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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등어 샌드위치도 있어”…독일인도 사랑한 ‘터키 케밥’, 그 시작은요 [혀 끝의 세계]
300가지 넘는 튀르키예의 케밥
독일선 52년 전 ‘되네르’ 재탄생
에미노뉘의 고등어 케밥 유명해
시미트, 피데·에크멕과 곁들여요
케밥 회전 꼬치. [게티이미지뱅크]

ㅌ.
혀 끝의 세계
해외여행에서 먹은 한 파스타의 소스가 너무 궁금했지만 ‘몰라서’ 몇 년 동안 그리워만 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됐죠. 중식 스타일 면요리에 들어가는 굴소스였다는 걸 말이죠. 열린 신세계는 입맛의 지평을 넓혀줬습니다. 알고 먹으니 한입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눈으로 먼저 혀 끝의 세계를 만난 뒤, 주말이나 일상의 틈새에 새롭지만 즐거운 한입을 권해봅니다.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지난 4월 200인분 요리를 만들 수 있는 고기 60㎏이 조심스럽게 대통령의 전용기에 실렸습니다. 작전을 수행하듯 삼엄한 보호 속 전문 요리사까지 동행한 그 비행기의 목적지는 어디였을까요.

비행기가 닿은 곳은 튀르키예 이스탄불 공항, 탑승 요리사는 베를린의 유명 케밥집을 운영하는 아리프 켈레스입니다.

놀랍게도 그를 데려간 사람은 튀르키예가 아닌 독일의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입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독일과 튀르키예의 양국 수교 100주년을 기념한 행사에서 터키인들에게 케밥을 대접하기 위해서였죠.

터키인들에게 왜 독일 대통령이 베를린의 케밥을 선보였을까요?

그건 바로, 독일에서 회전식 고기구이 되네르(döner) 케밥이 국민 음식으로 사랑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상황에 비유하자면, 유명 김밥을 팔고 있는 뉴욕 거주 한국 동포를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올 때 데려온 셈입니다.

1960년대 독일은 전쟁 이후 경제가 급격하게 성장하며 수많은 이민자를 받아들였어요. 당시 한국에서도 많은 광부와 간호사들이 독일로 파견되었죠. 상당수의 터키인들도 이때 독일로 건너갑니다. 터키인들은 전통음식인 케밥을 간편한 패스트푸드인 되네르로 변형해, 팔기 시작했어요.

독일에서 1972년 뒤네르 케밥을 만들었다고 알려진 카디르 누르만. 2013년 그의 사망 당시 많은 독일인들이 그를 추모했다. [독일 매체 tagesspeigel]

이 독일식 케밥은 ‘1972년 터키에서 베를린으로 온 노동자 카디르 누르만 (Kadir Nurman)이 처음 만들었다’고 전해집니다. 바쁘게 일하는 독일인들이 서서 빨리 밥을 해결하는 것을 보고 빵 속에 케밥 고기를 넣으며 ‘발명됐다’고 합니다. ‘카디르 누르만’이 2013년 사망하자 독일 매체들은 ‘되네르 케밥의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했습니다.

되네르 케밥은 독일 내 연간 매출이 70억유로(약 10조3000억원)가 달할 정도로 성장했어요. 전체 독일의 외국인 인구(약700만 명) 가운데 그중 절반에 가까운 300만 명이 터키인이거든요. 이민자의 음식은 성장을 거듭해 독일의 또 다른 국민푸드인 커리부어스트와 쌍벽을 이루고 있습니다.

독일의 한 매체가 뒤네르 케밥을 만들었다고 알려진 카디르 누르만이 사망한 2013년 작성한 기사. [Berlin Loves you 홈페이지 캡처]

한국인에게 익숙한 터키는 사실 2022년 ‘터키인의 땅’이라는 의미를 지닌 튀르키예(Türkiye)로 국호를 바꾸었어요. 튀르키예 정부는 영어인 터키(Turkey)가 칠면조, 패배자, 겁쟁이라는 뜻을 가진 의미로 사용돼 온 점이 오랜 시간 동안 터키인들의 스트레스였다며 국제연합(UN)에 일종의 개명 신청을 했죠.

이 튀르키예인들의 케밥은 ‘꼬챙이에 꽂아 불에 구운 고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요. 이슬람교 문화권인 튀르키예인들은 케밥 재료로 금지된 식재료인 돼지고기 대신 양고기, 소고기를 씁니다. 이 케밥의 유래는 중앙아시아의 초원지대와 아라비아 사막을 누비던 몽골인들의 영향을 받았다는 설과, 전쟁이 많았던 튀르키예의 군인들의 전투 식량으로 발전했다는 설 등이 있습니다. 공통점은 둘 다 이동이 잦았던 시기, 그릇이 필요 없이 꼬챙이에 고기를 꽂아 먹었다는 점입니다.

케밥 사진. [게티이미지벵크]
터키 음식 프랜차이즈 케르반(KERVAN)에서 판매하는 케밥. 기자는 직접 케밥을 먹고 이 글을 썼다. 김희량 기자

앞서 말한 되네르 케밥은 300여 가지가 넘는 케밥 중 한 종류에요. 마치 한국에 다양한 김치의 종류가 있는 것처럼 케밥은 통구이인 쿠유 케밥, 되네르 케밥에 요구르트와 토마토소스를 첨가한 이스켄데르(Iskender) 케밥, 꼬치구이인 쉬시(Shisi) 케밥 등 다양합니다.

해변 지역에는 고등어가 들어간 케밥도 있어요. 튀르기예의 카라쾨이(Karakoy), 에미뇌뉘(Eminonu) 지역이 특히 유명하죠. 에미뇌뉘의 갈라타 다리 옆에는 ‘바다를 품은’ 고등어 케밥으로 유명한 선착장이 있어요. 바삭한 빵에 구운 고등어와 양파, 채소를 곁들인 생선 샌드위치도 관광객들이 꼭 한번 먹어보는 메뉴라고 해요.

이 케밥을 곁들여 먹는 빵의 종류도 하나가 아니에요.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바게트를 닮은 에크멕(ekmek), 참깨를 뿌린 빵인 시미트, 케밥을 올려 먹을 수 있는 납작한 피자인 ‘피데’ 등이 있어요. 마치 한국인들의 쌀밥처럼 주식(主食) 역할을 합니다.

한국에도 소개되고 있는 고등어 케밥의 레시피. [만개의 레시피 캡처]

오른쪽 납작한 빵은 터키식 피자인 '피데'. 김희량 기자

튀르키예는 중국, 프랑스와 함께 3대 미식 국가로 꼽힙니다. ‘유럽의 동쪽, 동양의 서쪽’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으로 여러 문화가 만나 음식의 용광로처럼 발달해 왔죠. 외식업계 유명인인 백종원 씨가 튀트키예로 간 신혼여행에서 일주일 동안 70여 개의 식당을 들려 미식 체험을 했다는 일화는 이미 유명합니다.

고기의 향긋한 향과 함께 피데, 시미트 같은 이국적인 식사 한번 어떠실까요. 한국에서는 이태원역에 가면 줄지어 있는 20여 곳의 케밥집을 만나실 수 있고요. 터키계 한국인인 오시난 대표가 2011년 문을 연 터키와 지중해 전문 프랜차이즈인 케르반(KERVAN) 매장에 가보시는 것도 추천해 드려요.

〈참고자료〉

터키에 먹으러 가자, 정남희, J&jj(디지털북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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