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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 남매’ 악뮤의 10년, 모든 곡이 히트곡…“체조, 우리 것” [고승희의 리와인드]
국민 남매의 10년 히트곡 메들리 향연
15~16일, 2만 1000명 꽉 채운 KSPO돔
케이스포돔에 입성한 악뮤(AKMU)의 10주년 콘서트 [YG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체조, 우리 건데요?”

이틀간 2만 1000명. 14세, 17세에 노래하기 시작한 ‘남매 듀오’는 데뷔 10년 만에 ‘K-팝 성지’인 케이스포 돔(KSPO DOME, 옛 체조경기장)에 입성하며 명실상부 ‘국민 남매’로 발돋움했다. 악뮤 이찬혁은 “악뮤 노래가 소극장에 어울린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케이스포돔에 너무 잘 어울린다”며 뿌듯해했다.

아이돌 그룹처럼 거대한 팬덤을 몰고 다닌 것은 아니지만, 악뮤는 어느새 2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할 수 있는 탄탄한 ‘티켓 파워’를 갖춘 듀오가 됐다.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로는 빅뱅을 시작으로 2NE1, 블랙핑크, 위너, 아이콘, 트레저에 이어 7번째 케이스포 돔 입성 기록이다.

악뮤의 공연 현장에서 만난 연인 관객 박주선(26), 김계민(26) 씨는 “지금 이 시기에 공연이나 페스티벌이 많아 함께 볼 수 있는 공연이 뭘까 고민하다가 일찌감치 악뮤의 공연을 예매했다”며 “악뮤의 팬클럽은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늘 악뮤의 노래를 들으며 자라서인지 공연엔 꼭 한 번 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케이스포돔에 입성한 악뮤(AKMU)의 10주년 콘서트 [YG엔터테인먼트 제공]

‘남매 듀오’ 악뮤가 지난 15~16일 이틀간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10주년 기념 콘서트 ‘10VE’를 통해 2만 1000명의 관객과 만났다. 이틀간 이어진 공연은 악뮤의 지난 시간을 추억하고, 악뮤이 10년 서사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2012∼2013년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 시즌 2’ 등장한 악뮤는 당시 가요계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재치있고 사랑스러운 노랫말과 대중성을 더한 멜로디를 쓰는 오빠 이찬혁과 미세먼지 한 줌 삼키지 않은 동생 이수현의 맑은 음색이 만난 듀오였다. ‘K팝스타’의 우승자로 이름을 올리고 이듬해인 2014년 데뷔한 악뮤는 명실상부 ‘듀오의 근본’으로 불리며 K-팝 그룹 천국인 가요계에서 조금 다른 장르의 곡으로 음악 시장의 확장에 기여했다.

이날 공연에서도 악뮤가 써내려간 히트곡 역사를 만날 수 있었다. 데뷔 앨범 ‘플레이(PLAY)’에서처럼 “숲에서 나온 요정 콘셉트”를 재현한 녹색 무대에서 무려 10곡, 41분간 내리 노래를 부른 뒤에야 첫 멘트가 나왔다. 2시간 30분을 꽉 채워 28곡을 불러야 하는 만큼, 악뮤는 말할 시간마저 아끼며 노래에 ‘올인’하겠다고 작정한 것처럼 보였다. 물론 공연 중간중간 남매의 ‘티키타카’는 만날 수 있었다.

어린이 합창단이 부르는 ‘오랜 날 오랜 밤’을 시작으로 ‘리-바이(RE-BYE)’, ‘낙하’, ‘다이나소어’, ‘라면인건가’까지 줄줄이 이어 부르며 남매 듀오는 자신들의 정체성과 음악성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공연에선 스트링과 브라스, 밴드가 어우러진 편곡으로 기존 곡을 새롭게 들려준 것도 인상적이었다.

케이스포돔에 입성한 악뮤(AKMU)의 10주년 콘서트 [YG엔터테인먼트 제공]

‘라이브 논란’ 시대에 악뮤는 ‘노래 기본기’를 다시 한 번 보여줬다. 동생 이수현은 ‘명창 꾀꼬리’의 모습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CD를 통째로 삼켜버린 노래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이수현은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돌아볼수록 한 군데도 빠짐없이 너무 예뻤다”며 “한순간 한순간이 너무 소중했다. 칠흑 같은 어둠이라고 생각한 순간들도 돌아보니 전혀 그렇지 않고 너무 반짝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꿈이 없다고 했다. 단지 하루하루 노래하는 것, 그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한 해 한 해 지나가고 한 살 한 살 먹어갈수록 가장 소중한 게 뭔지 알게 되는 것 같다. 그게 지금은 노래”라는 것이 남매 듀오의 오늘이다. 이수현은 “어떻게 태어났어도 가수가 됐을 것”이라며 “나라는 존재와 목소리가 친구들과 팬들에게 오랫동안 자랑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연 중간 중간 ‘추억 여행’ 시간도 마련됐다. 12년 전 ‘K팝 스타 2’ 시절로 되돌아가 당시의 의상을 그대로 입고 나온 이찬혁과 머리에 두건을 두르고 나온 이수현은 ‘크레센도’, ‘지하철에서’, ‘외국인의 고백’, ‘작은별’을 들려줬다.

이찬혁은 “12년 전 우리를 구현해 봤는데, 저희도 너무 귀엽다고 생각했다”며 “슬프지만 추억으로 남겨진 ‘악동뮤지션’(악뮤의 옛 그룹명)을 향해 박수와 안녕!”이라고 말했다. 남매는 10주년 공연을 마지막으로 이별하는 곡들도 있을 거라고 귀띔했다. 그 곡들이 ‘무엇’이라고 콕 집어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더 넓은 미래를 항해하는 악뮤에게 ‘악동뮤지션’ 시절의 음악도 그 일부일 것으로 팬들은 이미 추측하고 있다.

케이스포돔에 입성한 악뮤(AKMU)의 10주년 콘서트 [YG엔터테인먼트 제공]

공연엔 슈퍼스타 게스트도 등장했다. 첫날 공연에선 가수 이효리, 둘째날엔 아이유가 나왔다. ‘Y2K의 화신’ 이효리의 등장을 알리는 ‘텐미닛’의 첫 소절이 등장하자 객석은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저스트 어 텐미닛’이 나오는 순간 “진짜야? 진짜야?”라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이효리가 모습을 드러내자 케이스포돔이 떠나갈 듯한 함성이 쏟아졌다.

이효리는 “악뮤는 언제나 음악적 영감과 위로를 주는 친구들”이라며 “잔디에서 노래하는 건 가수 생활 25년 만에 처음이다. 무대에 동산이 있는 것도 처음 봤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악뮤가 커가는 모습을 우리 모두가 아기 키우듯 지켜봐왔는데 앞으로도 계속 응원해달라”며 남매 듀오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들려줬다.

악뮤의 10년 음악사엔 우리 삶의 기쁨과 슬픔, 감동이 녹아들었다. 특히 세계관이 범람하고 다중우주로 확장하며 K-팝 노랫말이 나날이 기발해지고 있는 때에 악뮤의 음악엔 늘 사람과 사랑이 있다. 이찬혁은 “악뮤 노래는 사랑을 고백하고, 상대를 예뻐해주는 노랫말을 담고 있는데 요즘 시대에 더 필요한 마음이라 생각해 그쪽으로 더 가고 있다”며 이달 발표한 새 미니음반 타이틀곡 ‘히어로’(Hero)를 들려줬다. “‘내가 최고’라는 메시지 못지 않게 중요한 ‘네가 최고, 네가 나의 영웅’이라는 이야기를 담은 노래”다. 이찬혁은 앙코르 전 마지막곡으로 ‘그 때 그 아이들’을 부르기에 앞서 “어린 날들의 추억으로 큰 기억의 비눗방울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노랫말을 잘 들어달라고 했다. “서투른 삶 걸음으로 상처를 입고, 새로운 만남에 세상이 낯설어도, 훗날 모두 이뤄 보일거야, 내가 알던 그때 그 아이들은”이라는 노랫말이 악뮤의 어제와 오늘을 담고 있었다.

케이스포돔에 입성한 악뮤(AKMU)의 10주년 콘서트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이틀간의 공연을 찾은 관객들은 다르지만 같은 마음으로 악뮤를 만났다. 20대 딸, 아들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최정문(56) 씨는 “‘K-팝 스타’ 때부터 보고 어쩜 저렇게 예쁜 아이들이 있나 싶어 노래가 나올 때마다 즐겨 들어 제법 아는 곡도 많다”며 “비슷한 또래의 남매를 키우고 있는데 악뮤를 볼 때마다 우리 애들 같아 더 애정이 생긴다”고 말했다. 공연장엔 악뮤의 응원봉과 굿즈를 구입하는 오랜 팬도 만날 수 있었다. 첫 공연날 만난 최예지(26) 씨는 “친구들이 K-팝 그룹을 좋아할 때 늘 악뮤의 음악을 듣고 악뮤를 좋아했다”며 “내가 살아온 모든 시간 속에 악뮤의 노래에 추억이 쌓여 나의 삶이 악뮤가 됐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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