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우크라이나가 러시아가 점령 중인 크림반도를 타격하는 데 쓴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파편이 인근 해변에 떨어져 관광객 등 민간인이 사상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3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복수의 러시아 당국자는 크림반도 세바스토플의 휴양지 상공에서 방공시스템이 발사체를 격추하는 과정 중 어린이 3명 포함 최소 5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러시아 보건부는 이번 사고로 어린이 27명을 포함, 124명이 다쳤다고 했다.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에는 세바스토폴 인근으로 미사일이 접근한 후 폭발하는 모습도 잡혔다.

파편이 연이어 '쿵' 소리를 내며 모래사장에 떨어지고, 이에 관광객들이 비명을 지르며 달려가는 장면도 포착됐다.

또 다른 영상에는 관광객이 일광욕 의자를 이용해 부상자들을 해변 밖으로 옮기고, 수영복 차림 여성들이 피를 흘리는 한 부상자를 눕힌 후 다급하게 응급처치를 하는 모습 등도 담겼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세바스토폴 민간인에 대한 고의적 미사일 공격에 대한 1차적 책임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한 미국, 그리고 우크라이나에 있다"며 "그런 행동에는 반드시 대응이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ATACMS 5발 중 4기를 격추했으며, 나머지 1기는 공중에서 집속탄 탄두가 폭발했다고 밝혔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로시야24 방송에서 우크라이나가 고의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노려 공격했다며 국제기구 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러시아 조사위원회는 이번 폭격을 '테러 공격'으로 규정, 자국 형법에 따라 진상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연합]

우크라이나가 2022년 2월 러시아의 전면 침공을 받은 후 미국에 줄기차게 지원을 요구해 받은 에이태큼스는 사거리가 300km에 이르는 장거리 무기다.

미국은 투하된 어미폭탄이 새끼폭탄 수백발을 지상에 흩뿌려 광범위한 공격을 가하는 집속탄 형태의 ATACMS를 지난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민간 피해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국제사회는 집속탄을 비인도적 살상무기로 본다.

크림반도는 러시아가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지역이다.

크림반도는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감행한 후 장악한 헤르손 등 남부 전선으로 병력과 군수품을 보급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푸틴 대통령은 이곳을 강제 병합할 당시 '성지', '거룩한 땅' 등으로 표현할 만큼 애착을 보였다.

러시아는 전쟁 중에도 크림반도 관광을 홍보하고 휴양객을 유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