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5일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김건희 여사의 ‘대국민 사과’ 제안 연락을 무시했다는 의혹에 대해 “총선기간 동안 대통령실과 공적 통로를 통해 소통했다”며 “동시에 국민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 여사에게 연락을 받았고 답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상대 후보인 원희룡 후보는 “해당 행위”라며 “선거 패배에 대해 그것을 해결하려는 노력 없이 (김 여사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우고 자기는 선거 기간 동안 자기의 인기, 유세에만 관심이 있던 것인지 당원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원 후보는 이날 경기 파주시 파주시을 당원협의회에서 이뤄진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한 후보를 저격했다.

원 후보는 “진중권, 김경율 같은 우리당에 입당도 한 적 없는 사람들과 공천문제나 다른 민감한 문제, 영부인과 대통령에 대한 문제에 대해 수시로 (의견을) 주고받아 가면서 앞뒤가 맞지 않는 (모습을 보였고) 자신에게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 아닌지), 국정의 낮은 지지율이나 선거 실패의 책임을 대통령과 영부인에게만 덮어 씌우려고 하는 것 아닌지 의혹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에 김경율 전 비대위원 등이 합류했고 김 전 비대위원을 중심으로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 등이 나온 것을 지적한 것이다.

앞서 한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조찬 만남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 시점에 이런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한 후보는 “저는 집권당의 비대위원장과 영부인이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재구성된 문자 내용에 대해서는 “내용이 좀 다르다”며 “제가 쓰거나 보낸 문자가 아닌데 그 내용에 대해 제가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원 후보는 SNS에서도 강공 모드를 이어갔다. 한 후보의 ‘반(反)윤’ 이미지를 굳히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원 후보는 “총선 기간 중 가장 민감했던 이슈 중 하나에 대해 당과 한 후보가 요구하는 것을 다하겠다는 영부인의 문자에 어떻게 답하지 않을 수 있느냐. 공적, 사적 문제를 따지기 전에 인간적으로 예의가 아니다”고 했다. 원 후보는 “세 분(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 한동훈 후보) 사이의 관계는 세상이 다 아는데 그렇게 말하는 것으로 보아 ‘절윤’이라는 세간의 평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며 “한 후보가 그때 정상적이고 상식적으로 호응했다면 얼마든지 지혜로운 답을 찾을 수 있었고 당이 그토록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그토록 많은 후보들이 고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나 후보도 SNS에 “한 후보의 판단력이 미숙했다. 경험부족이 가져온 오판이었다”며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돌파구를 찾았어야 했다. 한 후보는 지금이라도 당원과 국민, 그리고 우리 당 총선 후보자 전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후보는 “더 이상 비방과 폭로전에 휩싸여서는 안된다”며 “다같이 망하는 전당대회는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현주·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