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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구가 몰래 운전하다 음주 교통사고…대법 “차주인도 책임”
보험사, “운전자·소유자 공동 배상해야”
1심 보험사 패소→2심 보험사 패소
대법, 보험사 승소 취지로 판단
대법원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차주인의 친구가 차주인 허락 없이 몰래 음주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냈다면, 차주인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친구의 무단운행을 사후에 승낙했을 가능성을 제외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엄상필)는 교통사고 피해자의 보험사가 차량 소유자 A씨, 운전자 B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같이 판단했다. 앞서 원심(2심)은 A씨가 보험사에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원심이 법리를 오해했다”며 2심 판결을 깨고, 다시 판단하라고 했다.

차량 소유자 A씨와 운전자 B씨는 2~3년 전 게임 동호회에서 만나 알게 된 사이였다. 사건은 2019년 10월께 발생했다. 둘은 이날 함께 술을 마시다 B씨의 집에서 잠에 들었다. 그런데 B씨가 다음 날 오전, 차량 소유자인 A씨의 허락 없이 몰래 차키를 가져가 음주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냈다.

당시 길을 걷던 교통사고 피해자는 전치 14주 피해를 입었다. 보험사는 피해자에게 1억 5000여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했다. 이후 보험사는 A씨와 B씨를 상대로 “구상금 1억 5000여만원을 공동으로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별개로 운전자 B씨에겐 음주운전 등 혐의로 징역 8개월 실형이 확정됐다.

보험사가 낸 소송 결과, 1심은 보험사 측 승소였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213단독 이현종 판사는 2022년 9월, 사고를 낸 운전자 B씨뿐 아니라 차량 소유자 A씨도 함께 “공동으로 보험사에 1억 5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A씨와 B씨 모두 1심 과정에서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1심 판결에 대해 운전자 B씨는 항소하지 않았다. 소유자 A씨만 항소해 2심이 열렸는데, 2심은 보험사 측 패소로 판결했다. 2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8-3민사부(부장 김양훈)는 지난해 12월, A씨에 대한 보험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2심 과정에서 A씨 측은 “교통사고 당시 차량에 대한 운행 지배력 등이 없었으므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는데, 2심은 이를 받아들였다.

2심 재판부는 “A씨와 B씨가 가족관계에 있는 등 특별한 친분 관계에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며 “소유자 A씨 입장에선 함께 술을 마신 B씨가 몰래 차량 열쇠를 가지고 나가 운전한다는 것을 예상하거나 인식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당시 B씨가 A씨에게 차량을 운전해 보겠다고 요청한 사실 자체가 없고, A씨가 B씨에게 차량을 빌려줬다는 것을 뒷받침할 만한 아무런 자료도 없다”며 “사고 이후 A씨가 B씨를 절도죄 및 자동차불법사용죄로 고소한 경위가 통상적이지 않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2심 판결은 대법원에서 깨졌다. 대법원은 “원심(2심)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다시 판단하도록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소유자 A씨도 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차량 소유자는 비록 제3자가 무단으로 차량을 운전하다가 사고를 냈더라도, 그 운행에 대해 지배능력과 이익이 완전히 상실됐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책임을 부담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A씨와 B씨는 2~3년간 서로 알아온 사이로 지인의 집에 가서 잠을 잘 정도의 친분이 있는 관계”라며 “운전자 B씨가 자동차 열쇠를 쉽게 손에 넣어 곧바로 운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상당한 기간이 지난 뒤에야 B씨를 절도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B씨의 무단운행에 대해 사후 승낙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고려했을 때 소유자 A씨가 사고 당시 자동차에 대한 운행지배와 이익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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