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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 연구 학생인건비 공동관리…법원 “대학 악습 분명히 금지해야”
서울행정법원[서울행정법원 제공]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국가 연구 과제 담당 교수가 학생인건비 명목으로 지급된 연구비를 거둬 공동으로 관리했다면 학생들의 동의가 있었어도 환수 대상에 해당한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재판부는 학생인건비 공동관리는 대학 내 악습으로 분명히 금지돼야 한다고 봤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 1부(부장 양상윤)는 최근 서울 소재 대학의 A교수가 농촌진흥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연구개발비 환수 등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이 발주한 국가 연구 과제를 따내 2015년 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본인을 연구책임자로 한 협동연구계약을 체결했다. 2021년 3월 교육부 감사 결과 A씨는 해당 연구 명목으로 1억 6000만원을 연구비로 받았고, 이중 3700만원의 학생인건비를 공동 관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A씨가 연구원들의 통장을 교부받아 관리하거나 연구원이 수령한 인건비 중 일부를 받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봤다.

농촌진흥청은 공동관리 인건비 3700만원 중 1650만 2000원이 용도 외 사용됐다고 판단, 환수금 1650만 2000원과 제재부과금 330만 400원(용도 외 사용 금액의 20%)을 부과하겠다고 사전 통지했다.

연구자권익보호위원회는 A씨 대학의 산학협력단 요청을 받아 825만 1000원을 환수금으로 정하고, 제재부과금 또한 165만 200원으로 낮춰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연구자 권익위는 A교수가 용도 외로 사용했다고 지적받은 내역이 실제로는 연구실 비품 구입비 등으로 지출되는 등 학생인건비를 사적으로 사용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A교수가 부족한 연구비를 메꾸기 위해 사비 3780만원을 사용했고, 감사가 시작되자 공동관리 계좌에 남아있던 인건비 등을 연구원들에게 반환한 점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농촌진흥청은 이를 받아들여 최종적으로 825만 1000원의 환수금과 165만 2000원의 제재부과금을 통보했다.

A씨측은 농촌진흥청의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재판부는 “대부분 학생연구원들이 공동관리에 동의한 것으로 보이고 A교수가 받은 출연금 중 상당 금액은 원래 용도에 따라 학생연구들에게 지급됐다. A교수가 사적 이익을 취하지는 않았다”면서도 “학생인건비 공동관리는 과학기술기본법 등에 명시적으로 금지됐다”고 했다.

재판부는 “학생인건비 공동관리는 지도교수와 학생 사이 종속적인 관계를 성립·강화해 대학 내 학술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공동관리 금지는) 인건비가 학생 본인에게 귀속되게 해 생계 안정 및 면학 의욕 고취를 도모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와 같은 규정에도 학생인건비 공동관리 악습은 근절되지 않은 바, 법이 예정하는 제재를 가해 바로잡을 공익상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농촌진흥청은 A교수가 주장하는 사정을 감안해 법정 상한 금액을 훨씬 하회하는 범위에서 환수금 및 제재부가금을 정했다. 특히 연구자 권익위 의견을 수용해 사전통지 금액의 50% 상당을 감액했다”고 덧붙였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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