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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어난지 겨우 두 달” 끔찍한 사고…매일매일 죽고 있다 [지구, 뭐래?]
지난해 8월 12일 태어난 지 약 2개월 된 멸종위기종 새호리기가 서울 강남구 소재 건물 유리창에 부딪혀 죽어있다 [네이처링]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흙밭에 올려 놓으려고 들어봤더니 너무 가볍더라구요” (자연관찰 플랫폼 네이처링)

검은 갈색의 머리에 연할 갈색의 가슴, 눈과 부리 가장자리가 노란 이 새의 이름은 새호리기. 2012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귀한 새다. 앞이 탁 트인 숲에서 주로 살지만, 요즘은 도심에서도 간혹 만날 수 있다.

새호리기는 5월 하순에서 6월 하순이면 두세 개의 알을 낳아 한 달은 품고 한 달은 기른다. 갓 어미 품을 벗어났을 두 달 된 새호리기가 지난해 8월 서울 강남구의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발견됐다. 건물 유리창에 부딪쳐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새호리기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이처럼 매일 한 마리 이상의 새가 투명한 건물 유리창이나 방음벽 등에 부딪쳐 죽고 있다. 관찰 및 기록된 새들로만 따져도 서울 시내에서 약 1년 간 380여 마리다. 지난해 공공기관에 새 등 야생동물의 충돌 피해 방지 조치를 의무화하는 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관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연관찰 플랫폼 ‘네이처링’에 따르면 2023년부터 올해 2월까지 서울 시내 새 충돌 사고가 946건 기록됐다. 네이처링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관찰 기록하는 플랫폼인 만큼 실제 충돌 건수는 그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중복됐거나 종을 구분하기 어려운 기록을 추려낸 이 기간 새 충돌 사고는 대략 383건이다. 멧비둘기, 참새나 까치를 비롯해 밀화부리, 박새, 소쩍새, 직박구리, 멋쟁이새, 붉은머리오목눈이, 울새, 흰눈썹황금새, 노랑지빠귀, 오색딱따구리 등 약 56개 종이 유리창 등에 충돌한 것으로 파악된다.

2023년 1월부터 지난 2월까지 자연관찰 플랫폼 네이처링에 기록된 서울 자치구별 새 충돌사고 현황 [녹색연합]

새들이 주로 부딪치는 곳은 방음벽(127건), 건물 유리창(143건), 난간 등 기타 구조물(113건) 등이다. 사람이 만든 구조물을 인지하지 못한 새들은 이를 피하거나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충돌한다.

이는 새들이 막힌 구조물이라는 걸 인지할 수 있다면, 충돌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굵기 3~6㎜, 간격 5~10㎝의 선형 무늬를 투명한 구조물에 그리거나 붙이는 식이다.

이에 지난해 6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에 야생동물이 떨어지거나 부딪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건축물, 방음벽, 수로 등을 설치 및 관리하라는 조항이 신설됐다.

지난 2월 서울 송파구 투명 방음벽에 충돌한 직박구리 [네이처링]

그러나 각 지자체의 새 충돌 사고 저감 조치가 미흡하다는 게 환경단체의 지적이다. 녹색연합은 지난달 9~27일 서울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강동·관악·구로·노원·동대문·서대문·성동·중랑구만 응답했다고 밝혔다.

이중 환경부의 ‘건축물·투명 방음벽 조류 충돌 방지 테이프 지원 사업’에 신청한 자치구는 관악구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업은 새 충돌 피해를 줄이기 위해 2019년부터 해마다 추진되고 있다. 2018년 시범 사업을 벌인 약 3개월 간 죽은 새가 발견되지 않았을 만큼 효과를 보였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서울 자치구들이 조류 충돌 방지 테이프 지원 사업에 신청하지 않은 건 지원 사업 자체를 몰랐거나 지원 규모가 불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녹색연합은 민간으로 새 충돌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이 퍼지려면 지자체 등이 먼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봤다.

김선아 녹색연합 활동가는 “낮은 응답률은 그 자체로 새 충돌 문제에 대한 해당 자치구의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준다”며 “개정 야생동물법이 현장에서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자치구의 관심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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