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왼쪽)가 지난 4월 2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가 중국 국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주중 미국대사관의 공공외교 노력을 중국 정부가 지속해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번스 대사는 25일(현지시간) 보도된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 작년 11월 이래 중국 국가안전부나 다른 정부 기관이 중국 시민들에게 가지 말라고 압력을 행사하거나, 참석한 중국 국민을 위협한 주중 미국대사관 주최 공공 행사가 61건에 달한다고 말했다.

주중 미국대사관이 주최한 정신 건강 전문가 대담, 여성 기업가 정신 관련 패널 토론, 다큐멘터리 상영, 문화 공연 등 행사에 참석한 몇몇 중국인은 당국자들에 의해 심문받았고, 어떤 경우는 자택에서 밤늦은 시간에 조사받았다고 번스 대사는 주장했다.

그는 또 중국 정부가 중국 학생들의 미국 대학 진학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중국 전역에서 열린 대학 진학 상담 행사에 대한 미국 외교관 참가를 취소함으로써 중국인 학생과 학부모에게 미국 대학을 홍보할 기회를 박탈하기도 했다고 번스 대사는 전했다.

또 지난 2년간 미국 측이 비용을 지원하는 인적 교류 프로그램에 참가자로 선발된 중국인 중 거의 절반에 달하는 수십명이 행사 참가를 취소하면서 중국 정부 당국, 학교, 회사 등으로부터의 압박을 사유로 거론했다고 번스 대사는 밝혔다.

번스 대사는 이 같은 일들이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일상적이라면서 "(대사관이 주관하는) 거의 모든 공공 행사가 그와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심각한 침해 행위"라며 "우리는 중국 정부가 재고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지난 3년간 중국 정부가 주중 미국대사관의 중국인 직원 채용을 허락하지 않아서 미국행 비자 신청 건에 대해 심사할 중국인 직원이 줄어드는 형편이라고 소개했다.

이같은 주장에 중국은 "번스 대사의 말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고, 중미 올바른 공존의 길에 들어맞지 않으며, 양국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사실 양국 인문 교류를 막는 것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라면서 "미국은 국가안보를 구실로 미국에 간 중국 유학생에 대해 이유 없이 요란을 떨고, 조사하며, 송환해 당사자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심각한 '칠링 이펙트'(chilling effect·과도한 규제나 압력으로 사상·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현상)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마오 대변인은 "중국 인민 마음속에 미국 이미지는 어떠한가"라며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것은) 근본적으로 미국 스스로에 달려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과 함께 마주 보고, 실제 행동으로 양국 인문 교류를 촉진하며, 중미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동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마오 대변인이 언급한 미국의 중국인 유학생 입국 거부는 중국 당국이 그간 꾸준히 문제 제기해온 쟁점이기도 하다. 중국은 자국 외교관들이 미국 내에서 특정 여행·출장 등에 사전 허가를 요구받는 등 이동에 제한이 있다는 주장도 펴왔다.

이와 관련, 이날 WSJ 인터뷰에서 번스 대사는 미국 당국자가 가끔 실수할 수 있지만 학생 비자를 소지한 중국인 99% 이상이 무탈하게 미국에 입국하며, 작년 한 해 미국이 중국 국민에게 코로나19 확산 이후 가장 많은 10만5천건의 신규 학생 비자를 발급했다고 항변했다.

국무부 대변인과 그리스 주재 대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재 대사, 국무부 차관 등을 지낸 베테랑 직업 외교관 출신인 번스 대사는 2022년 4월부터 주중 대사로 재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