바이든 대통령이 텔레프롬프터 없이 공식 석상에 나타난 일은 거의 없었다. 텔레프롬프터를 동반하지 않았던 사례는 드물게 한 기자회견과 언론 인터뷰 정도였다.

81세인 바이든 대통령의 말실수를 막으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외려 고령 리스크를 부각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의 참모들은 끝없이 회의를 해야 하고 모든 행사 참석 전에 리허설 시간이 부족한 정치인들에게 텔레프롬프터는 일상적 장비라고 주장하고 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주 대본에 의존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자 "대통령이 텔레프롬프터를 사용하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며 "과거에도 대통령들이 썼던 것"이라고 했다.

캠프 데이비드에서 돌아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레슬리 J.맥네어 육군기지에 도착해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운데), 차남 헌터 바이든과 함께 걸어가고 있다. 바이든 일가는 캠프 데이비드에서 연 가족회의에서 대선 후보 사퇴를 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대선 후보 첫 TV토론 이후 거세지고 있는 후보직 사퇴 요구에 정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오후 8시 이후 행사는 축소하고 수면 시간을 늘려야 한다며 나이에 따른 피로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고 NYT는 이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건강 상태를 묻는 의사 출신인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의 질문에는 '내 건강은 괜찮다'고 답한 후 "그것은 단지 내 두뇌(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일 선거자금 모금행사에서도 TV토론에서 목소리가 쉬고 제대로 답변을 못 하고 맥락에서 벗어나는 말을 보이는 등 노쇠한 모습을 보인 데 대해 "나는 TV 토론을 바로 앞두고 두어차례 (출장차)세계를 다니는 결정을 했다"며 "나는 (토론 때)무대에서 거의 잠이 들 뻔했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