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진(오른쪽) SK온 전략구매담당 부사장과 댄 홀튼 엑손모빌 저탄소솔루션 사업 부사장이 24일(현지시간) 리튬 공급 양해각서 체결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SK온 제공]

SK온이 탄탄한 배터리 소재 공급망 구축을 위해 글로벌 기업들과 잇달아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연합(EU)의 핵심원자재법(CRMA) 등 급변하는 산업 정책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SK온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석유기업인 엑손모빌과 리튬 공급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26일 밝혔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리튬·배터리 원소재 콘퍼런스인 ‘패스트마켓 콘퍼런스’에서 체결식이 열렸다.

이번 MOU를 통해 SK온은 엑손모빌이 아칸소주 리튬염호에서 직접리튬추출(DLE) 기술로 생산한 리튬을 최대 10만t 공급 받는다. 구체적인 공급 시기와 물량은 본계약 체결 후 확정된다.

엑손모빌은 배터리 핵심 소재 사업 진출을 위해 지난해 초 아칸소 염호를 인수하고 같은해 11월에는 리튬 채굴을 개시했다.

염호에는 전기차 5000만대분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탄산리튬환산기준(LCE) 400만t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통해 엑손모빌은 2030년부터 연간 전기차 100만대 분량의 리튬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DLE기술은 염수에서 흡착 등을 통해 리튬을 직접 추출하는 공법을 말한다. 폭약을 써서 채굴하는 방식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어 친환경적이다. 초기 설비 투자 비용이 크지만, 염호에서 소금물을 증발시켜 리튬을 얻는 기존 방식 대비 생산 기간이 짧아 생산성이 높고 물 사용량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에서 채굴이 이뤄지는 만큼 IRA 전기차 보조금 요건도 충족한다.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 중 조건을 만족하는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SK온은 각종 산업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이 밖에도 다양한 기업들과 공급망 구축 계약을 체결 중이다. 지난 2월에는 미국 웨스트워터와 천연 흑연 공급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웨스트워터는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앨라배마주 켈린턴 소재 정제 공장에서 생산한 천연흑연을 SK온 미국 공장에 공급한다.

개발 중인 소재가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사전 협의된 가격으로 구매하는 ‘조건부 오프 테이크’ 계약으로, 계약 기간 내 최대 3.4만t까지 구매할 수 있다. 2022년 11월에는 칠레 SQM과 리튬 공급 구매 계약을 맺었다.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총 5.7만t의 리튬을 공급받는다.

2019년 12월에는 스위스 글렌코어와도 코발트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코발트 3만t을 공급받는 계약이다. 이 밖에도 호주 시라와 천연흑연 수급을 위한 MOU를 체결했으며, 미국 우르빅스와는 음극재 공동개발 협약(JDA)을 맺었다. 개발에 성공할 경우 SK온 미국 공장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 부사장은 “핵심 시장인 북미 지역 소비자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IRA 요건을 충족하는 핵심 광물 확보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댄 암만 엑손 모빌 저탄소솔루션 사업 사장은 “탄소 감축을 위해서는 더 많은 리튬이 필요하고, 우리는 미국 내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SK온과의 협력은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며, 에너지 안보 강화 및 제조업 활성화 등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성우·김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