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기구(NATO) 사무총장 [로이터]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러시아와 중국의 위협에 대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더 많은 핵무기를 보관고에서 꺼내 실전 배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나토 수장의 발언이 나왔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진행한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게 바로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얼마나 많은 핵탄두가 실전배치돼야 하고 어떤 것이 보관고에 들어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작전상 세부사항을 거론하진 않겠지만, 우리는 이런 문제를 상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토 회원국 중 핵무기 보유국은 미국과 프랑스, 영국 등 3개국이다. 핵무기 보유 규모와 실전배치 비율은 기밀이지만 미국의 경우 보유 핵탄두 3700발 중 1700발을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유지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더해 미국은 벨기에,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튀르키예 등 5개국에도 1960년대에 개발된 항공폭탄인 B61 전술핵폭탄 20발씩을 배치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해당국들은 핵무기 투발을 위한 이중용도 항공기(Dual-Capable Aircraft·DCA)를 따로 지정해 운용하고 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미국은 유럽에 있는 (미국)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항공폭탄을 현대화하고 있고, 유럽 동맹국들은 나토의 핵임무 수행을 위한 항공기를 현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발언은 나토가 러시아의 핵 위협에 맞서 억제력을 유지하기 위해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핵전력을 질적·양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란 의미로 보인다.

특히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핵무기에 대한 언급을 금기시하고 관련 훈련 등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던 과거와 달리 앞으로는 ‘핵투명성(nuclear transparency)’이 나토 핵전략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진영구축, 신냉전 기류 속에 중국, 러시아 등 적대적 핵무기 보유국의 위협이 커지는 여건에서 냉전종식 이후 유지한 기조로는 억제력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투명성은 우리가 핵 동맹이란 단도직입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나토의 목표가 ‘핵무기 없는 세계’이지만 러시아, 중국,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나토는 그렇지 않은 세계는 더 위험한 세계이기 때문에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우리는 핵동맹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은 이르면 2030년께 1000발의 핵탄두를 보유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나토는 머지않은 미래에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핵무기를 보유한 두 개의 잠재적 적국과 마주보는 이전까지 없었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경고는 지난 13∼15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모인 서방 지도자들이 공동성명을 통해 러시아와 중국을 강하게 비판한 직후 나온 것이라고 텔레그래프는 짚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점증하는 위협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선 서방 각국이 국방예산을 대폭 늘려야만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나 역시 10년간 (노르웨이) 총리로 재직했기에 국방을 위한 돈을 찾기 어렵다는 점을 안다. 대다수 정치인은 보건이나 교육, 기반시설 등 다른 중요한 일에 돈을 쓰는 걸 선호하기 때문”이라면서도 “우리 모두는 냉전 종식 후 긴장완화에 따라 국방비를 줄였지만 이제 긴장이 다시 고조되는 만큼 국방비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더욱 위험해진 세계에선 북미와 유럽의 단결이 더욱더 중요하다”면서 “만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승리한다면 우리는 더욱 취약해질 것이고 더 많은 돈을 국방에 투자해야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