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왼쪽) 서울시장과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동행식당에서 만나 인사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5일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김건희 여사의 '대국민 사과' 제안 연락을 무시했다는 의혹에 대해 "총선기간 동안 대통령실과 공적 통로를 통해 소통했다"며 "동시에 국민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 여사에게 연락을 받았고 답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총선 참패 책임론이 한 후보의 가장 큰 '약점'인 상황에서 상대 후보들은 "총선 후보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압박하고 있다.

한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조찬 만남을 가졌다. 한 위원장은 만남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시점에 이런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 의아하다"며 "저는 집권당의 비대위원장과 영부인이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 후보는 재구성된 문자 내용에 대해서는 "내용이 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한 후보는 "제가 쓰거나 보낸 문자가 아닌데 그 내용에 대해 제가 구체적으로 말씀을 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부연했다. 그는 친윤계가 한 후보의 '반윤' 이미지를 앞세우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저는 지금 당의 화합을 이끌어야 하고 그런 당대표가 되기 위해 (전당대회에) 나온 것이기 때문에 분란을 일으킬 만한 추측이나 가정은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앞서 명품백 수수 의혹 등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김 여사가 총선을 앞두고 한 후보에게 "당에서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 등 어떤 처분도 받아들이겠다"고 연락했지만 한 후보가 반응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상대 후보들은 일제히 '강공 모드'에 돌입했다. 한 후보가 김 여사의 대국민 사과 제안을 무시함으로써 국민의힘이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놓쳤고 총선 참패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선거인단의 40%를 차지하는 영남권 당원 민심을 공략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나경원 후보는 이날 SNS에 "한 후보의 판단력이 미숙했다. 경험부족이 가져온 오판이었다"며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돌파구를 찾았어야 했다. 한 후보는 지금이라도 당원과 국민, 그리고 우리 당 총선 후보자 전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후보는 "더 이상 비방과 폭로전에 휩싸여서는 안된다"며 "다같이 망하는 전당대회는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후보는 한 후보의 '반(反)윤' 이미지 굳히기에 나섰다. 원 후보는 한 후보가 김 여사의 '사적인 방식'을 언급하자 곧바로 SNS에 "충격적 발언"이라고 적었다. 원 후보는 "총선 기간 중 가장 민감했던 이슈 중 하나에 대해 당과 한 후보가 요구하는 것을 다하겠다는 영부인의 문자에 어떻게 답하지 않을 수 있느냐. 공적, 사적 문제를 따지기 전에 인간적으로 예의가 아니다"고 했다. 원 후보는 "세 분(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 한동훈 후보) 사이의 관계는 세상이 다 아는데 그렇게 말하는 것으로 보아 '절윤'이라는 세간의 평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며 "한 후보가 그때 정상적이고 상식적으로 호응했다면 얼마든지 지혜로운 답을 찾을 수 있었고 당이 그토록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그토록 많은 후보들이 고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 후보는 이날 오 시장과 서울시의 '약자와 동행' 정책에 대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한 후보와 지자체장 만남이 성사된 것은 박형준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쪽방촌 동행식당에서 이뤄진 이번 회동에서 한 후보는 오 시장에게 "제가 중앙정치를 시작하고 당헌당규를 보니 '약자와 동행'이 명시되어 있더라. (정책이) 성공하고 검증되면 서울에서 전국으로 펼쳐나가겠다"고 했고 오 시장은 "감사하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