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보다 0.4%포인트(p) 높은 2.6%로 상향했다. 올해 1분기 우리 경제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1.3%를 기록하는 등 개선세를 보이고 있고, 물가 상승률이 3개월 연속 2%대로 안정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3일 발표한 ‘2024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2.6%로 전망했다. 이는 작년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전망치(2.2%)보다 0.4%포인트(p) 상향 조정한 수치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같고, 한국은행(2.5%)의 전망치보다는 소폭 높다.

정부가 성장률을 상향 조정한 근거는 예상을 웃도는 수출 회복세다. 실제 월별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9개월 연속 전년 동월보다 증가했다. 6월 반도체 수출도 134억달러를 넘기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세계 경제의 완만한 성장세와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따른 반도체 경기 호전으로 하반기에도 수출 개선 흐름이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서 내년에는 우리 경제가 2.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고물가·고금리 영향이 완화하고 세계교역이 개선되며 성장세를 뒷받침할 것이란 분석이다. 김병환 기재부 제1차관은 “상반기 우리 경제는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1.3% 플러스를 기록했다”며 “최근 수출 호조세를 감안해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했다”고 말했다.

수출(통관기준) 전망치는 기존 8.5% 증가보다 0.5%포인트(p) 상행 조정된 9.0%로 조정됐다. 수입 전망치는 4.0% 상승에서 2.0% 상승으로 하향됐다. 수출 회복과 수입 감소로 상품수지가 개선되면서 경상수지는 630억달러의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종전 전망보다 130억달러 늘어난 규모다.

반대로 서비스·소득수지는 90억달러 적자를 낼 전망이다. 지난해 일시적 배당유입 확대 효과 소멸과 해외여행 증가 등이 적자 배경이다. 김병환 차관은 “무역수지가 빠르게 개선하는 흐름을 고려해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를 500억달러에서 630억달러로 상향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부문별로 회복 속도는 차이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 소비는 기존대로 1.8% 증가 전망이 유지됐다. 가계 이자 부담이 높은 수준이지만, 기업실적 개선과 물가 둔화에 따른 가계 실질소득 증가로 소비 제약 요인이 완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건설투자 전망치 또한 1.2% 감소로 기존과 같았다. 설비투자 전망치는 기존 3.0%에서 2.0%로 소폭 하향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6%가 유지됐다. 하반기로 갈수록 공급자 측 요인이 완화되면서 물가가 2% 초·중반대까지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어 내년엔 유가 오름세 둔화와 원가 부담 축소에 따른 가격 인상 압력 완화가 맞물리면서 물가안정 목표 수준에 근접한 2.1%의 물가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취업자 수는 23만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전망치와 같은 수치다. 경기 회복에 따라 취업자 증가세는 지속되지만, 최근 2년간 큰 폭 증가의 기저효과로 증가 폭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1월 38만명이던 취업자 수는 2월 32만9000명, 3월 17만3000명, 4월 26만1000명, 5월 8만명 등으로 줄어들고 있다. 고용률은 62.8%를 유지할 전망이다.

김병환 차관은 “물가 상승률과 취업자 수 증가 모두 연초에는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최근 들어 둔화하는 흐름을 고려해 전망치를 유지했다”며 “여러 경제 지표가 연초 전망했던 수준 또는 그 이상 흐름으로 전망되나 부문 간 회복 속도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는 지표 개선이 넓게 체감되도록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정책 노력을 집중하겠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