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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뷔와 동갑 ‘150만 팔로워 틱톡커’ 佛 총리 되나…유럽 ‘극우 돌풍’, 2차전지株 저승사자 될까? [신동윤의 투자,지정학]
조르당 바르델라 프랑스 국민연합(RN) 대표. [로이터]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우리는 극단주의가 권력의 문 앞에 있는 것을 분명히 본다. 나라의 미래를 선택할 기회를 가진 모든 젊은이가 투표해야 한다. 정치와 축구를 섞지 말라고 하지만 이것은 내일 경기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 (총선 2차 투표가 예정된) 7월 7일에도 프랑스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자랑스럽길 바란다.”
킬리안 음바페 프랑스 축구대표팀 주장, 16일(현지시간) 유로2024 경기 전 기자회견
“나는 음바페를 존경하지만 생계유지에 어려움이 없는 백만장자인 그가 큰 고통에 처한 프랑스인에게 설교하는 걸 보면 거북하다. 나는 프랑스 대표팀 유니폼이 정부의 유니폼인 줄 몰랐다.”
조르당 바르델라 프랑스 국민연합(RN) 대표, 18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과 인터뷰에서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에 출전 중인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과 국민 지지율 1위 정당 대표가 정치적으로 설전을 벌이는 모습.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어느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보기 드문 장면인데요. 그 일이 지금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현대 프랑스에선 사상 최초로 극우 세력이 의회 다수당의 지위에 오를 가능성이 가장 높아진 상황이란 평가가 나오는데요. 이에 대해 유로 2024에 출전한 축구 국가대표팀 캡틴 음바페가 경기 전 기자회견이란 공식 석상에서 이례적으로 국내 정치에 대한 자신의 소신 발언을 내놓았고, 극우 세력을 이끌고 있는 1995년생 20대 당대표가 참지 않고 곧장 받아치면서 정면 충돌한 것이죠.

조르당 바르델라(왼쪽) 국민연합(RN) 대표와 킬리앙 음바페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의 모습. [AFP]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지난 9일(현지시간) 결과가 나온 유럽의회 선거 후 유럽 대륙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후폭풍 중 하나입니다.

특히, 프랑스가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들보다도 더 큰 파장 속에 빠지고 있는 이유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던진 ‘위험한 승부수’ 때문입니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충격적인 참패를 겪은 중도우파 세력의 수장 마크롱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의회 해산을 통한 조기 총선을 통해 표로서 심판 받겠다고 나서며 프랑스가 때 아닌 선거전으로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죠. 프랑스에서 의회 해산이 이뤄진 것은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 집권기인 1997년 이후 27년 만의 일입니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은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선택을 두고 이처럼 표현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모습. [EPA]
“이단아 프랑스 대통령의 도박”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 유럽판

유럽의회 우향우

극우 정당의 대약진 속 유럽 정치 지형의 우향우 가속화.

지난 6~9일(현지시간) 실시한 유럽의회 선거의 결과를 가장 간명하면서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한 문장입니다.

최대 다수당은 이번 선거에서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20일 오후 10시 22분(독일 현지시각) 현재 ‘중도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EPP)이 전체 720석 중 189석(26.25%)을 얻어 유럽의회 제1당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유럽의회 내 비중도 기존(705석 중 176석, 24.96%) 대비 늘어날 것으로 보이죠.

‘중도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S&P)도 136석(18.89%)으로 현 의회(19.7%)보다 비중은 소폭 줄지만 제2당의 위치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충격적인 결과는 제3당의 자리가 바뀌게 된다는 점이죠.

강경우파 성향의 정치그룹 유럽보수와개혁(ECR)이 기존 69석(9.79%)에서 83석(11.53%)으로 늘어나면서 기존에 102석(14.47%)에서 81석(11.25%)으로 의석수가 급감한 중도 자유당그룹(Renew Europe)을 제4당으로 끌어내리게 됐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프랑스 정부 여당 ‘르네상스당 연합(앙상블)’이 속한 중도 세력이 극우 정당에게까지 밀리는 성적표를 받아들며 사실상 ‘패배’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죠.

그동안 친환경 기후정책 추진에 앞장섰던 녹색당-유럽자유동맹(Greens/EFA)이 현재 71석(10.07%)에서 51석(7.08%)까지 쪼그라들 것이라 예상된 점도 상당한 충격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제6당으로 내려 앉은 녹색당-유럽자유동맹의 원래 제5당 자리에 기존 49석(6.95%)에서 58석(8.06%)으로 의석수를 늘린 또 다른 극우 정치그룹 ‘정체성과 민주주의(ID)’가 앉게 될 것이란 점은 유럽의회의 ‘우경화’ 바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국가별로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봤을 때, 조기 총선이 벌어지고 있는 프랑스의 분위기는 ‘극우의 완승’이라 봐도 무방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최종 개표 결과 유럽의회 내 극우 정치그룹 ID에 속한 극우 성향의 RN이 31.37%의 득표율로 마크롱 대통령이 속한 르네상스당(14.6%)을 2배 이상 따돌렸기 때문입니다.

“마크롱의 위험한 불장난”

현재 선거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는 프랑스의 분위기는 극단주의에 반대한다며 목소리를 낸 음바페, ‘위험한 도박’에 뛰어든 마크롱 대통령의 계산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극우 세력이 가장 우세한 가운데, 극좌파가 1위 경쟁에 뛰어든 사실상 양극단 세력의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단 평가가 지배적이기 때문이죠.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조르당 바르델라(맨 앞줄 오른쪽) 대표와 실질적 지도자 마린 르펜(맨 앞줄 왼쪽) 전 대표의 모습. [AFP]

여론조사업체 Ifop가 지난 14~17일(현지시간) 프랑스 성인 11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33%의 지지율을 기록한 RN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최근 유럽의회 선거에서 잡은 승기를 놓치지 않고 ‘굳히기’에 들어가고 있는 셈이죠. 프랑스 전역에서 벌어진 파시즘 반대 시위도 극우파의 선두 질주를 막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주목할 것은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여당 ‘앙상블’의 이름을 지지율 2위 자리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일텐데요. 지지율 18%로 3위로 한참 밀려있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2위 자리엔 28%의 지지율을 기록 중인 좌파연합 신민중전선(NFP)이 올랐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마크롱 대통령이 실질적인 극우 세력의 리더인 마린 르펜 전 대표의 급부상을 막겠다며 조기 총선이란 카드를 꺼내든 데는 ‘결선투표’란 프랑스의 대표적인 총선 제도가 밑바탕에 깔려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프랑스 하원선거에선 1차 투표(6월 30일)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2.5% 이상 득표자를 대상으로 2차 결선투표(7월 7일)를 진행합니다. 그동안 극우 세력이 대통령에 당선되거나 의회 다수당의 지위에 오르지 못했던 것은 일반적으로 1차 투표에서 극우 세력이 1위를 차지하더라도 2차 결선투표에서 극우 세력의 승리를 막기 위해 나머지 세력들이 뭉쳐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에서 만큼은 과거의 공식이 들어맞지 않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엘라브가 지난 11~12일(현지시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앙상블의 예상 의석수가 기존(245석)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한 90~130석에 머물 것으로 보이는데요. 반면, 돌풍의 극우 정당 RN은 220~270석으로 여유있게 제1당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과반(289석) 의석에서 20석 가량 부족한 수준까지도 약진할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이번 선거에서 30~40석을 얻을 것으로 보이는 프랑스 전통 우파 정당 공화당 내부에선 최근 RN과 연대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는 상황인데요. 프랑스 역사상 최초의 극우 출신 총리 탄생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폴리티코는 “예상보다 RN이 총선에서 더 약진할 경우 마크롱 대통령의 치명상이 불가피하다. 위험한 불장난을 하는 중”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가 지지자와 셀카를 찍고 있는 모습. [르몽드]

차기 총리로 유력한 인사는 1995년생 RN 당대표 조르당 바르델라(29)입니다. 팔로워가 150만명에 이르는 틱톡 등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하며 20·30 젊은 극우 지지자를 대거 모으는 데 성공하며 유럽의회 선거 완승을 이끈 1등 공신인데요. SNS 상에선 벌써부터 “조르당 바르델라를 총리로”란 캠페인이 젊은층 유권자를 중심으로 진행 중이기도 합니다.

‘중도’ 마크롱 대통령 밑에서 ‘극우’ 바르델라 총리가 정부를 이끄는 ‘동거정부’의 출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인데요. 정책 지향점이 서로 다른 대통령과 총리가 사사건건 국정 운영을 두고 정면충돌하는 모습을 앞으로 지켜보게 될 가능성이 상당합니다.

‘극우’를 피하면 ‘극좌’가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란 점도 프랑스가 처한 함정입니다. 좌파연합 NFP의 예상 의석수가 150~190석으로 여당 ‘앙상블’의 상단 예상치보다도 훨씬 더 높은 상황이죠.

‘부채폭탄’ 위기 佛 앞에 닥친 극우·극좌표 ‘포퓰리즘’

프랑스의 정치적 변동성 극대화는 경제엔 직격탄으로 작용하는 분위기죠.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지적하는 문제는 제1당 경쟁 중인 극우·극좌 세력이 모두 정부 재정에 압박을 가하는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는 점이죠.

극우 RN은 우선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한 ‘더 많이 내고, 더 늦게 받는’ 연금개혁에 대한 철회를 시사했는데요. 여기에 더해 생필품과 에너지가격 부가가치세 인하 공약까지 내놓았습니다. 관련 재정비용만 240억유로(약 35조7715억원)에 이른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EU 규칙에 반하는 ‘프랑스 기업에 대한 정부조달시장 참여 특혜’란 국수주의 정책까지 예고한 상황이죠.

극좌 NFP 역시도 마크롱표 연금개혁을 폐기하겠단 공약에 동의하면서도 공공부문의 급여 향상과 혜택 상향, 최저임금 14% 인상이란 카드를 내놓았습니다. 생필품과 식품, 에너지 가격을 동결하고, 부유세를 재도입하겠다는 방침도 천명했고요.

일각에선 오죽하면 극우파의 경제 정책은 ‘백지’에 가깝고, 극좌파의 소신은 프랑스가 ‘자본주의 체제와 작별을 고하는 것’과 같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로이터]

극우와 극좌 모두 마크롱 대통령의 기업친화적 정책과 단절을 원하는 만큼, 프랑스 재계는 초비상 상황입니다. 영국 유명 경제지는 프랑스 상장사 최고경영자(CEO)들이 극우 정권과 연대를 구축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보도를 했습니다. 극좌파의 증세와 임금 인상, 제품가격 동결보단 감세와 반이민 정책이 차라리 낫다고 보는 것이죠.

“전염병과 콜레라 사이에서 선택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 상황이다.”
프랑스 한 상장사 CEO, 英 유명 경제지와 인터뷰에서

사실 프랑스는 EU로부터 재정적자가 과도하다는 경고장을 받은 7개 회원국(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 헝가리, 몰타, 폴란드, 슬로바키아) 중 하나입니다. 현재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5.5%에 이르는 프랑스는 4년간 부채와 적자를 줄일 계획을 EU에 제출해야 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죠.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초과 재정적자 시행절차(EDP)’ 개시를 EU 이사회에 제안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이행 상황에 따라 프랑스는 GDP의 0.1%를 해마다 벌금으로 내야할 수도 있는데요. 극우·극좌 양측이 내놓은 공약을 그대로 정책화할 경우 EU와 프랑스 간의 갈등 심화는 불가피한 수순으로 보입니다.

마크롱 대통령도 지난 14일(현지시간) “두 극단 세력이 책임 윤리의 틀 내에서 작동하지 않는 경제 공약을 내놓고, 재정 마련 방안도 없는 선물을 약속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죠.

[삼성증권]

정치적 불확실성 극대화에 떠는 유럽 증시

불확실성의 극대화는 즉각적으로 금융투자시장엔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상황입니다.

특히, 극단 세력의 원내 제 1당 등극 가능성에 프랑스 주식시장의 급락세가 두드러진 상황인데요. 프랑스 증시 대표 지수 CAC40은 20일 종가 기준 최근 1개월 간 5.77% 하락했습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의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 선언 후 1주일(10~14일) 간 CAC40지수는 6.2%나 떨어지면서 2022년 3월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하기도 했죠.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유럽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향후 12개월 간 유럽 내에서 비중을 축소해야 할 국가 1순위로 프랑스를 꼽기도 했습니다.

정부 지출 추가 확대를 주장하는 두 정치 세력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프랑스 채권금리가 급등한 것도 주목할 점입니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르펜 전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 출마 당시 30세 미만에 대한 근로소득세 면제, 에너지 부가가치세 인하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면서 “재정 문제로 채권시장의 수급 부담이 확대될 것이란 예상 때문에 프랑스 채권금리가 급등했다”고 분석했죠.

[KB증권]

지난 15일 기준 프랑스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차는 75bp(1bp=0.01%포인트)로 2017년 초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벌어져 있습니다. 안전자산을 통하는 독일 국채와 프랑스 국채의 수익률 격차는 2017년 이후 최대 수준이고요.

권희진 연구원은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 주변 유럽국의 금리차도 확대되는 중”이라며 “마크롱 대통령의 기대대로 현재 여권이 과반 이상을 득표해 중도의 결집력이 높아지면 올랐던 채권금리가 되돌려지겠지만, 그 외의 경우 금리 하락폭이 제한적이거나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제2 경제국 프랑스 국채금리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에 미칠 파장을 사전에 방지함으로써 시장 불안을 해소하고자 유럽중앙은행(ECB)이 프랑스 국채를 매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왔는데요. 블룸버그통신은 “프랑스 시장의 혼란이 가중될 경우 전례 없는 수준의 ECB 개입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도 "아직 ECB 당국자들은 대응조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죠.

[IBK투자증권]

유로존 1위 경제국 독일의 ‘조기 총선’ 실시 여부도 관건입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독일 ZDF 방송의 여론조사 결과 독일 국민들의 조기총선에 대한 찬성 의견이 51%로 반대(43%)를 앞질렀다”면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낮은 지지율로 인해 사임 압박을 받는 가운데, 집권 사민당(SPD, 13.9%)을 꺾고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 15.9%)’이 유럽의회 선거에서 1위 기민·기사연합(CDU/CSU, 30%)에 이어 2위에 오른 것은 정치적 변동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죠.

주식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바로 불확실성인데요. 그만큼 유럽 주요국 증시들의 전체적인 하락세도 뚜렷했습니다. 최근까지 미국, 일본, 대만 등 글로벌 주요국 증시의 랠리와 발맞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던 모습과 딴판인 셈이죠.

최근 1개월 간 독일 DAX 지수, 유로스톡스50 지수는 각각 2.52%, 1.97%씩 하락했습니다.

유럽 증시를 뒤덮은 불확싱성 리스크의 대표적인 사례가 이탈리아 명품 스포츠 브랜드 ‘골든구스’의 기업공개(IPO) 계획 연기 소식입니다.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등 유명인이 즐겨 신는 스니커즈로 잘 알려진 이 기업은 올해 유럽 IPO 시장 최대어 중 하나로 꼽혀왔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투자자들은 영국 유명 경제지와 인터뷰에서 “모든 징후가 유럽 증시에서 조심스럽게 행동하라고 말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의 태도는 이미 냉담해졌다”고 했죠.

유로존 정치 리스크가 유로화 약세와 달러화 강세 현상을 이끄는 재료라는 점도 한국이 속한 이머징(개도국) 증시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소식입니다.

EU 친환경 정책 ‘속도조절’ 가시화…“전기차 정책 모멘텀 약화 대비해야”

중장기적 투자 전망에 대한 조정이 불가피한 대표적인 섹터는 바로 친환경 산업 부문이 꼽힙니다.

글로벌 친환경 드라이브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던 EU의 우경화는 친환경 정책 후퇴란 정책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죠.

[EPA]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럽 기후정책의 변혁기를 맞는데 핵심 역할을 해왔단 평가를 받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소속된 EPP가 계속 정국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연정 체제 구성이 불가피한 만큼 안정적인 정국 운영을 위해선 현재의 기후 정책 속도가 너무 빠르단 범우파 세력의 컨센서스(공통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정책에 일정 부분 반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대체적으론 극우파가 EU의 기후정책을 완전히 뒤집기엔 힘이 부족하단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EU의 기후정책이 제때 통일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어려워진 만큼 ‘속도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죠.

대표적으로 수정될 것으로 보이는 정책이 2035년까지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단계적으로 ‘제로(0)’ 상태로 만들겠다는 안입니다. 당장 EPP는 이 정책에 대한 폐지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EU가 내놓은 ‘2040 기후목표’도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는데요. 앞서 EU 집행위원회가 204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90% 수준까지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내놓고 입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비현실적이란 논란이 나온 바 있죠.

국내 산업계 중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을 보이는 분야는 전기차 섹터죠. 전기차의 전방 산업이자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 받는 2차전지 분야도 직접적 영향권입니다.

[로이터]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EU는 물론 미국 정부까지도 자동차 연비규제를 대폭 완화함으로써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높다”면서 “전기차 시장은 정책에 의해 수요가 창출되는 산업인데, 당분간 미국·EU발(發) 정책 모멘텀은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전기차 산업의 위축에도 국내 완성차 업체가 받게 될 부정적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현대차, 기아 등의 경우 전동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 더 큰 수익은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차량에서 나오는 상황”이라며 “배터리 등 원자재 가격이 높은 전기차보다 내연기관차의 수익성이 절대적으로 높은 만큼 완성차 업체로선 손해볼 것 없는 변화”라고까지 말했죠.

문제는 2차전지 섹터란 게 증권가의 한결 같은 지적입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2025~2026년 전기차 판매 계획에 차질을 줄 수밖에 없고, 당장 내년도 전동화 계획이 다소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단 판단에서 셀 메이커와 소재 기업들의 하반기 실적 추정치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이 높다”고 했죠.

[하나증권]

한편, 여전히 EU 시민의 84%가 환경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만큼 ‘그린래시(Greenlash·유럽 그린딜에 대한 반발)’가 유럽의회의 우경화를 이끈 직접적 요인이 아니란 분석도 나옵니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재생에너지 확충과 탄소배출권 거래제 개편 등 지난 5년간 도입돼 시행되고 있는 기후 정책을 반전하긴 어렵다”며 “저탄소 철강, 전기차, 청정에너지 등 친환경 산업에서 미국·중국과 경쟁이 격화되고 있어 자국 산업 보호 차원에서 관련 예산이 늘어날 필요성이 있다 판단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준섭 연구원은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한 각종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 강조했죠.

이 밖에 증권가에선 소형모듈원자로(SMR), 태양광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섹터에 대한 모멘텀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도 나옵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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